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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뛰고 차 팔아도 안된다…문 닫은 '사장님'들이 사는 법

중앙일보 2020.04.08 05:00 종합 8면 지면보기
부천 임팩트주짓수 김영준 관장이 1일 오후 휴관중인 도장에 나와 청소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부천 임팩트주짓수 김영준 관장이 1일 오후 휴관중인 도장에 나와 청소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영준 관장이 운영하는 주짓수 체육관의 평소 수업 모습. 최근엔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해 휴관중이다. 김영준 관장 제공

김영준 관장이 운영하는 주짓수 체육관의 평소 수업 모습. 최근엔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해 휴관중이다. 김영준 관장 제공

“이 돈으로 체육관을 유지해야 해서요.” 
 
경기도 부천의 주짓수 관장 김영준(31)씨는 1일 자신의 스타렉스 차량을 팔았다. 2년 전 어린이 관원이 늘면서 등하원용으로 샀던 차다. 2100만원에 차를 팔고 1400만원짜리 다른 중고차를 샀다. 소상공인 대출 신청도 해 봤지만 아직 실사도 받지 못한 상황이라 기약이 없다. “현재로선 차를 팔아야만 목돈을 마련할 수 있으니까요.”

 
김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초기인 2월 초부터 도장을 닫았다. 확진자의 딸이 김씨의 도장에서 체험 수업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후 동네 확진자 소식이 잠잠해지면 도장을 열었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닫고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80여명이던 회원 수는 20여명이 됐다.
 
정부는 15일간의 휴업 권고를 내렸지만 보상은 지자체별로 진행되며 보상이 없는 곳도 있다. 전주시의 경우 지원금을 제공하나 주짓수는 예외라고 명시하고 있다. 사진은 전주에서 주짓수 도장을 운영하는 지인으로부터 김영준 관장이 받은 것이다.

정부는 15일간의 휴업 권고를 내렸지만 보상은 지자체별로 진행되며 보상이 없는 곳도 있다. 전주시의 경우 지원금을 제공하나 주짓수는 예외라고 명시하고 있다. 사진은 전주에서 주짓수 도장을 운영하는 지인으로부터 김영준 관장이 받은 것이다.

 
지난달 21일 보건복지부가 체육시설 등에 15일간 운영 중단 권고를 내리면서부터는 쭉 쉬고 있다. 몇 가지 조건 아래 운영할 수도 있지만, 상대방과 붙어 다투는 주짓수란 운동 특성상 ‘2m 간격 유지’는 불가능이다. 몇몇 지자체에서는 1일당 10만원 안팎의 휴업지원금을 주기도 하지만 주로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체육도장업’에 한정된다.  
 
김씨는 ‘쿠팡 플렉스(일반인이 자기 차량으로 배달하는 아르바이트)’도 해봤지만 벌 수 있는 돈이 많지 않았다. 박스당 1400~1600원이던 배달비가 요즘은 800~90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아르바이트하려는 사람이 많아진 탓이다. 다행히 임대인이 142만원짜리 도장 월세를 두 달 동안 30만원씩 감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도장을 열며 진 빚 5000만원 중 2000만원이 남았고, 미뤄질 줄 모르고 개학에 맞춰 준비한 홍보 비용 300만원을 날렸다. 김씨는 “실장님 한 분을 직원으로 쓰고 있는데 월급을 잘 못 드리고 있어서…. 전에 해 본 적 있는 (건설) 현장 일을 구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16년차 태권도 관장 "휴업 보상은 그림의 떡…아내 신용대출로 버텨"

 
경기도의 한 신도시에서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는 A씨는 거주지인 경기도 김포에서 배송 아르바이트를 구하려고 노력중이다. 사진은 A씨가 보여준 화면.

경기도의 한 신도시에서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는 A씨는 거주지인 경기도 김포에서 배송 아르바이트를 구하려고 노력중이다. 사진은 A씨가 보여준 화면.

 
지난달 31일 만난 태권도 관장 A씨(41)도 쿠팡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는 지난 주말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간만에 새벽 일을 얻어 2시에 갔어요. 물류창고 앞에 아르바이트하러 온 차량이 죽 늘어서 있더라고요. 앞 배송이 늦어졌는지 두 시간 넘게 기다렸어요. 새벽 4시 30분에 ‘입차 하십시오’ 해서 갔더니 물건을 26개밖에 안 주는 거야. 2만6000원 벌었는데 기름값 빼면 2만3000원이겠죠. 집에 가니까 아침 7시더라고요.” 
 
이런 일자리도 요즘은 구하기 어렵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1~2주에 한 번 할 수 있을까 말까예요. SNS에 물건 남았다고 공지 올라오는 순간 5초 만에 마감돼요,”
 
A씨의 도장은 7주째 휴업 중이다. 2005년부터 태권도장을 운영해 온 그는 지난해 9월 경기도의 한 신도시로 확장이전했다. 석달 만에 학생 수를 200명으로 불렸고 사범과 차량기사 등 직원 7명을 썼다. 그러나 코로나 19 사태로 운영을 중단하자 성공은 고스란히 비용이 됐다. A씨는 “가만히 있어도 도장에 들어가는 돈이 1000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지난달은 아내 신용으로 1550만원을 대출받아 버텼지만 앞으로가 막막하다. 여행사에 다니는 그의 아내도 원치 않는 휴직 중이다.
 
서울시의 경우 구청장끼리의 협의를 거쳐 구별로 휴업지원금을 지원하는 곳이 있다. 예산은 국비나 시비가 아닌 각 구의 재난관리기금으로 집행되기 때문에 구별로 금액과 내용이 다를 수 있다. 사진은 A씨가 문자를 받은 마포구의 공문.

서울시의 경우 구청장끼리의 협의를 거쳐 구별로 휴업지원금을 지원하는 곳이 있다. 예산은 국비나 시비가 아닌 각 구의 재난관리기금으로 집행되기 때문에 구별로 금액과 내용이 다를 수 있다. 사진은 A씨가 문자를 받은 마포구의 공문.

A씨는 최근 문자메시지로 ‘휴업 1일당 10만원씩 보상하겠다’는 공문을 받았지만, 예전 도장이 있던 서울 마포구에서 온 거였다. 지금 도장이 있는 지역엔 보상책이 없다. 15일간의 휴업 권고를 발표하던 지난달 21일 박능후 장관은 “자영업자가 어려움 겪는 것을 알고있다”며 “특별한 지원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2일 확인한 결과 “해당 기간 휴업한 시설에 대해 별도 보상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정책을 이야기한 것”이라는 게 복지부의 공식 입장이다.

 

1월 오픈 지공샵 사장 "첫 6개월이 중요한데…속 타들어가"

볼링 지공샵을 운영하는 강성민 씨가 2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볼이너스 매장에서 기계를 점검하고 있다. 일감이 없어 실제로 조작하지는 않았다. 김성룡 기자

볼링 지공샵을 운영하는 강성민 씨가 2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볼이너스 매장에서 기계를 점검하고 있다. 일감이 없어 실제로 조작하지는 않았다. 김성룡 기자

“권고 내려온 뒤로는 손님이 딱 한 명 왔네요.” 강성민(32)씨는 볼링공을 들여와 지공(손가락에 맞게 구멍을 뚫는 것)해 파는 일을 한다. 볼링 동호회 회원들이 주 고객이다. 강씨의 가게가 있는 서울 강남구 기준으로 “볼링장을 찾는 사람의 70~80%가 하우스볼(볼링장에 있는 공)이 아닌 마이볼(개인공)을 쓴다”는 게 강씨의 설명이다.
 
강씨는 2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지공일을 배웠다. 강습료에 500만원, 지공기계를 사는 데 1000만원이 들었다. 지인들 위주로 조금씩 판매하다 1월에야 정식 오픈을 했다. “첫 달에는 오픈 이벤트로 싸게 판 덕도 있지만 한 달 동안 20개 이상 팔았고 수입도 나쁘지 않았어요. 그래서 공을 더 많이 들여왔는데 지난달엔 한 6개 팔았나….” 그는 “다들 ‘첫 6개월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데, 지금 그 시기를 날리고 있으니 속이 타들어간다”고 말했다.
 
가게엔 전시품 외에도 박스채 쌓여있는 볼링공이 20여개 있었다. 강씨는 “업체로부터 신형 볼을 매달 일정량 사는 게 계약 조건이다”고 말했다. ‘장사가 안 되니 이번 달은 안 산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강씨는 “사온 공의 절반을 팔아야 손해는 보지 않는데, 팔리기는커녕 문의도 오지 않는 게 요즘 현실”이라고 했다. 하루 10~20통씩 오던 문의가 한 건도 오지 않는 날도 있다.
 
강씨는 카페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겠다고 결심해 지난달 면접까지 보러 갔다. 하지만 ‘지원자가 100명이 넘는다’는 말을 듣고 좌절했다. 요즘은 차라리 쉬어가자는 생각으로 볼링을 치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문을 연 볼링장의 경우 레인을 하나씩 비워 거리두기를 한 상태에서 이용한다). 
 
강씨는 “모아둔 돈이 있어 당장은 버티지만 6월까지 이러면 숨이 막힐 것 같고, 8월 되면 잠깐 닫아야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그만두진 않겠다고 했다. “저는 공이 너무 좋고, 다른 사람이 즐겁게 칠 수 있게 돕는 것도 큰 기쁨이에요. 연차가 쌓일수록 기술로 인정도 받고 단골도 생겨 평생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럴 수 있을 뻔 했지만 지금 잠시 떨어진 거라고 생각해요. 잘 되겠죠, 다시.”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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