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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함께 넘겨 세금 절감…다주택자 집 안팔고 증여 택한다

중앙일보 2020.04.09 00:02 경제 5면 지면보기
서울 강남에 아파트 두 채를 가진 박모(68)씨는 최근 세무사를 찾았다. 올해부터 보유세(재산세+종부세)가 대폭 늘 것으로 예상해 한 채를 줄이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게 유리할지 상담하기 위해서다. 매도나 자녀 증여를 두고 저울질 중인데 증여 쪽으로 기울고 있다. 증여가 어느 때보다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서울의 주택 증여건수 역대 최대치
지난해 12월~올 2월 석달간 6922건
4월 증여시 보유·양도·취득세 줄어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올해 2월 3개월간 서울의 주택 증여 건수가 6922건으로 2006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의 풍선효과다. 정부는 12·16대책에서 종부세를 강화하기로 했다. 세율을 올리고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의 보유세 상한을 높이기로 했다.
 
크게 늘어난 서울 주택 증여

크게 늘어난 서울 주택 증여

급등할 보유세를 생각하면 주택 수를 줄이는 게 절세다. 같은 과세표준(세금 부과 기준 금액)이더라도 다주택자 종부세 세율이 1주택자보다 25~50% 더 높다. 과세표준 3억~6억원의 세율이 지난해 1주택자 0.7%, 다주택자 0.9%에서 올해엔 0.8%, 1.2%로 각각 올라간다. 여기다 정부가 올해 고가주택 공시가격(보유세 산정 기준금액)을 대폭 올리기로 했다.
 
매도를 생각할 수 있다. 마침 정부가 양도세 숨통을 틔워줬다. 12·16대책에서 ‘당근’으로 6월 말까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10~20%포인트 세율 가산)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이어야 한다. 서울에서 이런 집이 13만 가구인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중과가 배제되면 세율이 10~20%포인트 내려가고 다주택자에 적용되지 않던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받는다. 10년이면 양도차익의 20%를 세금 계산에서 뺀다. 양도가격에서 취득가격을 뺀 양도차익이 5억원인 경우 1주택자 양도세가 1억3360만원으로 2주택자 2억2340만원보다 1억원가량 적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앞으로 집값 상승보다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이 더 걱정되면 양도세 중과 배제 기간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자녀가 있는 다주택자는 매도보다 증여로 끌린다. 이우진 세무사는 “과거엔 자녀에게 주택 마련 자금을 지원했지만 지금은 집값이 워낙 비싸 자금을 대는 것보다 증여의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증여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덕을 본다. 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전세보증금 등 채무와 함께 넘기는 부담부증여의 채무 증여에 양도세가 나온다. 채무를 넘기면서 이익을 보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양도세가 중과됐는데 12·16대책의 중과 배제가 부담부증여에도 적용된다.
 
서울 2주택자 보유·처분·증여 세금 모의 계산

서울 2주택자 보유·처분·증여 세금 모의 계산

김종필 세무사가 강남 2주택자를 기준으로 모의 계산해봤다. 지난해 두 아파트 공시가격이 각각 24억원(A)과 10억원(B)으로 총 34억원이다. 올해 예정 공시가격이 45억원(각각 31억원, 14억원)으로 32% 오른다. 두 채를 유지하면 보유세가 지난해 4200만원에서 올해 8000만원으로 2배로 늘어난다. 저렴한 B를 팔면 보유세가 2100만원으로 6000만원가량 줄어든다. B 양도세가 중과 배제로 2억원 줄어든다.
 
증여의 경우 B를 전세보증금 5억원을 끼워 부담부증여하면 B를 모두 증여할 때보다 증여하거나 증여받는 사람 모두 내야 할 세금을 2억원가량 줄일 수 있다. 취득세도 절감한다. 증여받는 사람은 취득세를 내는데 세율이 4%로 높다. 부담부증여이면 채무액의 세율이 일반적인 주택 매매거래에 해당하는 세율을 적용받아 1~3%다. 5억원이면 1%다. 채무액 5억원의 양도세가 중과 적용이 배제되면서 중과보다 5000만원가량 적다.
 
증여가 당분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다주택 보유세를 줄이려면 5월 말까지 증여해야 한다. 증여 취득세를 아끼려면 올해 공시가격이 확정(4월 말)되기 전에 증여하는 게 낫다. 4월에 증여하면 보유세·양도세·취득세를 모두 아낄 수 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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