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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들 "사회적 거리두기 무너질라" 돌봄 급증에 고민 커져

중앙일보 2020.04.08 14:00
지난 1월28일 대구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뉴스1

지난 1월28일 대구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뉴스1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학교에 아이를 맡기는 '긴급 돌봄'을 활용하는 학부모가 크게 늘면서 일선 초등학교에선 학교 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긴급 돌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개학 연기로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한 학부모를 위해 학교에서 학생을 돌봐주는 제도다. 지난달 2일 도입된 긴급 돌봄은 당초 일주일만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개학이 더 미뤄지면서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도입 초기 긴급 돌봄 신청률은 낮은 편이었다. 집단 감염을 우려한 학부모들이 참가를 주저해서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초등학생 신청자는 전체의 1.8%인 4만8656명에 그쳤다. 실제 참가율도 낮았다. 지난달 3일 서울시 기준 긴급 돌봄 초등학생은 5421명(신청자의 40.1%)에 불과했다.
 

돌봄 신청 급증…"사회적 거리 두기 무너진다"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동교초등학교에서 운영중인 긴급돌봄교실에서 학생들이 서로 떨어진 채 학습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동교초등학교에서 운영중인 긴급돌봄교실에서 학생들이 서로 떨어진 채 학습을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겨울방학 이후 집에서 아이를 돌본 기간이 석달을 넘어서자 상황이 달라졌다.이달 초까지 50%대에 머물던 서울 초등학생 돌봄 참가율은 지난 6일 기준 70.1%로 뛰었다. 
 
초등학생 아이를 둔 김모(36)씨는 "몇달 동안 아이를 돌보다 보니 많이 지쳤고, 휴가도 다 썼다"며 "개학하면 온라인 학습도 도와주고, 식사도 주는 학교에 아이를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A초교 교장은 "하루하루가 다르다. 돌봄 신청을 하려는 학부모 전화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지금 분위기로는 개학 후에는 감당 못 할 만큼 수요가 많아질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학교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상당수 학교가 긴급 돌봄 공간으로 온라인 학습 환경이 마련된 컴퓨터실·멀티미디어실 등을 사용하는데, 신청이 급증할 경우 가득이나 한정된 공간에 아이들이 늘어 '사회적 거리 두기'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코로나19 확산을 염려해 학교에서 학생 사이 거리를 2m 이상 유지하라고 권고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교실(면적 67.5㎡)당 최대 학생 수는 5~6명이다. 많은 학교에서는 돌봄 공간으로 쓰고 있는 컴퓨터실·멀티미디어실 면적을 고려해 한 공간당 10명 내외의 학생을 돌보고 있다.
 
일부 학교는 이미 돌봄 학생이 100명을 넘어서면서 돌봄 공간이 포화 상태다. A초교 교장은 "70여명이던 돌봄 학생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 멀티미디어실, 컴퓨터실 등 3곳이 꽉 찼다"면서 "학생이 더 늘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등교를 연기한 의미가 없어질까 겁난다"고 했다.
 
교실을 돌봄 공간으로 쓰는 것도 검토하고 있지만, 관리 인력이 부족한 게 걸림돌이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지금도 돌봄 전담사로 부족해 교사들까지 돌봄에 투입했다"면서 "교실까지 학생이 차면 식사 시간, 쉬는 시간에 통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 "오전·고학년 돌봄은 멈췄으면"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 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공립 특수학교인 인천청인학교 긴급 돌봄교실 앞에서 창문 너머로 한 학생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 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공립 특수학교인 인천청인학교 긴급 돌봄교실 앞에서 창문 너머로 한 학생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돌봄 학생 급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추가 돌봄 신청을 최대한 수용하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와 협의한 결과 긴급 돌봄 신청은 앞으로도 가능한 한 받아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학교의 수용 능력 이상으로 신청이 몰리면, 맞벌이·한부모 가정 자녀에게 우선순위를 두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개학 전까지 돌봄 수요를 다시 조사해서 대책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현장에서는 온라인 개학 후에는 오전에 운영하는 긴급 돌봄을 폐지하거나 대상을 1~2학년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개학 연기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도입한 긴급 돌봄은 개학 후에는 중단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그는 "긴급 돌봄 시간이나 대상을 유지한 채 학생까지 늘어나면 사실상 원격수업에 등교까지 동시에 하는 것과 같아 학교에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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