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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차명진 초고속 제명···판세 예민한 김종인 칼 휘둘렀다

중앙일보 2020.04.08 18:10
차명진 미래통합당 경기 부천병 후보. [중앙포토]

차명진 미래통합당 경기 부천병 후보. [중앙포토]

미래통합당이 8일 세월호 텐트 발언을 한 차명진 후보(경기 부천갑)를 제명하기로 했다. 
 
앞서 차 후보는 TV 토론회에서 "서울 광화문 세월호 텐트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인터넷 뉴스를 인용하면서다. 통합당 선대위 관계자는 “유족들에게 상처를 주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차 후보에 대한 제명 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통합당은 제명을 의결하는 윤리위를 이날 저녁 연다. ‘3040 무지’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김대호 서울 관악갑 후보가 이날 제명된 데 이어 하루에 잇따라 두 명의 통합당 후보가 제명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6일 녹화(8일 오후 5시 30분 방송 예정)된 OBS의 후보자 토론회에서 나왔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과거 차 후보의 세월호 유족 비난 발언을 지적하자 차 후보가 이를 반박하면서다. 차 후보는 2018년 세월호 유족들을 거론하며 “징하게 해먹는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논란을 빚었었다. 다음은 토론회 발언.
 
김상희 후보 “(페이스북 발언으로) 유가족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다 경악을 했습니다”  
 
차명진 후보 “혹시 OOO 사건이라고 아세요? OOO 사건. 저는 페이스북에 (비난) 글을 쓰기 전에 2018년 A 매체에서 세월호 자원봉사자와 세월호 유가족이 텐트 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란한 행위를 했다는 기사를 이미 알고 있습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총선 D-7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총선 D-7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차 후보 즉각 제명을 지시한 것은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었다. 통합당 관계자는 “차 후보의 발언 소식을 들은 김 위원장이 ‘있을 수 없는 발언이고, 세월호 유족에게 상처를 주고 열심히 뛰는 당의 후보들에게도 피해를 줬다’고 대노했다”며 “‘즉각 제명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충남 아산에서 지원 유세를 하고 있었다. 김 위원장은 유세 현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정치인의 말이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것”이라며 “최소한 국회의원 후보 정도면 말을 가려서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 사람으로 인해 많은 후보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서 빨리 (제명)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했다”며 “부적절한 막말을 하는 것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대호 등) 막말 논란이 연달아 터지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엔 “후보 본인의 자질 문제”라고 했다.  
 
'세대 비하' 등 논란으로 구설수에 올라 제명된 관악갑 김대호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미래통합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세대 비하' 등 논란으로 구설수에 올라 제명된 관악갑 김대호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미래통합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고작 총선 일주일을 앞두고 전쟁터에서 싸우는 당 후보가 ‘초고속’ 제명되는 건 이례적이다. 김대호·차명진 후보 모두 논란이 될 발언을 하고 이틀이 안 돼 철퇴를 맞았다. 과거 자유한국당에서도 일부 인사가 5ㆍ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둘러싼 폄하 발언으로 윤리위 징계를 받았지만, 징계 결정은 발언 후 70일이 지나서야 나왔다. 
 
당내에서는 숱한 선거를 치르면서 전국 풍향계를 포착해내는 김 위원장의 예민한 감각이 즉각 제명으로 이어졌다는 반응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지역구 두 곳을 포기하더라도 전체 판세에 악영향을 주는 사안을 조기에 제거해야 한다고 김 위원장이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어설프게 뭉개다 자칫 과거 '김용민 막말'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게 선대위의 입장”이라며 “전투를 목전에 앞두고는 일부 출혈을 감수해도 전선을 명확히 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손국희ㆍ홍지유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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