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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2분 늦춰 살려낸 심장”…간신히 이송해 이식 수술

중앙일보 2020.04.08 16:00
인천 가천대 길병원 심장이식 환자 격리실. 가천대 길병원

인천 가천대 길병원 심장이식 환자 격리실. 가천대 길병원

“코레일과 공조로 얻은 2분이 새 생명을 살렸습니다”
 
2분 늦게 출발한 KTX 열차가 한 심장 질환 환자를 살렸다. 8일 인천 가천대 길병원에 따르면 말기 심부전증 환자 A씨(41)는 지난 4일 늦은 밤 우여곡절 끝에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8년을 기다려온 수술이었지만 수술 직전까지 마음을 졸였다.
 
당초 기증자의 심장은 4일 오후 전남 광주의 모 병원에서 적출된 뒤 소방 헬기를 이용해 인천 길병원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장기 적출이 늦어진데 이어 소방헬기까지 강풍으로 뜰 수 없게 되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의료진은 KTX와 앰뷸런스를 이용해 광주에서 인천까지 장기를 옮기기로 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당일 오후 가장 빨리 탈 수 있는 KTX는 광주송정역에서 9시에 출발하는 열차였다. 이 열차를 놓치면 1시간 30분을 기다려야 했다. 그럴 경우 심장 적출 후 환자 이식까지 필요한 골든타임 4시간을 넘겨 기증자와 공여자의 희망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컸다.  
 
다급했던 이순미 길병원 장기이식센터 실장은 광주송정역으로 전화를 걸어 출발시각을 10분 늦춰달라고 요청했다.
 
사정을 들은 코레일 측도 신속하게 대응했다. 역 광장부터 승강장까지 곳곳에 역무원을 배치해 기증자의 심장이 역에 도착하자마 열차에 실릴 수 있도록했다. 덕분에 심장은 오후 8시 30분께 적출된 뒤 30분 만에 KTX 열차에 올랐다. 열차는 예정된 출발 시각보다 2분 늦은 오후 9시 2분께 광주송정역을 출발했다. 이후 경기 광명역에 도착한 뒤 앰뷸런스에 실려 오후 11시께 인천 길병원에 도착했고, 12시간의 수술 끝에 A씨에게 이식됐다. 
 
심장 이식 수술을 집도한 박철현 길병원 교수는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며 “생명을 구하기 위해 협조해 준 코레일과 열차 출발 시각이 다소 늦어져 기다려야 했던 수많은 승객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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