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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갑 재선 노리는 김병관···김은혜도 20년 구두 벗어던졌다

중앙일보 2020.04.08 05:00
성남 분당갑에서 맞붙는 김병관 민주당 후보(왼쪽)와 김은혜 통합당 후보. [연합뉴스]

성남 분당갑에서 맞붙는 김병관 민주당 후보(왼쪽)와 김은혜 통합당 후보. [연합뉴스]

성남 분당갑은 전형적인 신도시 지역구다. 분당 북부와 판교 신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곳으로 경기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손꼽힌다.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주민들의 거주 만족도가 높다. 주거 여건이 좋고 소득수준이 높은 만큼 정치적 성향도 보수에 가깝다. 분당이 갑·을로 분구된 14대 총선부터 19대 총선까지 6번의 선거(보궐선거 제외)에서 내리 보수정당 후보가 당선됐다.  
 
하지만 2016년 20대 총선에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영입한 김병관 민주당 후보가 이변을 일으켰다. 금감원장 출신의 권혁세 새누리당 후보를 10%포인트 가까이 따돌리며 깃발을 꽂았다. 덕분에 김병관 후보는 ‘최초의 게임업계 출신 국회의원’이란 타이틀을 따냈다. 그는 게임업체인 웹젠 이사회 의장 출신이다.
 

수성 나선 '게임회사 CEO' 출신 김병관  

김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분당갑의 완벽한 탈바꿈”을 내걸고 재선에 도전한다. 지난 6일 오후 수내동에 위치한 황새울공원에서 만난 김 후보의 얼굴은 까맣게 타 있었고 곳곳에 주근깨가 올라온 상태였다. 지난 2주간 하루 5시간씩 ‘도보 유세’를 이어온 탓이라고 했다. 이날도 김 후보는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황새울공원 곳곳을 누볐다.
 
성남 분당갑에 출마한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게임업계 CEO 출신이자 현역 의원 중 가장 많은 재산을 보유한 정치인이다. 그는 "한번 더 당선돼 지난 4년간 노력해 온 정책적 과제를 마무리짓는 결실을 맺고 싶다"고 말했다. [김병관 후보 제공]

성남 분당갑에 출마한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게임업계 CEO 출신이자 현역 의원 중 가장 많은 재산을 보유한 정치인이다. 그는 "한번 더 당선돼 지난 4년간 노력해 온 정책적 과제를 마무리짓는 결실을 맺고 싶다"고 말했다. [김병관 후보 제공]

김병관 후보는 다소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산책 중인 주민들에게 다가가 안부를 묻거나 눈인사를 하는 게 유세의 대부분이었다. 명함을 돌릴 때도 여러 명의 유세단이 몰려다니는 대신 한 명의 선거운동원과 비서관만 동행했다. 김병관 후보는 “지난 4년 동안 지역 주민들과 함께 울고 웃고 부대끼며 살아온 덕분인지 4년 전보다 저를 좋아해 주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병관 후보는 매년 3월 공직자 재산공개 시즌이 되면 화제에 오른다. 국회의원 중 1~2위를 다툴 정도로 재산이 많아서다. 김 후보는 올해에도 2311억원의 재산을 신고해 국회의원 재산 총액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자수성가를 통해 재산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공장 노동자의 아들이라는 내 본질은 변한 게 없다”며 “청년들이 자신의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물려줘야겠다는 이유로 정치를 시작했고, 그 초심을 잃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내 일각에선 지난 4년간 눈에 띄는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분당갑처럼 많은 인프라가 이미 갖춰진 계획된 신도시에서 괄목할 만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라며 “그 간 체육관과 주차장 신설, 시설 내진 보강, 성남 특례시 지정 추진 등 돋보이진 않지만 꼭 필요한 일을 꾸준히 해 왔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지역구 내 최대 현안인 공공임대아파트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판교 신도시 일대에 조성된 10년 공공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면서 주민들이 부담해야 할 분양대금 역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09~2010년 입주 당시 평당 1500만원 안팎이던 분양가는 현재 3300만~3500만원 선으로 배 이상 올랐다.  
 
판교동 주민 박창준(48)씨는 “분양가가 터무니 없이 올라 10년간 살던 주민 중 상당수가 내쫓기게 생겼다”며 “동네가 발전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부자 동네’가 되면서 생긴 분양전환 문제를 풀어줄 후보에게 표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앵커, MB 대변인에 기업 임원 지낸 김은혜의 도전

김은혜 미래통합당 후보는 총선 출마와 함께 20여년 만에 청바지를 꺼내 입었다. 방송사 기자와 메인뉴스 앵커, 청와대 대변인, 기업 임원을 거친 지난 20년 동안 함께 했던 구두도 벗어 던졌다. 그는 “정치인은 내가 주목받는 자리가 아니라 주민을 주목해야 하는 자리”라며 “분당갑 주민들의 얼굴에 깊게 드리운 그림자를 없애고 환한 웃음을 되찾아주기 위해 총선에 출마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지표상으론 김병관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가고 있다. 중앙일보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달 26~27일 이 지역구에 거주하는 만18세 이상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병관 후보는 45.6%, 김은혜 후보는 35.3%로, 둘의 격차는 10.3%포인트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성남 분당갑에 출마한 김은혜 미래통합당 후보는 하루 12시간 이상 선거 운동에 매진하는 강행군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성남 분당갑에 출마한 김은혜 미래통합당 후보는 하루 12시간 이상 선거 운동에 매진하는 강행군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추격하는 입장인 김은혜 후보는 오전 5시부터 하루를 시작해 일분일초를 금쪽처럼 쓰고 있다고 했다. 기상하자마자 지역구 현안을 되짚고, 오전 6시엔 집을 나와 출근길 유세를 벌인다. 중앙일보 취재팀과 만난 지난 7일도 김은혜 후보는 출근길 인파가 뜸한 오전 6시 30분부터 판교동 광암사거리로 나왔다. 서울로 향하는 길목이자 근처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동네였다. 그는 “이번(2번·미래통합당 기호)이 분당갑을 바꿀 기회입니다”를 외치며 오가는 차량을 향해 손을 흔들고 연신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김은혜 후보 입장에서 판교 신도시는 핵심 승부처다. 보수세가 강한 분당 신도시와 달리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향이 강한 20~40대 유권자가 많다. 게임업체 CEO 출신인 김병관 후보가 동질감을 앞세워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동네이기도 하다. 이에 맞서 김은혜 후보는 “바꿔야 산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지난 4년간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지 않냐”며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언론인 출신의 김은혜 후보는 범여권에서 내건 ‘언론 개혁’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언론 개혁을 빙자해 국민의 눈과 귀를 막으려는 처사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은혜 후보는 “국민의 고통 호소와 언론의 비판은 가짜뉴스로 치부하고, 언론을 정권의 나팔수로 이용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며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의사 표현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현 정부의 비뚤어진 운영이 언론 시스템을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은혜 후보는 당 안팎에서 대면 접촉에 강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얼굴 표정과 몸짓에 군더더기가 없고, 중성적인 목소리는 신뢰감을 준다는 평도 나온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는 김은혜 후보의 그런 강점을 살릴 ‘스킨십 유세’에 제동을 걸고 있다. 신도시인 탓에 시장과 개인 주택보다는 대규모 상가와 아파트가 많다는 점도 대면 접촉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김은혜 후보는 “코로나19로 주민들이 위축돼 있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분도 많이 줄어 한분 한분이 소중하다”며 “최대한 많은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선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진우·박현주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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