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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 늘자 제주 깜짝···'축구장 10배' 유채꽃밭 갈아엎었다

중앙일보 2020.04.08 05:00

8일 '아름다운 길 100선' 유채꽃 파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8일 전량 파기될 제주 서귀포시 녹산로 전경. 오른쪽은 제주신라호텔의 ‘스위트 허니문’ 패키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8일 전량 파기될 제주 서귀포시 녹산로 전경. 오른쪽은 제주신라호텔의 ‘스위트 허니문’ 패키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제주도가 다시 신혼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제주 신혼부부 증가
해외여행객 2주간 자가격리 등 효과
“고정수요” 항공업계 제주노선 증편

 
 제주신라호텔은 “지난달 출시한 ‘스위트 허니문’ 패키지를 당초 계획보다 2개월 연장해 오는 6월까지 운영하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제주신라호텔 측이 2013년 이후 약 7년 만에 내놓은 신혼부부용 패키지의 4월 판매량이 3월보다 2배 이상 증가한 데 따른 조치다.
 
 롯데호텔제주와 라마다플라자 제주 등도 신혼부부를 겨냥한 패키지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내국인들의 해외여행이 사실상 중단되자 제주로 발길을 돌리는 신혼부부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롯데호텔제주 측에 따르면 지난달 ‘허니문 패키지’에 대한 문의가 전달보다 35%가량 늘어났다.
 
1980년대 제주도 유채꽃밭을 거니는 신혼부부들. [중앙포토]

1980년대 제주도 유채꽃밭을 거니는 신혼부부들. [중앙포토]

제주, 80년대 국내 대표적 신혼여행지

 제주도가 신혼여행지로 주목받는 것은 해외여행객 자가격리 조치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해외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2주간의 자가격리 후 업무에 복귀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한 차선책인 셈이다. 
 
 제주도는 80년대까지 국내 대표적인 신혼여행지였으나 1989년 해외여행이 전면 자유화된 후 신혼부부가 급감했다.
 
 항공업계도 해외여행객에 대한 자가격리 조치 후 제주 노선을 속속 증편하고 있다. 에어서울이 지난 6일부터 김포∼제주 노선을 기존 주 25회에서 주 32편으로 늘린 게 대표적이다. 에어부산도 최근 부산∼제주 노선을 매일 왕복 3회에서 5회로, 김포∼제주 노선을 매일 왕복 2회에서 3회로 늘렸다. 진에어도 김포∼제주 노선을 평일 하루 왕복 6회, 주말 왕복 8∼10회로 증편했다.
 
제주노선에 투입된 에어부산의 에어버스 항공기. [연합뉴스]

제주노선에 투입된 에어부산의 에어버스 항공기. [연합뉴스]

막힌 하늘길…‘제주 노선’ 속속 증편

 제주 노선을 증편한 것은 최근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상태에서 제주를 찾는 항공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 노선은 코로나19 이후 바닥을 쳤던 탑승률이 최근 70~90%대로 올라선 상태다. 항공업계의 입장에선 막힌 국제선을 대신해 국내선 쪽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나선 것이다.
 
 반면 제주도와 제주도민들은 이런 움직임이 전혀 달갑지 않다는 분위기다. 최근 미국 유학생 A씨(19·여) 모녀가 제주도 여행 후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외부 입도객에 의한 확산 공포가 커지고 있어서다. 
 
 제주 서귀포시는 8일 오전 서귀포 가시리에 조성된 9.5㏊ 규모의 유채꽃 광장과 녹산로 주변 유채꽃을 모두 파쇄키로 했다. 녹산로 일대 유채꽃은 제주에서도 상춘객 발길이 가장 많은 곳이지만 최근 주민 파쇄 요청이 잇따르자 모두 갈아엎기로 했다.
 
 가시리 유채꽃 광장과 접해 있는 녹산로는 유채꽃이 10㎞에 걸쳐 피고 주변 벚꽃과 조화를 이루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한 곳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8일 전량 파기될 제주 서귀포시 녹산로 전경. [뉴시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8일 전량 파기될 제주 서귀포시 녹산로 전경. [뉴시스]

유학생 모녀 1억3200만원 손해배상

 앞서 제주도는 지난달 30일 A씨 모녀에게 1억3200여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15일 미국에서 입국한 A씨와 모친 B씨는 지난달 20일부터 4박 5일간 제주를 관광한 후 서울로 돌아온 이튿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들 모녀는 제주 여행 첫날부터 증상이 있었는데도 (제주 여행을 해) 방문 업체 20곳이 임시 폐업하고 90명에 이르는 도민이 생업을 포기하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다”며 “현재 집계된 손해 추정액만 1억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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