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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모르는 '암흑의 6일' 시작···열 중 넷 표심 이때 결정된다

중앙일보 2020.04.09 05:00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종로구 후보 선거운동원들과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 운동원들이 3일 서울 종로구 동묘역앞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종로구 후보 선거운동원들과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 운동원들이 3일 서울 종로구 동묘역앞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4·15 총선 전까지 공표할 수 있는 유권자의 표심을 물을 수 있는 날은 8일이 마지막이다. 9일부터 투표일인 15일 오후 6시까지 새로운 여론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공표할 수 없는 ‘깜깜이 기간’에 돌입한다. 이 기간 표심의 행방은 투표함을 열 때까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공직선거법 108조에 따르면 ‘선거일 전 6일부터 투표마감 시각까지 선거에 관해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의 경위와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보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8일까지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보도하는 건 가능한데, 역대 총선을 보면 깜깜이 기간 직전 마지막 조사와 실제 득표율이 크게 차이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 2016년 20대 총선이 대표적이다.
 
2016년 4·13 총선 투표를 일주일 여 앞둔 4월 4~6일 한국갤럽의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미래통합당 전신인 새누리당은 39%, 더불어민주당 21%, 국민의당 14%였다. 하지만 실제 총선 결과는 차이가 있었다. 민주당이 123석(41.0%)을 차지해 122석(40.7%)을 얻은 새누리당을 제치고 원내 제1당이 됐다.
 
개별 지역구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도 마찬가지다. 4년 전에도 격전지로 꼽혔던 서울 종로는 그해 4월 3~5일 코리아리서치센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세균 민주당 후보 40.4%,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 40.0%로 초박빙 양상이었다. 같은 달 2~5일 TNS 조사에서는 오 후보가 45.4%로 정 후보(35.6%)를 9.8%포인트 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 후보가 52.6%를 얻어 오 후보(39.7%)를 상당한 격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도 막판 여론조사와 실제 총선 결과는 차이가 있었다. 2012년 4·11 총선을 앞두고 3월 28일 실시된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는 민주통합당이 28.7%로 새누리당(27.4%)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새누리당의 압승이었다. 새누리당은 152석(50.7%)을 차지했고, 민주통합당은 127석(42.3%)에 그쳤다.
 
20대총선 당시 공표금지 전 여론조사와 선거결과.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0대총선 당시 공표금지 전 여론조사와 선거결과.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렇게 막판 일주일 전과 투표결과가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유권자 상당수가 깜깜이 기간 중 지지 후보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과거 갤럽의 유권자 의식 조사에 따르면 18, 19, 20대 총선에서 투표 일주일 내에 마음을 정한다는 응답이 각각 47.2%, 39.3%, 47.4% 나왔다. 10명 중 4명꼴이다.
  
여론조사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등 신뢰성이 흔들리는 영향도 있다. 지난달 29~31일 리서치뷰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3%, 통합당은 34%였다. 무선전화 85%, 유선전화 15%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다. 비슷한 시기인 지난달 28~30일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민주당 46.3% 통합당 26.4%가 나왔다. 무선전화 90%, 유선전화 10% 방식이다. 고연령층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유선전화 비율이 높을수록 보수정당 지지율이 높게 나온다는 게 정치권 정설이다.
 
정치권에서는 여론조사와 바닥 민심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주장도 곧잘 나온다. 박형준 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지금 여론조사 상에서 10%포인트 내외로 차이가 나는 곳은 거의 접전 지역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의 특성상 한계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선거 결과는 투표 참여자의 여론인데 여론조사는 투표 비참여자까지 포함한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변수도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집전화 비율을 높이고 싶어도 집전화로는 20~30대를 잡기가 어렵고 규정을 지키려면 표본을 늘려야 하는데 그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 규정은 28년 전인 1992년에 처음 생겼다. 당시에는 선거 공고일부터 선거일까지 금지를 뒀지만 2005년 법이 개정되며 6일 동안으로 단축됐다. 윤희웅 센터장은 “유권자들을 수동적이고 피동적인 존재로 전제를 두는 것”이라며 “폐지하거나 하루 전까지 오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과거 공표금지법이 있었던 캐나다에서는 1998년 “정부는 유권자가 성숙하고 교양 있는 시민이라고 인식해야 한다”며 이 법을 폐지했다.
 
박해리·홍지유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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