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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봉쇄 풀렸지만, 중국 역유입 환자 늘어 2차 유행 우려

중앙일보 2020.04.09 00:03 종합 10면 지면보기
8일 봉쇄가 해제된 중국 우한을 떠나기 위해 기차역에 들어서는 시민들. [신화=연합뉴스]

8일 봉쇄가 해제된 중국 우한을 떠나기 위해 기차역에 들어서는 시민들. [신화=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진앙인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 대한 봉쇄 조치가 8일 0시를 기해 해제됐다. 지난 1월 23일 인구 1100만의 도시에 대해 신중국 사상 초유의 봉쇄를 단행한 지 76일 만이다.
  

중국 코로나 사망 현재까지 3333명
광저우·헤이룽장 확진 외국인 비상

미국 하루 1858명 사망 사상 최대
트럼프 “중국 편향 WHO 지원 재고”

우한 주택단지 출입 관리는 여전
 
우한 봉쇄 해제는 중국이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상처는 깊고 넓다. 지난 1월 11일 우한에서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온 이래 7일까지 333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중 우한에서 숨진 사람은 2572명으로 전체의 77%에 이른다. 중국 경제는 마비돼 1978년 개혁·개방 정책 채택 이래 처음으로 1분기 마이너스 10% 성장과 2억 명이 넘는 실업자가 양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코로나19와의 싸움이 끝난 게 아니란 점이다. 우한으로 통하는 길은 열렸지만 우한 주민은 아직도 자유롭게 외부 출입을 할 수 없다. 모든 주택단지에 대한 폐쇄 관리가 한동안 이어진다.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는 이 상황을 빗대 우한 봉쇄가 ‘해제’되긴 했지만 ‘해방’은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중국의 분위기도 가볍지 않다. 최근 확진 판정을 받은 나이지리아인 5명이 광저우(廣州) 시내 곳곳을 누비고 다닌 사실이 알려지며, “광저우에서 코로나 2차 폭발이 발생했다”는 소문이 중국 인터넷을 달궜다. 북쪽 헤이룽장(黑龍江)성에도 비상이 걸렸다. 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중국 헤이룽장성의 수이펀허(綏芬河)로 들어온 코로나19 감염자가 20명이나 됐다. 이제까지 이 루트를 따라 들어온 확진자가 59명에 이른다. 허난(河南)성의 인구 60만 자(郏)현이 무증상 감염자에 의한 잇단 확진자 발생으로 지역 전체가 봉쇄되기도 했다.
 
베이징 분위기도 가라앉아 있다. 아직도 주택 단지마다 출입구 하나만을 남겨 놓고 모든 출입자를 점검한다. 자동차는 트렁크도 열어 숨어들어오는 이가 없나를 감시한다. 식당도 문 열지 않은 곳이 더 많고 영업도 저녁 8시 이전으로 제한하고 있다.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지난 6일 “아무래도 신종 코로나 사태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우울한 전망을 실었다.
 
코로나19 위험이 여전하지만, 중국 유명 여행지에는 관광객이 붐비면서 코로나 2차 유행이 우려되고 있다. 중국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청명절 연휴 기간(4월 4~6일) 안후이(安徽)성 황산(黃山)과 항저우(杭州) 등 중국 유명 관광지를 방문한 단체 여행객 수는 지난달 대비 366%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중국에서 국내 여행, 화장품, 야외용품, 식품 부문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트립닷컴에 따르면 중국 내 교통편 예약이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때와 비교해 50% 증가했고, 청명절 기간 호텔 예약이 60% 상승했다.
 
미국에선 코로나19 사망자가 7일 하루 1858명이 늘어나 종전 최대치를 500명 넘게 경신했다. 최대 진앙인 뉴욕의 하루 사망자도 다시 치솟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 중심적 태도로 아무것도 안 했다”며 “자금 지원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WHO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미국 돈을 받으며, 우리가 대부분의 자금을 대는 데도 중국인의 여행을 금지한 내 조치를 사실상 비판하고 반대했다”며 “그들은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초기에 많은 정보를 갖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아주 중국 중심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5000만 달러 이상을 지원하는 WHO를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서 누적 사망자가 1만2000명을 넘으면서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중국인 여행 금지를 반대한 WHO에 대응 실패의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다.
  
볼턴도 “WHO, 코로나 은폐 공범”
 
백악관을 나간 뒤 ‘트럼프 저격수’로 활동해 온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도 7일 트위터에 “WHO는 중국의 막대한 코로나바이러스 은폐의 공범”이라며 “그(테워드로스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가 속임수를 쓰는 공산주의 정권을 맹목적으로 신뢰해 세계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었다”고 비판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지난 1월 29일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관료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완전한 대유행으로 번질 경우 미국인이 50만명 넘게 숨질 수 있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가 7일 보도했다. 나바로 국장은 2월 23일엔 “코로나19가 완전한 대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미국인 1억명이 감염될 수 있고, 이 가운데 120만 명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내용의 두 번째 메모를 작성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나바로의 메모를 봤냐는 질문에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베이징·워싱턴=유상철·정효식 특파원, 이유정 기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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