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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치자 ‘혈액’으로 67세·71세 국내 첫 치료 성공

중앙일보 2020.04.08 00:14 종합 1면 지면보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가운데 혈장치료를 받고 완치된 사례가 나왔다.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혈장치료 효과가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보건당국은 조만간 관련 진료 지침을 공개하기로 했다.
 

세브란스, 중증환자에 혈장치료
12시간 간격 2회 투여해 완치

세브란스 최준용팀 국내 첫 성공
“혈장과 스테로이드 치료 병행
부작용 줄이고 증상 개선에 도움”
당국 “며칠 내 치료지침 정할 것”

최준용

최준용

7일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팀은 국내 처음으로 위중한 코로나19 환자 두 명을 대상으로 완치자의 혈장을 주입한 결과 증세가 호전됐다고 밝혔다. 두 명 모두 완치됐으며, 그중 한 명은 퇴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의학회지 최신호에 실렸다. 세계 코로나19 환자가 120만 명을 돌파하고 7만 명가량이 숨진 가운데 혈장치료 효과를 입증해 치료제 개발에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혈장은 혈액에서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의 성분을 뺀 담황색의 액체 성분을 말한다. 특정 바이러스를 극복한 환자의 혈장에 들어 있는 항체를 주입해 환자의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방식이 혈장치료다. 코로나19 혈장치료는 중국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로 시도했다. 유럽·미국은 혈장을 모으고 있다.
 
그간 사스·메르스·에볼라·조류인플루엔자 등의 신종 바이러스 감염병에 혈장치료를 활용했다. 메르스 때 9명에게 시도했다. 당시 공군 김모(44세) 원사의 혈장을 35번 환자(삼성서울병원 의사)와 119번 환자(평택시 경찰)에게 주입했다. 혈장 효과 때문만은 아니지만 두 환자 모두 긴 치료 끝에 메르스를 이겼다.
 
이번에 혈장치료 효과를 본 김모(71)씨는 열과 기침 증상을 보이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항바이러스 약인 말라리아·에이즈 치료제를 썼지만 상태가 좋아지지 않았다.  
 
“혈장치료, 과학적 입증 안 됐지만 중증환자에 최후수단”
 
세브란스병원에 왔을 때 양쪽 폐에 심각한 폐렴 증상이 있었다.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이 발생해 인공호흡기를 부착했지만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다. 염증 수치도 정상의 20배가량 치솟았다.
 
혈장추출 치료 어떻게 하나

혈장추출 치료 어떻게 하나

연구팀은 완치 판정을 받고 2주가 지난 남성의 회복기 혈장 500mL를 김씨에게 12시간 간격으로 두 번 투여했다. 동시에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작했다. 환자는 열이 내리고 염증이 정상으로 떨어졌다. 흉부 X선 검사에서 양쪽 폐가 더는 나빠지지 않았다. 특별한 부작용도 없었다. 김씨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했고,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았다. 김씨는 재활치료를 받은 뒤 퇴원할 예정이다.
 
두 번째 혈장치료를 받은 이모(67·여)씨는 평소 고혈압을 앓았다. 고열·근육통을 앓다가 코로나19 진단을 받았다. 사흘째부터 호흡 곤란 증세가 왔고, 산소요구량이 많아지면서 왼쪽 폐가 나빠져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다. 호흡곤란이 심각해져 인공호흡기를 부착했다. 말라리아·에이즈 치료제를 투여했지만 림프구 감소증과 고열이 지속됐다. 스테로이드 치료를 해도 바이러스 농도가 증가했다.
 
연구팀은 이씨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혈장을 주입하고 스테로이드 치료를 병행했다. 그러자 림프구가 회복되고 바이러스 농도가 줄었다. 폐 상태가 몰라보게 좋아졌고, 염증도 사라졌다. 이씨는 지난달 말 퇴원했다. 혈장치료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건 아니지만 중증 환자에게 최후의 수단으로 쓸 수 있다는 게 당국과 전문가의 판단이다. 다음은 최 교수와의 일문일답.
 
혈장치료가 어떻게 도움이 되나.
“중증 폐렴을 치료하기 위해 바이러스 증식과 과도한 염증 반응을 잡아야 한다. 스테로이드 치료는 염증 반응을 호전시키지만 바이러스 증식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혈장과 스테로이드 치료를 병행하면 부작용을 줄이고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
 
혈장은 어떤 과정을 거쳐 주입하나.
“완치자의 혈액을 제공받아 혈장만 남기고 적혈구 등의 성분은 다시 완치자에게 주입한다. 혈장에 다른 감염 질환이 없는지 검사해 코로나19 환자에게 주입한다. 완치자 1명의 혈장을 환자 1명에게만 쓴다.”
 
모든 중증 환자에게 쓰나.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이 있는 중증 환자에게 선택적으로 쓴다. 전체 확진자의 2~3% 미만의 최중증 환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혈장치료는 자칫 바이러스 감염을 악화시킬 수 있고, 폐손상을 더 유발할 수 있다. 또 혈액을 투여할 수 있게 혈액형이 맞아야 한다.”
 
한계점은.
“혈장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혈장을 기증받아 혈액은행에 모아뒀다가 필요한 환자에게 공급해야 한다. 이번에는 다른 병원과 연결돼 혈장을 공급받을 수 있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7일 브리핑에서 “확실한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상태에서 중증 환자의 치명률 등을 낮추는 데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회복기 혈장 확보 또는 투입과 관련된 여러 가지 체계가 가동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준비할 것”이라며 “며칠 내에 혈장 치료 지침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신성식·황수연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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