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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0년 신승훈 “이제야 아티스트 될 준비 마친 것 같다”

중앙일보 2020.04.08 08:00 경제 6면 지면보기
30주년 기념 스페셜 앨범 ‘마이 페르소나’를 발표한 가수 신승훈. [사진 도로시컴퍼니]

30주년 기념 스페셜 앨범 ‘마이 페르소나’를 발표한 가수 신승훈. [사진 도로시컴퍼니]

“요즘은 유튜브에서 뭐든지 ‘5분 요약’해서 볼 수 있는 시대잖아요. 지난 30년 동안 제가 부른 곡만 300곡 남짓 될 텐데 다 들어보기 쉽지 않죠. 그래서 만들게 된 명함 같은 앨범이에요. ‘신승훈 음악 궁금하면 한번 들어봐’ 하고 건넬 수 있는.” 
 

스페셜 앨범 ‘마이 페르소나’ 발매
음악인생 자화상 같은 8곡 담아
코로나로 전국투어는 6월로 미뤄

신승훈(54)은 8일 발매되는 30주년 기념 스페셜 앨범 ‘마이 페르소나(My Personas)’를 이렇게 소개했다. 1990년 ‘미소 속에 비친 그대’(1집)를 시작으로 2000년 ‘전설 속의 누군가처럼’(7집)까지 7연속 밀리언셀러를 기록하고, 자신의 이름을 딴 콘서트 ‘더 신승훈 쇼’를 1000회 이상 진행해온 가수치곤 겸손한 말이다. 6일 화상으로 만난 그는 “맘보ㆍ디스코ㆍ뉴 잭 스윙 등 여러 장르에 도전했지만 발라드로 유독 큰 사랑을 받았으니 ‘발라드의 황제’는 맞는 것 같은데,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국민가수’ 호칭은 반납한 지 오래”라고 소회를 밝혔다.
 
신승훈은 ’가수로 사는 것은 마라톤과 비슷한 것 같다“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꾸준히 음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도로시컴퍼니]

신승훈은 ’가수로 사는 것은 마라톤과 비슷한 것 같다“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꾸준히 음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도로시컴퍼니]

하여 5년 만에 선보인 새 앨범엔 자화상 같은 8곡을 담았다. 그는 “봉준호 감독이 나의 페르소나는 송강호 배우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가수이자 프로듀서로서 분신 같은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과거 히트곡을 리메이크하는 대신 초기 신승훈표 발라드를 연상케 하는 곡들을 새로 만들었다. 타이틀곡을 두고 ‘여전히 헤어짐은 처음처럼 아파서’와 ‘그러자 우리’가 끝까지 5 대 5로 의견이 갈리자 더블 타이틀곡으로 정했다. “전자가 ‘너 울어? 내가 더 울려줄게’ 하는 전형적인 신승훈 곡이라면, 후자는 ‘너 울어? 그럼 나 가만히 있을게’ 하는 서정적인 곡”이란다.  
 

“결혼 안 하냐고? ‘늦어도 11월에는’ 힌트”

하지만 정작 그가 마음을 준 곡은 ‘내가 나에게’다. “꿈을 꾸던 아이가 왜 한숨만 늘었는지” “지킬 게 많아졌니 넘어질까 봐 머뭇거리니”라고 자신에게 묻는 곡이다. 영화 ‘라라랜드’를 보고 만든 ‘늦어도 11월에는’ 가사도 귀를 붙든다. “만약에 나의 삶이 사계절이라면 지금 한 9월쯤 됐을까”라며 지난 세월을 계절에 빗댄 곡이다. “결혼 생각이 없냐고 물으면 이 노래로 답을 대신하고 싶어요. ‘소나기 쏟아지듯 사랑에 빠졌던 4월’도 있었고, ‘아침에 눈을 뜨면 행운이 날 기다린 듯 꿈같던 5월’도 있었거든요.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하고 싶다는 것도 아닌데 ‘늦어도 11월에는’ 누군가 와준다면 할 수도 있다는 거죠.”
 
1990년 ‘미소 속에 비친 그대’로 데뷔했을 당시 모습. [중앙포토]

1990년 ‘미소 속에 비친 그대’로 데뷔했을 당시 모습. [중앙포토]

가수로서 쌓아온 커리어에 대한 구분도 명확했다. “처음 10년은 명실공히 스타였죠. 엄청나게 많은 사랑을 받고, 그 와중에도 계속 곡을 쓰느라 정신없었고. 그다음 10년은 뮤지션이 되고 싶은 싱어송라이터였던 것 같아요. TV에 나오는 연예인보다는 공연으로 팬들에게 찾아가고 싶었으니까요. 20년 차가 지난 후로는 아티스트를 꿈꾸는 프로듀서였던 것 같아요. MBC ‘위대한 탄생’(2011), Mnet ‘보이스 코리아’(2012~2013)부터 지금 출연 중인 Mnet ‘내 안의 발라드’까지 오디션 프로그램도 많이 했고, 2017년 데뷔한 로시(21)라는 가수도 키우고 있으니까요.”
 
갓 데뷔한 신인도 스스로 ‘아티스트’라 칭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의 정의는 무엇이길래 “이제 준비는 마친 것 같고, 내년부터는 아티스트라는 얘기를 듣고 싶다”는 걸까. 그는 “아티스트란 다른 장르와 비교해도 견줄만한 사람”이라고 답했다. “비디오아트에 백남준이 있다면, 대중음악에는 누가 있을까요. 조용필 하면 모두 고개를 끄덕이거든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거죠. 이만큼 곡을 쓰고 불렀으니 제가 뮤지션이자 싱어송이라이터인 것은 맞지만, 아티스트는 아무나 되는 건 아니거든요. 원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  
 

“음악 하면 조용필 정도 돼야 아티스트”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1996)이 수록된 5집에서는 전곡 작사ㆍ작곡ㆍ프로듀싱ㆍ디렉팅 등 1인 5역에 도전할 만큼 완벽주의 성향이 강했던 그는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법도 알게 됐다”고 했다. 이번 앨범에서도 후배 곡을 리메이크한 원우의 ‘워킹 인 더 레인’(2007)과 더필름의 ‘사랑, 어른이 되는 것’(2014)를 제외하면 6곡 모두 그가 작곡했지만, 작사는 심현보ㆍ양재선 등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작사가들에게 맡겼다.  
 
2010년 데뷔 20주년 쇼케이스에 참석한 모습. [일간스포츠]

2010년 데뷔 20주년 쇼케이스에 참석한 모습. [일간스포츠]

그는 항간에 떠도는 “연애를 너무 오래 안 해서 그렇다”는 말이 맞다고 했다. “이젠 사랑했던 그대 얼굴 애써야만 생각이 나요”라는 ‘두 번 헤어지는 일’(2004) 가사처럼 “애쓰지 않아도 생각났던 얼굴이 애써야만 생각날 만큼 메말랐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진정성이 없거나 투박해지는 것이 싫었던 그는 산문 형식으로 담고 싶은 내용을 적어서 건네는 방식을 택했다. “떨어질 때도 올라갈 때처럼 멋있는 모습이고 싶어요. 학처럼 큰 날개를 펼쳐서 아름다운 하강을 하고 싶지, 파닥파닥 잔 날갯짓 하긴 싫거든요. 사랑ㆍ이별 노래는 쓸 자신이 없었는데 ‘이 또한 지나가리라’처럼 위로하는 곡은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노래할 때만큼은 팬들을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아 절대 키를 내리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미성을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창법을 연구하고 관리한 덕분”이라며 “앞으로 15년은 더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달 시작 예정이었던 30주년 기념 전국 투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6월로 미뤄졌지만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더 열심히 준비 중”이다. 공연을 염두에 두고 만든 앨범인 만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로시 프로듀싱에 전념하느라 잠시 미뤄뒀던 12집 앨범도 준비 중이라며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훗날 들어도 ‘아, 신승훈이네’ 각인되길”

2017년 데뷔한 가수 로시. 소속사 대표인 신승훈이 사준 기타를 치고 있는 모습. [일간스포츠]

2017년 데뷔한 가수 로시. 소속사 대표인 신승훈이 사준 기타를 치고 있는 모습. [일간스포츠]

“누군가는 제가 쉰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죠. TV에 잘 안 보이니까요. 하지만 그동안에도 프로듀서로서 많은 걸 배웠어요. 책임감도 커졌고, 음악적 스펙트럼도 넓어졌어요. 젊은 친구들이 많이 듣는 두아 리파도 듣고, 트로피컬까지 만들었으니까요. 왜 후배 곡을 리메이크했냐고 물으시는데 선배로서 좋은 노래는 더 많이 알려져야 한다는 소명의식도 있거든요. 제가 음악을 시작할 때는 가요계가 연예계의 중심에 있었고, 음악 방송이나 연말 시상식도 가장 프라임 타임에 배치돼 있었고, 저 또한 그 수혜를 많이 입었으니까요. 지금은 노래를 음악감상실 같은 곳에서 집중해서 듣는 게 아닌, 일상의 배경음악(BGM)처럼 돼버렸죠. 시대는 바뀌는 거니까요.”
 
그는 이런 변화에 비통해하거나 애석해하기보다는 “계속 점을 찍어나가고 싶다”고 했다. “한국 대중음악계에 한 획을 그은 사람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렇게 계속 찍다 보면 훗날 제가 죽더라도 음악을 들으면 바로 ‘아, 신승훈이네’ 하고 알 수 있길 바랄 뿐이죠. 고흐나 피카소의 그림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것처럼요.” 그렇다면 신승훈은 이미 성공한 아티스트가 아닐까. 신곡 역시 첫 소절을 듣는 순간 그의 음악임을 알아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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