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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어떻게 살 것인가? 위대한 직장은 멀리있지 않다

중앙일보 2020.04.08 09:00

[더,오래] 한익종의 함께, 더 오래(46)

 
미국의 격주간 종합경제지 포춘은 지난 1998년부터 일하기 좋은 직장 100개를 선정해 매년 신년 호에 발표하고 있다. 일하기 좋은 직장을 ‘GWP(great work place)’라고 명명하는 데, 다른 말로 위대한 직장, 또는 초우량기업 등으로도 표현한다.
 
포춘이 선정하는 기준은 미국의 경영컨설턴트인 로버트 레버링 박사의 주장에 근거하고 있다. 레버링 박사는 세계 우량기업을 조사한 결과 좋은 직장은 세 가지의 항목에서 다른 기업들보다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좋은 직장을 평가하는 세 가지 기준은 구성원의 자부심, 상하 간 신뢰감, 그리고 재미있는 일터다.
 
좋은 직장은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야 한다. 급여와 복리후생이 높고, 남들이 들어가기 어렵다고 치켜세우는 회사라야 생기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올바르고 건전한 기업문화가 정립돼야만 가능하다. [사진 pexels]

좋은 직장은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야 한다. 급여와 복리후생이 높고, 남들이 들어가기 어렵다고 치켜세우는 회사라야 생기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올바르고 건전한 기업문화가 정립돼야만 가능하다. [사진 pexels]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기업이 좋은 직장 만들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급여와 복리후생이 잘 돼 있다고 해서 회사에 만족하고 오래 근무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을 보면 이 세 가지 요소가 잘 조화를 이뤄야 함을 알 수 있다.
 
좋은 직장이란 첫째,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야 한다는 점이다. 자부심은 큰 회사, 급여와 복리후생이 상대적으로 높은 회사, 남들이 들어가기 어렵다고 치켜세우는 회사라야 생기는 것이 아니다. 좋은 회사라는 자부심은 다양한 분야에서 올바르고 건전한 기업문화가 정립돼야만 가능하다.
 
둘째, 신뢰감은 직장 상하 간, 동료 간의 신뢰를 뜻하는 데 특히 조직의 리더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 리더에 대한 신뢰는 과거처럼 계급과 연륜이 높다고 해서 형성되는 부분은 아니다. 직장 상하 간 신뢰는 올바른 평가, 사심 없는 부하육성, 조직에 대한 리더의 기여도 등 다양한 요소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셋째, 재미있는 직장이다. 쉽게 얘기해 회사에 나가는 것이 즐겁고 동료와 일하는 것이 재밌다는 얘기다. 흥미 부분은 자신의 특장점을 살려 일함으로써 성취감을 느끼며 동료와 어울려 어려운 부분도 함께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있고, 일을 통해 자신의 미래비전을 달성함으로써 가능하다.
 
그렇다면 GWP를 이루는 3대 요소는 인생 2막인 직장생활 할 때만 적용되는가? 아니다. 놀랍게도 이 GWP는 은퇴 후의 삶인 인생 3막에서도 매우 중요한 삶의 지표다. 은퇴 후 30년 이상을 무엇인가는 해야 하고, 직장보다는 직업이 중시되는 인생 3막에서는 오히려 더 강조해야 할 일종의 삶의 요소다. 인생후반부 자체를 위대한 직장, 삶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이웃과 사회가 내가 있어야 한다는 느낌, 자신의 역할을 좀 더 활발히 하고 공동으로 발전해 가는 모습을 봄으로써 성취감을 가질 때 사회에 대한, 나에 대한 자부심을 높일 수 있다. [사진 pexels]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이웃과 사회가 내가 있어야 한다는 느낌, 자신의 역할을 좀 더 활발히 하고 공동으로 발전해 가는 모습을 봄으로써 성취감을 가질 때 사회에 대한, 나에 대한 자부심을 높일 수 있다. [사진 pexels]

 
인생후반부에는 무엇보다도 자부심과 자존감을 유지해야 한다. 직장생활에서는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면, 은퇴 후는 자신과 자신이 연을 맺고 있는 가정과 사회,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야 가능하다. 그 자부심을 이루는 것은 사회적 연대감과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다. 이는 사회에 대한 기여와 그를 통해 함께 발전하는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이웃과 사회에 내가 있어야 한다는 느낌, 그 느낌을 통해 자신의 역할연기를 좀 더 활발히 하고 공동으로 발전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성취감을 가질 때 사회에 대한, 나에 대한 자부심을 높일 수 있다. 인생후반부 자칫 사회와 소원해지고 자신의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자괴감을 떨칠 수 있는 자부심은 사회에 대한 기여로 가능하다.
 
둘째, 인생후반부에는 직장에 대한 신뢰감을 넘어 자신에 대한 신뢰와 인생후반부 인연을 이어 갈 사람과의 신뢰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는 단지 직장생활에서 이뤄지는 수직적 신뢰가 아니라 이웃과의 수평적 신뢰로 바꿔야 한다.
 
서로 돕고 용기를 북돋우며 시나브로 사그라지는 열정과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나에 대한 신뢰, 이웃과 사회에 대한 신뢰는 내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것으로 가능하다. 상대방에 기여함으로써 상대편이 나를 믿고 함께 하는 순간 느끼게 되는 자신에 대한 신뢰를 확인해 보자.
 
셋째, 삶이 재미있어야 한다. 직장 생활할 때 어느 사장이 자기는 회사 나가는 즐거움에 새벽 일찍 출근해 일을 시작한다고 해 이를 들은 많은 부서장이 회의를 마치고 실소했던 기억이 난다. 대다수의 직장인이 회사 나가는 걸 썩 즐기지 않는다는 걸 보면 조금 황당한 표현이어서였던 것 같다. 그 당시 회사는 소위 먹고살기 위해 경쟁적으로 사는 장소였으니 그런 생활이 반복되는 직장이 즐겁다니 말이 되는가? 그러나 인생후반부는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즐거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내 삶 자체가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 것인가? 위대한 직장은 회사 생활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인생후반부는 삶 자체가 ‘GREAT WORK PLACE’가 돼야 한다. 좋은 삶은 기여와 공헌의 삶을 살아감으로써 가능하다. [사진 pxhere]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 것인가? 위대한 직장은 회사 생활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인생후반부는 삶 자체가 ‘GREAT WORK PLACE’가 돼야 한다. 좋은 삶은 기여와 공헌의 삶을 살아감으로써 가능하다. [사진 pxhere]

 
얼마 전 친구들이 내 인생후반부를 부러워하는 말을 하길래 내가 한 얘기가 있다. “배고플 각오만 있으면 누구든지 가능해.” 욕심을 버리고 함께 하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늘 즐거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한 대답이었다. 재미있는 삶, 즐거운 삶은 욕심을 줄이고 이웃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일단은 가능하다. 내가 가진 것, 내가 자신 있게 하는 것을 베풀고 나누면서 함께 즐거워하는 데 그것이 즐거운 삶이 아니라면 인생후반부는 정말 무의미하며 재미없는 삶의 연속일 뿐이다.
 
이웃을 돌아보자. 인생 2막을 떠나 인생후반부를 살아가는 이웃을 관찰하자.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자신만 잘살면 된다며 지루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얼굴을, 표정을 살펴보라. 또 과거 자신만을 위한 삶에서 벗어나 이웃과 함께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자신 있는 일을 하면서 이웃과 사회에 공헌하고 있는 사람의 얼굴을 살펴보자. 답은 자명하다.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 것인가? GWP, 위대한 직장은 회사 생활할 때만 필요한 게 아니다. 인생후반부는 삶 자체가 ‘GREAT WORK PLACE’가 돼야 한다. 좋은 삶은 기여와 공헌의 삶을 살아감으로써 가능하다. 인생후반부 내 삶 자체를 GWP로 만들어 보자.
 
푸르메재단 기획위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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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익종 한익종 푸르메재단기획위원 필진

[한익종의 함께, 더 오래] 봉사는 자기애의 발현이다.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자만이 남에게 봉사할 수 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연대가 줄면서 자존감이 떨어지는데 봉사는 나를 필요로 하는 대상을 찾아, 내 존재를 확인하게 해준다. 내 존재를 확인하고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 봉사다. “봉사하라, 봉사하라! 오래 가려면 함께 하자”고 외치는 필자의 봉사 경험을 통해 봉사가 어렵고 거창한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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