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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준비 안 된 온라인 개학, 교사 참여가 성공 가른다

중앙일보 2020.04.08 00:23 종합 29면 지면보기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정부가 또다시 개학을 연기했다. 9일부터 순차적인 온라인 개학을 한다. 유은혜 교육부총리 말대로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이번 조치는 건강과 안전을 지키면서 학습권도 보장하려는 취지이니 수긍할만하다. 하지만 계속해서 단기 처방을 내놓는 정부를 보면서 국민은 불안하고 답답하다.
 

교육계 거대한 실험과 도전 직면
수업의 질, 소외계층 학습 힘써야

먼저 정부의 정책 역량 문제다. 2015년 메르스를 경험했던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상황이 짧게는 한 학기, 길게는 연말까지 지속할 것이라고 한다. 처음부터 전문가 판단에 귀 기울였다면 네 차례 찔끔찔끔 연기하는 혼란을 피했을 것이다. 온라인 수업을 위한 준비가 되었는지 꼼꼼히 살펴봤는지도 의문이다. 온라인 인프라를 갖춘 후 사전 테스트까지 해야 하고, 교사들이 새로운 방식에 적응하려면 마음의 준비도 필요하다. 정책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은 차치하더라도 수업 당사자인 교사와 학생을 위한 배려가 부족했다.
 
1996년 OECD에 가입할 당시 정부는 우리가 인터넷 강국이라 자부했다. 2000년 초반부터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추진했고, 2001년에는 정보격차해소법이 제정됐다. 문재인 정부는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학습하는 유비쿼터스 시대가 열린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그러나 막상 온라인 개학이 발표된 지금, 학습 콘텐츠나 정보 격차, 교사의 디지털 역량에 이르기까지 숱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 정보화를 내건 지 벌써 20년이 흘렀다.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단 말인가.
 
대학들의 대응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개학 연기를 발표하자 대학들은 온라인 강의를 또 연장했다. 초·중·고교와 달리 대학에는 감염병 전문가들이 있고, 온라인 인프라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도 대학은 책임 있는 주체로 행동하기보다 정부만 바라보는 수동적 존재로 전락했다. 자율을 외쳤지만, 교육부에 지침을 요청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강의실 개학이 몇 차례 연기되면서 학생들은 하숙집과 자취방을 얻고 빼는 피해를 보고 있다. 교사를 배려하지 못한 정부나 학생 처지를 살피지 못한 대학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어른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를 말하고, 아이들에게 디지털 능력을 갖추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온라인 상황을 맞아 교수도 교사도 우왕좌왕하고 있다. 교실 수업의 타성에 젖어 온라인 수업은 피하려고 한다. 학생들에게 미래를 준비하라고 가르쳤지만, 미래의 물결이 다가오니 주춤거리는 모습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교육 시스템 전체가 거대한 실험과 도전을 시작했다. 온라인 수업이 교육의 표준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건강과 안전을 지키려면 받아들여야 한다. 정책의 최우선은 수업의 질과 소외계층의 학습 결손 방지에 둬야 한다. 디지털 기기 공급만으로는 부족하다. 인터넷 접속을 확대하고 정보 활용 능력을 키우면서 온라인 수업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패키지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 교육에 무엇을 남길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바이러스 때문에 시작했지만, 미래 학교로 한 걸음 나아가는 기회일 수 있다. 당장 닥친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다양한 사례를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
 
유발 하라리는 글로벌 대유행을 극복하려면 ‘협력과 신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우리 경우도 교육자들의 적극적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 성공의 열쇠다. 아이들의 정서적 고립을 막아줄 ‘심리적 방역’도 잊지 말아야 한다. 방역에 성공한 나라로 기억되는 것도 좋지만, 민간과 협력해 국가 교육 시스템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지혜를 발휘하면 좋겠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갈 때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학생의 안전과 학습을 최고의 판단 기준으로 삼고 일관되게 나아간다면 국민은 정부를 믿고 지지할 것이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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