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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레고야, 로봇이야…브릭에 동작기술 건 엔지니어들

중앙일보 2020.04.08 12:00

[더,오래] 장현기의 헬로우! 브릭(8)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자 발명가인 정약용 선생을 모르시는 분은 없겠죠? 거중기와 녹로 등 당시로서는 최첨단 과학 기술을 바탕으로 한 기계장치를 발명한 분이니 가히 조선 최고의 테크니션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할 브릭 아티스트는 한 분이 아니라 팀입니다. 정약용 선생에 대한 팬심으로 그의 호를 따서 팀 명을 지은 레고 테크닉 팀 ‘다산(DASAN)’입니다.
 
국내에도 많은 브릭 아티스트가 있지만 팀으로 활동하는 경우는 다섯 손가락에 꼽힐 만큼 적습니다. 팀워크가 생명인만큼 개개인의 확고한 개성 때문에, 또는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많은 팀들 뭉치고 또 헤어지기도 하죠. 다산팀은 2014년 브릭코리아컨벤션에서 만나 6년째 함께 해오고 있는 창작 커뮤니티입니다. 나이도, 직업도, 사는 곳도 모두 다른 이들이 어떻게 모여서 멋진 브릭 아트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요?

 
테크닉팀 다산. 왼쪽부터 신권수, 최진성, 이해동, 김진영, 김재훈작가. [사진 브릭캠퍼스]

테크닉팀 다산. 왼쪽부터 신권수, 최진성, 이해동, 김진영, 김재훈작가. [사진 브릭캠퍼스]

 
레고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전 연령대가 사랑하는 완구입니다. 그중에서도 성인 레고 팬을 ‘AFOL(Adult Fan of Lego)’ 부르는데요, 이 AFOL이 증가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바로 1977년부터 시작된 테크닉 시리즈의 출시였습니다. 테크닉 시리즈는 레고가 단순한 브릭 완구를 넘어서 한층 더 높은 수준의 작품을 구현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정적인 표현만이 가능했던 기존의 제품과는 다르게 회전축, 톱니바퀴, 피스톤, 파워 펑션과 같은 부가장치를 통해 기계장비나 로봇, 자동차처럼 실제로 움직이는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때문에 타깃층도 일반 레고 제품과는 다르게 주로 성인 마니아 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레고사에서출시한 테크닉 제품들. [사진 LEGO]

레고사에서출시한 테크닉 제품들. [사진 LEGO]

 

구석에서 시작된 매니아들의 반란

기성 제품으로 출시된 테크닉 레고를 완성하는 것도 난이도가 높은데, 직접 디자인과 설계를 하고 구동까지 가능하게 하려면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죠. 그래서인지 테크닉은 브릭 아트 분야 중에서도 활동하는 아티스트가 가장 적은 편에 속합니다. 다산팀은 스스로를 브릭 아트계의 아웃사이더라고 소개하며, 팀을 시작하게 된 원동력은 ‘구석의 서러움’이라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작가들은 조카와 아들의 레고를 조립해 주다가, 혹은 어린 시절부터 레고를 가지고 놀던 공학도 출신으로, 움직이는 레고에 빠지게 된 저마다의 사연으로 브릭 아티스트가 되었습니다. 제1, 2회 브릭코리아컨벤션에 각자 개인 작품을 출품했는데, 테크닉 분야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작다 보니 전시 부스도 작고 소위 메인 동선에서 떨어진 자리에서 전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2회째의 전시가 열리던 마지막 날, 서로의 작품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모여 ‘우리 부스는 왜 매해 구석이냐’는 푸념을 하게 되었다죠.
 
현재 팀의 리더인 김재훈 작가가 나서 각자 활동하던 멤버들을 모아 커뮤니티를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테크닉이 굉장히 재미있는 카테고리라는 것을 우리가 뭉쳐서 보여주자’며 단합을 하였고 그것이 팀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제3회 브릭코리아컨벤션 주최 측에 3m X 6m 사이즈의 대형 부스를 달라고 덜컥 저질러 버렸고, ‘다산 인프라 코어’라는 주제로 중장비 디오라마를 출품하였습니다. 국내 첫 테크닉 팀의 작품은 단연 그해의 최고 이슈로 떠올랐고 다산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죠. 그 후 지금까지 매년 다른 주제로 브릭코리아컨벤션에 출품을 하고 있고, 레고 코리아와의 협업 등 다양한 전시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2015년 다산팀의 브릭코리아컨벤션 출품작.

2015년 다산팀의 브릭코리아컨벤션 출품작.

 

팀의 작업방식은 어떻게 다를까?

다산팀은 현재 9명의 멤버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 4명은 비정기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코어 멤버 5명이 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울부터 속초까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사는 데다 최진성, 이해동, 김재훈 작가는 각자 가게를 운영하고 있고 신권수, 김진영 작가는 자동차 회사 엔지니어와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어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오프라인 모임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테크닉 아트는 주로 움직이는 차량 위주의 작품이 많기 때문에 모터스포츠, 오프로드, 중장비 등의 큰 주제를 정한 뒤 작품의 소주제를 정해서 작업을 합니다.
 
다섯 명의 작가는 기구, 설계, 디자인, 공학, 프로그래밍 등 관심분야가 다른데 그것이 모두 테크닉 작업에 있어 적재적소에 쓰입니다. 작품을 만들다 중간 점검 모임에서 만나 각자의 전문 분야에 대해 서로 부족한 점은 보완해 주고 뛰어난 점은 벤치마킹하며 작업을 이어갑니다. 6년간 이렇게 함께해오다 보니 개개인의 실력도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각자 활동했으면 이 정도로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그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브릭 아티스트들이 공감하는 어려움

테크닉 브릭 아트의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실제 기계와 같은 움직임을 구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산팀의 작가들은 테크닉 브릭에 있어 움직임은 기본이라고 말합니다. 오히려 움직임을 보여주기 전에 관객이 작품 자체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볼품이 있게 만드는 것, 즉 아름답게 디자인을 해야 하는 점이 가장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브릭 아티스트라면 누구나가 겪을 법한 부품 수급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부품들은 해외에서 주문하는데 대형 제품 박스에서 단 두 개의 브릭만 쓰고 나머지는 그냥 모아두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브릭 아티스트들이 부품을 구할 수 있는 경로가 더욱 다양해진다면 지금보다 멋진 작품들이 더 많이 탄생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첫번째 공동작업으로 탄생한 컨테이너 터미널 디오라마

다산팀의 작가들은 거주하는 지역이 다르기 때문에 공동작업에 있어서는 항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때문에 주로 공통의 주제를 팀원 개개인이 해석하여 작품을 만들고, 간단한 소품 등을 이용하여 하나로 묶는 방법으로 전시를 해오곤 했죠. 하지만 '컨테이너 터미널 디오라마'는 기획부터 결과물까지 완벽한 공동작업을 목적으로, 가상의 스케치를 팀원별로 구획을 나누어 실 제작하고 정기적인 미팅을 통해 조율하며 완성한 팀 최초의 공동작업 작품입니다. 팀이면서 주로 개인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 물리적인 환경을 극복하고 완성한 첫 작품이라 모두 큰 애착을 가지고 있답니다. 또 그들은 진화된 전시는 체험을 포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테크닉 작품이면서 움직임은 보여줄 수 없었던 반쪽 전시를 해오던 그동안의 환경은 꼭 풀어야 하는 난제였습니다. 관람객에게 구동하는 모습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긴 하지만, 이 작품을 통해 어느 정도의 성과는 이뤘습니다.

 
브릭캠퍼스 서울에 전시 중인 작품 컨테이너 터미널 디오라마와 그래픽(위)

브릭캠퍼스 서울에 전시 중인 작품 컨테이너 터미널 디오라마와 그래픽(위)

 

다산팀의 끝없는 도전

현재 다산팀은 브릭캠퍼스 월드투어 전시를 위해 국내 최초로 레고 테크닉과 공압시스템을 접목해서 만든 중장비 작품들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컨테이너 터미널 디오라마’를 통해 실제 구동이 가능한 전시로 한 단계 발전했다면 장기 전시에 보다 효과적인 시스템을 고민하여 더욱 멋진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 다음 과제입니다. 작가들은 스스로를 아티스트의 탈을 쓴 엔지니어라고 표현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다양하고 많은 움직임들을 멋진 디자인 안에 담을 것인가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진보된 기술을 선보일 수 있는 진화된 작품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습니다. 팀원들 모두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10년, 20년 동안 계속해서 ‘다산’으로 함께 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앞으로도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작품을 만들어 세계 최고의 테크닉 브릭 아트팀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세계 곳곳에 ‘다산’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는 그날을 기대해봅니다.

공압시스템을 이용한 다산팀의 중장비 작품.

공압시스템을 이용한 다산팀의 중장비 작품.

 
(주)브릭캠퍼스 대표이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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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기 장현기 (주)브릭캠퍼스 대표이사 필진

[장현기의 헬로우! 브릭] 전시, 콘서트, 뮤지컬 등 라이브 콘텐츠의 프로듀서이자 연출가. 20여년간 수백 편의 라이브 콘서트, 쇼, 뮤지컬, 전시 등을 제작 연출했다. 2014년부터 전시 기획자로 변신하여 활동하던 중 우연히 알게 된 브릭 아트에 매료되어 4년간의 준비 끝에 세계 최초의 브릭 아트 테마파크 ‘브릭캠퍼스’를 오픈, 현재 제주와 서울에서 테마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장난감으로 여겨지던 브릭이 최고의 예술 소재가 될 수 있고, 무한한 잠재력과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재미있고도 놀라운 사실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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