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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단 쓰고 보자’에 쌓여 가는 나랏빚, 미래는 보고 있나

중앙일보 2020.04.08 00:10 종합 30면 지면보기
나랏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무섭다. 어제 정부가 발표한 ‘2019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는 사상 최초·최대 수치로 가득했다. 국가부채는 사상 최초로 1700조원을 넘어 1743조원을 기록했다. 이 중 중앙·지방정부가 반드시 갚아야 하는 국가채무(D1)는 728조원으로 역시 사상 최초로 700조원을 초과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8.1%로 사상 최대치다. 국민 1인당으로 치면 1409만원에 달하는 액수다.
 

사상 최대 국가채무…올해가 더 문제
더 큰 위기 대비해 재정 보루 지켜야

거둬들인 돈보다 쓰는 돈이 훨씬 많다 보니 빚이 쌓일 수밖에 없다. 1년 동안 정부가 거둬들인 돈(총수입)에서 쓴 돈(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12조원 적자였다. 10년 만의 최대 규모다. 실질적인 정부 살림살이라고 할 수 있는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수치)는 54조원 적자로, 금액 기준 사상 최대였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정부는 올해 512조원이라는 수퍼 예산을 짤 때 올해 국가채무가 805조원에 달할 것으로 이미 전망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추경 편성에서 적자국채 추가 발행이 불가피해지며 이 전망치를 훌쩍 넘기게 됐다. 돈 쓸 곳은 많아졌는데 돈 들어올 곳은 마땅찮아지면서 재정 적자는 더 커지게 됐다.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 등 각종 세수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 경제 성장마저 정체되면서 재정 적자는 100조원, 국가채무 비율은 43%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사실 코로나19 사태 전에도 현 정부 들어 나랏빚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경고가 있었다. 무리한 소득주도 성장 추진에서 발생한 부작용을 재정으로 덮으려는 행태를 두고 ‘재정 중독’ 비판까지 나왔다. 그런데도 정부는 “곳간에 곡식을 쌓아두면 썩기만 할 뿐”이라며 확장 재정 기조를 고집해 왔다. 국가채무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GDP의 40%’는 어느덧 무색해졌다.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나라는 재정 건전성이 무너질 경우 국가 신용도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자칫 코로나19보다 더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재정 곳간을 최대한 튼튼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나라 곳간 사정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행태를 보인다. 정부가 소득 하위 70%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을 풀기로 하자 여야가 모두 전 국민 지급으로 확대하자고 나오고 있다. 무책임한 포퓰리즘 정치다. 코로나19라는 비상 상황에서 재정 확대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지금 급하다고 곳간을 다 털어버리고 나면 언제 어떤 형태로 닥칠지 모를 미래의 위기는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손쉽게 빚을 내는 대신 선제적인 세출 구조조정 등의 노력이 절실하다. 수출·투자·소비에서의 경제 활력을 재정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규제 완화 등 친기업 정책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도 필요하다. 이렇게 쉽게 나라 곳간을 허물어서야 재정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남유럽이 우리의 미래가 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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