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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중증치료 받은 38세 "심한 기침···젊다고 괜찮지 않다"

중앙일보 2020.04.08 05:00
“젊다고 가볍게 볼 게 아니다.”

대전 한 연구기관 김모씨, 지난 2월 확진
고열과 심한 기침으로 인공호흡기 의지
동료 연구원 확진자 2명은 가벼운 증세
김씨, "밥 같이 먹는 게 위험한 것 같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 달 동안 입원했던 대전의 한 연구기관 연구원 김모(38·대전시 서구 복수동)씨는 7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나이와 상관없이 코로나19는 무서운 질병이라는 것을 실감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지난 2월 26일 충남대병원 음압병동에 입원했다가 3월 26일 퇴원했다.  
대전 충남대병원 선별진료소에서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보호복을 입고 환자를 기다리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 충남대병원 선별진료소에서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보호복을 입고 환자를 기다리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김씨는 지난 2월 22일부터 코로나19 증세를 앓기 시작했다. 갑자기 38도 이상 고열이 났다. 앞서 그는 경북 성주를 다녀온 직장 동료 2명과 접촉했다. 이들 직원은 2월 17일과 21일 두 차례 현장조사 업무 수행을 위해 성주로 출장을 갔다. 성주에서 대구에 거주하는 소관 업무 관계자를 만나 점심을 먹고, 1~2시간 동안 업무 협의를 했다. 대구에 사는 이 관계자와 부인은 며칠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김씨는 성주에 다녀온 이들 2명과 함께 직장 구내 식당에서 한 차례 점심을 먹었다고 한다. 이들은 김씨와 같은 사무실을 사용했다. 김씨는 “같은 사무실에 6명이 근무하는데 함께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던 나만 감염됐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사무실에서 마스크를 다소 느슨하게 착용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마주 보고 식사를 하다 감염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와 성주 출장을 다녀온 2명은 2월 26일 모두 확진 판정을 받고 충남대병원에 입원했다. 이들도 30대 였다. 하지만 모두 증상이 거의 없거나 가벼운 감기 증세만 보여, 일주일 또는 2주 이내에 퇴원했다.  
 하지만 김씨의 상태는 급속히 악화했다. 그는 평소 고혈압이나 당뇨 등 기저질환이 전혀 없는 건강한 상태였다. 입원 전에 해열제를 먹었지만 열은 떨어지지 않았다. 입원한 지 3일 뒤부터 40도 가까운 고열에 기침까지 심하게 났다. 인후통이나 콧물 등 다른 증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기침은 단 1분도 쉬지 않고 계속됐다. 화장실에서도 기침 때문에 용변을 제대로 보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날마다 엑스선 촬영 결과 폐 염증이 번지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김씨는 심한 기침으로 호흡이 곤란해지자 입원 1주일 만에 인공호흡기에 의지했다. 이후 5일 동안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채 수면 치료를 받았다. 충남대 병원에 따르면 그는 이 입원한 코로나 19 환자 70여명 가운데 유일한 30대 중증 환자였다.  
 
 그는 “젊은 사람이 드물게 위독한 모습을 보이자 병원측이 집중 치료를 한 것 같다”며 “다행히 인공호흡기를 한지 5일 정도 지나자 열이 37도 이하로 내려왔고, 인공호흡기도 뗐다”고 말했다. 김씨는 “증세가 너무 심한 데다 20~30대 사망자도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이러다 나도 혹시 잘못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대전 충남대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출입구를 통제하고 방문자를 대상으로 체온을 확인하고 있다. 뉴스1

대전 충남대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출입구를 통제하고 방문자를 대상으로 체온을 확인하고 있다. 뉴스1

 
 음압병동 1인 실에서 치료를 받은 김씨는 열이 내리자 항생제와 영양제 치료를 받으며 건강을 조금씩 회복했다. 입원한 지 20일 정도 지나자 차츰 기침이 줄어들고 염증도 사라졌다. 그는 입원하는 동안 몸무게가 6kg 정도 감소했다. 김씨는 키 178cm에 몸무게 92kg의 건장한 체격이었다. 그는 “면역력도 기르고 건강을 회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병원 밥을 잘 먹고 틈나는 대로 팔굽혀 펴기나 다리들기, 윗몸 일으키기 등 운동을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입원 31일 동안 가족은 딱 한 번 봤다고 한다. 부인과 다섯 살 된 딸이 병원에 왔지만 면회가 차단되는 바람에 창문 너머로 멀리서 손을 흔들며 눈인사를 했다고 전했다. 그는 두 차례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고 퇴원할 수 있었다. 충남대 병원 측은 “중증 환자가 30일 만에 회복해 퇴원하는 것도 드문 일”이라고 했다.  
 
 김씨는 지난달 30일부터 다시 출근하고 있다. 그는 “제2의 삶을 산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생활하기로 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감염예방을 위해서는 사람이 모으는 공간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철저히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한편 충남대병원에서는 지금까지 코로나 19 확진자 72명이 입원했다. 이 가운데 24명은 퇴원했다. 김씨처럼 중증환자는 4명이 입원 중이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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