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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랍비, 이동제한령 딴소리···유월절 앞둔 이스라엘 초비상

중앙일보 2020.04.08 05:00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 도시 제파트의 하레디파(초정통파 유대교 신자)가 페사흐(유월절) 만찬에 쓸 무교병(마차)을 만들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유월절 기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7일부터 나흘간 국가봉쇄 조치를 한다고 6일 밝혔다. [신화=연합뉴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 도시 제파트의 하레디파(초정통파 유대교 신자)가 페사흐(유월절) 만찬에 쓸 무교병(마차)을 만들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유월절 기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7일부터 나흘간 국가봉쇄 조치를 한다고 6일 밝혔다. [신화=연합뉴스]

 
이스라엘에서 8일 저녁부터 시작하는 페사흐(유월절)를 앞두고 초비상이다.  

이스라엘 정부, 7일부터 나흘간 국가봉쇄
초정통파 유대교 신자들 지킬 지가 관건
'화상모임' 두고 랍비들마저 견해 엇갈려
전자기기 금지…엘리베이터도 자동운전
이달 부활절·라마단 등 앞둬 전세계 비상

 
초정통파 유대교 신자(하레디파)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지고 있는 가운데 전통에 따른 유월절 가족 식사모임이 또 다른 확산 경로가 될 수 있어서다.
 
유월절은 구약의 ‘출애굽기’를 바탕으로 모세가 노예 생활을 하던 유대인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한 것을 기념하는 기간이다. 시작일 저녁엔 온 가족이 모여 이집트 탈출 때 먹었다는 무교병(마차·발효제를 넣지 않은 빵)ㆍ와인 등을 먹고 마신다.
 
중동에서 이란 다음으로 확진자(7일 현재 9006명)가 많은 이스라엘 정부 입장에선 곤혹스러운 시기인 셈이다. 게다가 지난 한 주간 확진자가 68% 증가할 정도로 확산 세도 빠른 상황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강경 자세다. 지난 6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7일부터 나흘간 국가 차원의 봉쇄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더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7일 오후 4시부터 10일 오전 7시까지 모든 이스라엘 국민의 이동이 제한된다. 이스라엘 정부는 특히 유월절 당일인 8일 저녁부터 이튿날 아침까진 반드시 자기 집 안에 머물 것을 요청했다. 예년처럼 3~4대가 모여 식사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유월절을 앞두고 이스라엘 정부가 이동 금지령을 발표한 가운데 지난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경찰이 예루살렘의 한 식당 앞에서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EPA=연합뉴스]

유월절을 앞두고 이스라엘 정부가 이동 금지령을 발표한 가운데 지난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경찰이 예루살렘의 한 식당 앞에서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EPA=연합뉴스]

 
하지만 원리주의자인 하레디파들이 이를 지킬지가 관건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그동안 이스라엘 정부의 시나고그(유대교 예배당) 예배 중단 요청까지 거부해왔다. 이스라엘 정부는 경찰력을 동원해 유월절 기간 이동을 감시할 방침이다.  
 
대안으로 가족 화상 모임이 제안됐지만, 이 역시 교리에 가로막힌 상황이라고 일본 아사히신문은 7일 전했다. 유대교에선 축일에 노동을 금지하고 있는데, 전자기기 사용도 엄격히 제한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지 못하게 자동운전 모드로 설정할 정도다. 유월절 음식도 미리 만들어두는 게 일반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돼 봉쇄 조치된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인근 브네이브라크시에서 지난 5일(현지시간) 초정통파 유대교 신자로 보이는 한 가족이 마스크를 쓴 채 거리를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돼 봉쇄 조치된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인근 브네이브라크시에서 지난 5일(현지시간) 초정통파 유대교 신자로 보이는 한 가족이 마스크를 쓴 채 거리를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일부 랍비(유대교 지도자)는 정부 방침을 지지하면서 “이번엔 예외적으로 화상 모임을 가져도 좋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가장 권위가 높은 최고 랍비 두 명(각각 아쉬케나지와 스파라드 최고 랍비)이 “화상 모임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해버렸다. 
 
이처럼 종교 지도자들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유대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조만간 전 세계에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달엔 유독 가족이 모여 함께 식사하는 종교 행사가 많아서다. 오는 12일엔 기독교의 부활절, 23일경부터는 이슬람의 라마단(금식월)이 시작된다. 그만큼 신종 코로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각국 정부의 대책 마련도 시급해지고 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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