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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안낀 외국인 분리수거" 차별 서럽다던 중국이 더 한다

중앙일보 2020.04.08 15:09
중국 위챗에 게재됐다는 '중국 당국의 방역 정책에 비협조적인 외국인은 분리수거 쓰레기'라는 글에 삽입된 만화. [섭차이나닷컴 캡처]

중국 위챗에 게재됐다는 '중국 당국의 방역 정책에 비협조적인 외국인은 분리수거 쓰레기'라는 글에 삽입된 만화. [섭차이나닷컴 캡처]

 
중국의 일부 네티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는 외국인들은 쓰레기로 분리 수거하자”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 관련 소식을 전문으로 다루는 영문 온라인 매체 섭차이나닷컴이 지난 6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중국 차별에 중국인도 외국인 차별 부추겨

 
이 매체는 중국계 미국인들이 주로 제작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인종 차별이 미국ㆍ유럽뿐 아니라 중국 내에서도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관련 내용이 퍼진 곳은 중국어권에서 많이 쓰이는 메신저인 위챗이다. 섭차이나닷컴은 “위챗의 한 채널에 올라온 ‘외국 쓰레기를 분리 수거하는 만화 안내서 내용”이라며 마스크를 하지 않은 채 지나가는 흑인을 중국인들이 잡아 분리 수거통에 넣는 만화 컷 등을 소개했다. 
 
중국 내에선 반미 감정도 고조돼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를 두고 '중국 바이러스'라고 공공연히 칭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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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매체에 따르면 위챗의 이 글은 중국 당국의 신종 코로나 방역 정책에 비협조적인 외국인들을 “분리수거가 필요한 쓰레기”라며 구체적인 분리 원칙까지 제시했다고 한다. 중국은 현재 마른 쓰레기와 젖은 쓰레기, 재활용품과 유해 쓰레기 등 네 가지 종류로 분리수거를 시행하고 있다.  
 
우선 마른 쓰레기. 해당 위챗 채널은 “해외에서 돌아온 뒤 자가 격리 의무를 깨고 밖으로 나가 조깅한 외국인은 마른 쓰레기”라며 그 이유를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담보로 자신의 자유를 부당하게 즐겼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이 밖에도 최근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격리 중 심야에 배달 음식을 시켜 구설에 오른 외국인 농구선수를 언급하면서는 “특권을 남용한 죄가 있지만, 중국 팀에서 뛰고 있으니 교육을 받으면 된다”며 “마른 쓰레기로 정하겠다”고 적고 있다.  
 
중국 당국은 신종 코로나 사태로 숨진 이들을 기리기 위해 4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 조기를 내걸었다. 또 오전 10시엔 중국 전역이 3분간 묵념을 갖는 시간을 가졌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 당국은 신종 코로나 사태로 숨진 이들을 기리기 위해 4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 조기를 내걸었다. 또 오전 10시엔 중국 전역이 3분간 묵념을 갖는 시간을 가졌다. [중국 신화망 캡처]

 
비협조적인 정도가 더 강한 경우 ‘젖은 쓰레기’와 ‘유해 쓰레기’로 분류된다. 위챗의 이 글은 “일부러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외국인은 젖은 쓰레기”라며 “고마움을 모르고 배은망덕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달았다.  
 
이 밖에도 “신종 코로나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확산이 막 시작된) 자국이 아닌 중국으로 입국하려는 외국인”이나 “겉으로는 중국을 칭찬하면서 중국을 비난하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외국인”은 유해 쓰레기로 분류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 위챗의 '외국인 분리수거' 만화 안내문 중 일부. 현재는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 [섭차이나닷컴 캡처]

중국 위챗의 '외국인 분리수거' 만화 안내문 중 일부. 현재는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 [섭차이나닷컴 캡처]

 
이 내용은 트위터에서도 화제가 됐다. 트위터 이용자 중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밝힌 이는 “대다수 평범한 중국인들은 이렇게 생각하거나 행동하지 않는다”는 항변을 올리기도 했다.  
 
섭차이나닷컴은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인 등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해지고 있다는 점을 꾸준히 지적해온 매체다. 이번엔 역으로 중국 내에서도 인종차별이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제기한 셈이다. 
 
섭차이나닷컴은 “신종 코로나의 해외 유입 감염이 많아지면서 중국 내에서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과 불신이 커지고 있다”며 “이 같은 인종차별적인 내용은 중국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외국인 차별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고 우려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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