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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인사이트] “돈으로 안정을 산다” 시위 급증에 대처하는 중국식 해법

중앙일보 2020.04.08 00:29 종합 24면 지면보기

국방비 넘어선 중국의 사회안정 예산 

장윤미 동서대 중국연구센터 교수

장윤미 동서대 중국연구센터 교수

코로나19의 발원지인 후베이(湖北)성과 인접한 장시성(江西)을 잇는 주장창장(九江長江)대교에서 지난달 27일 군중과 경찰이 맞붙는 소동이 일어났다. 기나긴 코로나 봉쇄에서 막 풀려난 후베이성 주민들이 다리를 건너는 순간, 바이러스 전파를 우려한 장시(江西)성 경찰이 막아선 것이다. 분노한 후베이 군중과 경찰은 장시성 경찰차를 뒤엎으며 격렬히 충돌했다. 억눌린 후베이의 분노가 폭발했다. 중국에서 ‘군체성(群體性) 사건’으로 불리는 시위의 가장 최근 모습이다.    
 

저비용의 연쇄적이고 편리한 도구를 당 조직 네트워크 건설과
사회감시시스템 구축에 활용하고 있다. 질서를 안 지키기로 유명한
베이징의 택시기사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텐왕(天網)을 의식해
정지선 하나까지 지키려고 한다. 한 중국학자는 자조적으로 말한다.
“이제 베이징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 되었다.”

‘군체성 사건’은 1990년대 이후 급증했다. 토지분쟁, 노동쟁의, 소수민족 지역에서의 저항, 도시개발로 인한 철거 등 이슈도 다양하다. 저항의 과정에서 계급에 대한 자각의식도 생겨났고 인민들의 권리의식도 높아졌다. 중국에서는 집단행동이 급증해도 민주주의로의 이행은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통제와 질서가 잘 유지되는 것처럼 보인다. 추정할 수 있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한국 사회가 경험했던 시위와는 그 목적이나 성격에서 다를 수 있어서다. 둘째는 체제안정을 유지하는 중국 나름대로 조직원리나 구조적 이유다.
 
거대한 국가 규모를 가진 중국은 정책을 제정하는 곳은 중앙이지만 집행은 지방정부의 몫이다. 중앙에서 보면 지방정부가 정책을 잘 집행하도록 많은 자율권을 주어야 하지만, 중앙에 도전하지 않도록 통제가 중요하다. 통제 수단은 재정권(돈)과 인사권(사람)이다. 2000년대 들어 지방 지도자의 업적 평가 기준에 지역 경제성장률(GDP) 수치뿐 아니라 안정유지(維穩) 임무도 포함했다. 지방 지도자는 자신의 승진을 위해 시위 횟수를 줄이고자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안정을 강조할수록 시위는 증가했다. 안정유지에 드는 비용 역시 급증했다. ‘돈으로 안정을 산다’는 말이 나왔다. 2009년에는 안정유지비용이 국방비를 추월했다.
  
조직·군중·돈 앞세워 시위 관리
 
지난해 9월 베이징의 중국 건국 70주년 군사퍼레이드 예행연습 중 치안 유지를 위한 현지 주민 감시 조직인 ‘차오양 군중’ 성원이 조끼를 입고 시민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9월 베이징의 중국 건국 70주년 군사퍼레이드 예행연습 중 치안 유지를 위한 현지 주민 감시 조직인 ‘차오양 군중’ 성원이 조끼를 입고 시민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중앙포토]

돈은 돈대로 쓰고 효과도 없는 방법은 바꿔야 했다. 중국 공산당은 2013년부터 기존의 ‘사회치안’ 개념을 ‘사회관리’로 바꾸었다. 공안식 ‘사회통제’에서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거버넌스(治理)’로 방식을 전환했다.
 
‘사회 거버넌스’는 그물망처럼 촘촘한 구조가 특징이다. ‘왕거화(網格化) 관리’라고 부른다. 도시 말단 행정기관인 가도(街道, 한국의 ‘동’에 해당) 아래 사구(社區)가 있다. 사구란 공동체라는 뜻이지만, 일정한 규모의 세대(戶)를 하나로 묶은 행정단위이다. 이 사구를 다시 일정한 ‘격자(grid, 網格)’로 나눈다. 하나의 격자에서 수백 세대를 관리한다. 해당 격자마다 ‘왕거위안(網格員)’이라는 관리인을 배치한다. 관할 구역에서 발생하는 각종 상황을 구(區) 정부에 설치된 “격자망화 관리센터”에 보고하게 한다.
 
지역사회의 치안에 현지 주민을 총동원한다. ‘쉐량(雪亮)공정’이다. 치안과 방범의 의무와 책임을 주민들에게 부과하고 참여하게 하여 안전한 주거환경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군중의 눈은 매우 밝다’는 의미에서 ‘쉐량’이라고 부른다. ‘갈등의 발생지에서 갈등을 즉각 해결한다’는 게 목표다. ‘작은 일은 촌(村)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큰일은 진(鎮)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며, 모순은 상급 정부로 보내지 않는다(小事不出村 大事不出鎭 矛盾不上交)’는 원리다. 사회 갈등을 선제적, 원천적으로 방지(源頭治理)하는 원칙이다.
 
안정유지 인센티브도 내놨다. 사회불안을 조장하는 각종 ‘불순’한 사건을 신고하는 사람에게 장려금을 지급한다. 해당 단위에서 사회안정이 잘 유지되면 연말 구성원에게 보너스를 지급한다. 구성원 스스로 안정과 질서를 유지한 노력의 대가이자 상호 감시의 보상이다.
 
지난 3월 27일 후베이성과 장시성을 잇는 다리 위에서 분노한 주민들이 경찰차를 뒤집으며 시위를 벌였다. [사진 웨이보 캡처]

지난 3월 27일 후베이성과 장시성을 잇는 다리 위에서 분노한 주민들이 경찰차를 뒤집으며 시위를 벌였다. [사진 웨이보 캡처]

시진핑(習近平) 주석 집권 이후 변화된 사회관리의 특징은 기층사회의 재조직화, 군중동원, 그리고 인센티브의 결합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사실 중국 전통이 기반이다. 전통 중국에서는 현(縣)을 기준으로 상급 정부는 중앙의 통치를 받았지만, 현 아래는 자치를 유지했다. ‘자치’란 지역공동체의 질서 유지는 지역의 구성원이 알아서 하는 것을 말한다. 식자층인 향신(鄕紳)이 모범과 도덕적 책임을 강조했다. 지금은 돈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물론 돈이 전부는 아니다. 지역공동체를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기층당원과 주민이 여전히 존재한다.
 
서구 언론은 중국의 과도한 ‘안정유지비용’을 부각한다. 중국은 ‘감시체제’라는 이미지를 씌우려는 나쁜 의도라며 반박한다. ‘안정유지’라고 하면, 폭력적인 방식으로 강제 진압하는 경찰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나 어느 사회이든 폭력적인 방식으로는 오래 지속하지 못한다.  
  
안정 바라는 인민 바램도 작용
 
어느 국가나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다. 중국에서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세부 내역은 알 수 없지만, 치안유지와 관련된 공안(公安)부서의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몇 년간은 통합적인 치안감시망을 구축하기 위한 각종 시스템 설비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 새로운 관리방식의 도입으로 각 지방에서 다양한 형태로 뿌려지는 안정유지 관련 비용은 셀 수도 없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중국은 왜 안정을 유지하는데 큰 비용을 지불할까? 사실 ‘안정유지’란 동전의 양면이다. 정부로써는 사회가 안정되어야 체제를 유지할 수 있고, 인민의 입장에서 보면 안정이 유지되어야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다. 안전과 통제는 하나의 단어다. 권력의 계산뿐 아니라 인민의 심리도 헤아려야 한다. 중국은 가까운 역사에서 문화대혁명과 89년 천안문사건을 겪었다. 근대에는 분열의 시기, 거슬러 올라가면 수많은 전쟁과 혼란이 있었다. 지금은 미국과 대치하며 각종 여론전을 치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은 안정유지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이를 대가로 얻는 사회적 효용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18차 당 대회 이후 인터넷과 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활용한 테크노 통제가 더해졌다. 가장 저비용의 연쇄적이고 편리한 도구를 당 조직 네트워크 건설과 사회감시시스템 구축에 활용하고 있다. 질서를 안 지키기로 유명한 베이징의 택시기사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텐왕(天網)을 의식해 정지선 하나까지 지키려고 한다. 한 중국학자는 자조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이제 베이징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 되었다.”
 
티베트·베이징·신장…중국 1인당 사회 안정유지비 순위
238조원 대 192조원.
 
지난 2018년 중국의 공공안전지출과 국방비 전체 액수이다. 국방비보다 23% 포인트 많은 안정유지비용(維穩費)은 공안·무장경찰·검찰·법원·소방 등 공공질서를 유지하는 각종 항목을 포괄한다. 최근 홍콩 명보가 ‘중국통계연감 2019’를 바탕으로 지역별 안정유지비 순위를 추출했다. 노동분쟁이 많은 광둥성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전국 총액의 12%에 육박한다. 장쑤·산둥·저장·신장이 뒤를 이었다. 지방 재정에서 안정유지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신장이 11.31%, 광둥이 8.62%로 수위권을 차지했다.
 
차이나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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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2기 원년인 2018년 신장의 안정유지비는 후진타오 집권 마지막 해인 2012년보다 3배 급증했다. 광둥과 베이징은 2.18배 늘었다.
 
1인당 안정유지비 순위 톱10(표)도 나왔다. 티베트·베이징·신장·상하이·톈진·칭하이·광둥·저장·하이난·장쑤 순이다. 민족 문제가 첨예한 티베트와 신장이 1, 3위를 차지했다. 1인당 연간 3200위안(약56만원)과 2300위안(약40만원)을 지출한다. 티베트를 거쳐 2016년 신장 1인자로 자리를 옮긴 천취안궈(陳全國) 당서기가 철완(鐵腕) 정책을 업그레이드한 탓이다. 돈으로 안정을 샀다. 베이징이 2위, 상하이와 톈진이 4, 5위를 차지했다. 사회 불안이 곧 정치문제로 번지는 지역이다. 물량을 투입해 싹을 잘랐다. 코로나19와 경제 여파로 올해에는 불안정 요소가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식 해법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장윤미
연세대를 졸업하고, 한양대에서 지역학 석사를, 베이징대에서 ‘시장화 개혁시기 중국의 노동정치’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강대 동아연구소, 인천대 인문학연구소,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을 거쳐 동서대 중국연구센터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논저로는 『열린 중국학 강의』(공저, 2017), 『중국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가능한가』(공편, 2013) 등이 있다.

  
장윤미 동서대 중국연구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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