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코로나 걸릴라, 중소병원 외래환자 30% 급감, 약도 안 팔린다

중앙일보 2020.04.08 18:06
“외래고 입원이고 환자가 80~90% 줄었어요. 병실이 텅 빌 정도예요. 초토화 상태입니다.”
 

경영난 허덕이는 병원들..의협 "줄도산시 의료체계 붕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대 피해지역인 대구의 박신병 대구삼성병원장은 8일 이렇게 말했다. 이 병원은 척추·뇌 관련 질환을 전문으로 한다. 환자 대부분은 50~60대다. 
 
그런데 지난 2월 신천지 교회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쏟아진 이후로 환자 발길이 뚝 끊겼다. 감염 공포에 병원 방문을 꺼리면서다. 박 원장은 “하루 많게는 200명씩 환자가 왔는데 3월엔 20~30명으로 줄었다. 최근 조금 늘어 30~40명 수준이다. 3월 매출이 4분의 1로 줄었다”고 말했다.  
 대구 번화가인 중구 동성로 거리가 한산하다. 뉴스1

대구 번화가인 중구 동성로 거리가 한산하다. 뉴스1

파산 위기 몰린 병원 

 
코로나19 여파로 경영난에 허덕이는 병원이 늘고 있다. 경영난으로 존폐 위기에 놓인 지역 중소병원이 줄지어 문을 닫을 경우 자칫 의료전달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구삼성병원에는 110병상 중 30병상만 차 있다. 그나마도 요양병원에서 받아주지 않아 남아있는 환자라고 했다. 경영난이 이어지면서 140명의 직원 중 10명은 병원을 떠났다. 직원들 월급을 못 줘 50명은 무급휴가를 보냈다. 
 
박 원장은 “직원의 절반 정도만 격일로 출근한다. 매달 4대 보험을 정기적으로 내야 하는데 해결이 안 된다. 제일 급한 게 자금인데 이 상태로면 5~6월엔 폐업하는 곳이 수두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격탄을 맞은 중소병원은 대구뿐 아니다. 서울에 있는 외과 전문병원 민병원의 김종민 병원장은 “3월 중순까지만 해도 환자가 30%가량 줄었는데 지금은 (감소 폭이)50% 가까이 된다”며 “응급인 경우가 아니면 환자가 오지 않는다. 심지어 맹장 환자도 맹장이 다 터져서야 온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생사와 연관 없는 질환의 경우 진료를 다 미룬다. 매출이 반 토막 난 경우가 대부분이고 30% 줄면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한다. 밤에 잠을 못 자고 공황장애가 온 병원장이 많다”고 말했다. 
 

병원 62곳 설문..“외래환자 34% 급감”

 
대합의사협회가 지난달 16~23일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소속 227개 병원을 대상으로 e메일 설문 조사를 실시해 응답한 62개 병원의 경우 지난달 외래환자가 33.8%(전년 동기 대비) 줄었다. 2월 감소 폭(16.3%)의 두 배다. 입원환자도 2월에는 8.2%, 3월에는 24.8%로 각각 감소했다. 
 
환자 수가 줄면서 병원 매출도 급감했다. 월평균 매출액은 2월에만 해도 1년 전보다 8.4% 줄었지만 3월에는 32.5%로 뚝 떨어졌다. 
 
매출은 줄었는 데 비용 부담은 더 늘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들러 의료진을 자가격리시킨 곳에선 이들을 대신할 대진의사를 뽑느라 평균 3707만9000원을 추가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마스크나 손 세정제 구매, 선별 진료소 설치 등 때문에 평균 2000만원 넘는 추가 비용까지 발생했다.   
 
설문에 응한 62개 의료 기관 중 병상수가 100병상 미만인 곳은 33개소(53.2%)였다. 병원이 있는 지역은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25개소(40.3%)와 대구·경북 8개소(12.9%)다.
 전년 동월 대비 일 평균 외래환자 수 변화 (단위: 명, %). 자료 대한의사협회

전년 동월 대비 일 평균 외래환자 수 변화 (단위: 명, %). 자료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의협 중소병원 살리기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은 “많은 병원에서 경영 압박을 해결하기 위해 연차 소진이나 단축 근무, 은행권 대출 등 다양한 자구책을 고려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해결되지 않을 경우 폐업 등 극단적 방법까지 강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자칫 의료기관의 연쇄적인 도산으로 인한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 코로나19 비상대책본부 앞에 의료진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벽면 가득 붙어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 코로나19 비상대책본부 앞에 의료진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벽면 가득 붙어 있다. 뉴시스

중소병원의 경영난이 우려할 수준에 이르며 의협은 정부에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가 투입할 예정인 100조원 규모의 기업구호 긴급자금에서 중소병원들이 배제되지 않아야 한다"며 "국세, 지방세 감면과 6개월 이상 유예도 요청한다”고 말했다.

 
제약업계도 코로나19에 속이 탄다. 병·의원이 영업사원 출입을 막으며 영업이 어려워진 데다 환자가 병원을 안 찾으니 의약품 처방이 줄어 약국 매출이 덩달아 급감했기 때문이다. 
 
정찬웅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홍보팀장은 “외부기관 보고서에서 따르면 코로나 때문에 예상 매출이 10% 축소될 것이라고 한다”며 “여러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는 상황이라 소비되는 의약품이 줄었다”고 말했다. 
 
신약 개발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 팀장은 “통상 품목 허가를 위해 후보물질을 도출하고 동물, 사람 임상을 진행하는데 임상 단계에서 환자 모집이 어렵보니 신약 개발 프로세스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이와 관련해 8일 정례브리핑에서 “중소병원들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정책과제”라며 “정부가 어떠한 대책을 구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보험의 여러 수가를 통해 지원하는 방법과 예비비, 추경예산을 통해 지원하는 방안 등 복지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우선 하고 있다. 손실보상위원회에서 의결한 내용을 바탕으로 늦어도 내일까지 1차적으로 손실보상의 일정 부분을 먼저 지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조정관은 또 “보건당국으로서도 매우 염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처 간 긴밀한 협조를 통해 최대한 신속하게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