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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데 웬 간섭" 만경강서 15시간 낚시·산책한 50대 격리자

중앙일보 2020.04.08 17:27
송하진 전북지사 등이 지난 1일 전주역에서 승객들을 대상으로 개인 방역 물품과 홍보물을 나눠주고 있다. 뉴스1

송하진 전북지사 등이 지난 1일 전주역에서 승객들을 대상으로 개인 방역 물품과 홍보물을 나눠주고 있다. 뉴스1

"너무 답답해서 만경강 따라 산책도 하고, 낚시도 했다."
 

전북 완주군, 미얀마 다녀온 50대 고발
격리 기간 두 차례 자택 벗어난 혐의
자가진단 앱 작동…휴대폰 두고 외출
보건 당국 "무관용 원칙, 엄정 대응"
"추가 확진자 나오면 과실치사 적용"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서 자가격리 지침을 어긴 A씨(53)가 보건 당국에 한 말이다. A씨는 휴대전화를 집에 둔 채 이틀간 두 차례, 모두 15시간을 인근 하천에서 낚시와 산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평소에도 정부의 자가격리 방침과 지자체의 전화 모니터링에 불만을 표출해 보건 당국 관계자들이 애를 먹었다고 한다.   
 
 전북도는 8일 "완주군이 격리지를 무단으로 이탈한 혐의(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A씨를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8일 미얀마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A씨 부인이 미얀마 국적이어서 부인이 있는 미얀마와 한국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귀국 이튿날(2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고 봉동읍 자택에서 오는 11일까지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주택에서 노모와 단둘이 사는 A씨는 지난 7일 오전 7시쯤 자전거를 타고 외출했다. 앞서 오전 5시쯤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을 통해 건강 상태 등 자가 진단을 마친 뒤였다. 해당 앱은 해외 입국자는 의무적으로 휴대전화에 깔아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A씨는 본인 휴대전화를 집에 둔 채 만경강 상류 봉동천에서 낚시와 산책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집 밖에 나선 지 약 11시간 뒤인 오후 5시 40분쯤 귀가했다. 집에 온 A씨는 다시 앱으로 자가 진단을 했다. 무단 이탈을 하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는 게 보건 당국의 판단이다.
 
 완주군 전담 공무원은 이날 오후 1시쯤 전화로 불시 점검하는 과정에서 A씨의 격리지 이탈 사실을 확인했다. A씨가 계속 휴대전화를 받지 않자 경찰과 함께 A씨 자택에 출동했다. 집에는 80대로 추정되는 어머니만 있었다.
 
 완주군 직원이 A씨 행방을 묻자 어머니는 "아들은 만경강에 낚시하러 간 것 같다"고 말했다. 완주군은 곧바로 완주경찰서에 '이탈 신고'를 하고, 합동 수색에 나섰다. 하지만 A씨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오후 5시 40분쯤 자택에 돌아온 A씨가 휴대전화 앱으로 자가 진단 결과를 제출하자 귀가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완주군은 A씨가 일단 격리지로 복귀했다고 보고 경찰에 1시간마다 자택 순찰을 요청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8일 오전 5시 30분쯤 경찰과 함께 A씨 자택에 출동했지만, 이미 외출한 뒤였다. 이번에는 아예 본인 휴대전화를 가지고 나갔다. 완주군과 경찰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전화기는 꺼진 상태였다.
 
 A씨는 이날도 오전 4시 10분쯤 앱을 통해 자가 진단 내용을 입력한 뒤 집을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약 4시간 뒤인 오전 8시 30분쯤 집에 들어오다가 자택에서 기다리던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잠깐 만경강에 산책하고 왔다"고 말했다. A씨는 현재 자택에서 완주경찰서 감시 아래 격리 중이다. 
 
 보건 당국은 현재까지 폐쇄회로TV(CCTV) 확인 결과 A씨와 접촉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집에 사는 A씨 어머니는 집 안에서 아들과 따로 생활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완주군 관계자는 "A씨는 행정 당국에서 전화하는 것도 불만이 있었다. 이야기가 잘 통하는 분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얀마 현지에서 의사가 영어로 적어 준 건강 진단서를 보여준 적이 있는데, 직원들이 '잘 모르겠다'고 하자 외려 '공부 좀 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혼냈다. '나는 건강한데 너희가 왜 이리 간섭하냐'는 식이었다"고 했다. 

 
 완주군은 A씨가 고의로 격리지를 무단으로 이탈한 것으로 보고, 무관용 원칙에 따라 그를 경찰에 고발했다. A씨는 강화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 있다. 
 
 임재옥 전북도 사회재난과장은 "자가격리 대상자가 이탈 과정에서 타인과 접촉해 추가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형법상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하고, 방역 비용 등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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