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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 간 존슨, 코로나로 첫 ‘정상 공백’ 전 세계 충격

중앙일보 2020.04.08 00:09 종합 2면 지면보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6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왼쪽). 코로나19에 감염된 그는 의사의 권고를 받아들여 병원에 입원한 후 ’기분이 괜찮다“고 밝혔지만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상태가 나빠지며 집중치료실에 입원해 산소 치료를 받았다. 오른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존슨 총리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며 트위터에 올린 글들. [트위터 캡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6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왼쪽). 코로나19에 감염된 그는 의사의 권고를 받아들여 병원에 입원한 후 ’기분이 괜찮다“고 밝혔지만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상태가 나빠지며 집중치료실에 입원해 산소 치료를 받았다. 오른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존슨 총리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며 트위터에 올린 글들. [트위터 캡처]

보리스 존슨(55) 총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병세가 위중해지며 영국이 리더십 위기에 처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존슨 총리가 런던 세인트토머스 병원 집중치료실(Intensive care unit)에 입원한 사실을 전하며 “의료팀 조언에 따라 도움이 필요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예방 조치”라고 설명했다. 7일 브리핑에서도 "안정적인 상태다. 폐렴은 아니다”고 전했다.
 

상태 위중해져…“폐렴은 아니다”
외무장관에 총리 직무대행 맡겨
처칠 뇌졸중 땐 내각에도 숨겨
문 대통령 “존슨 쾌유를 빈다”

BBC방송 등은 존슨 총리가 호흡 곤란으로 산소 치료를 받았으나 의식이 있으며, 산소호흡기를 삽입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더타임스도 병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일반적으로 집중치료실 환자들이 받는 산소량(15L)보다 적은 4L 분량의 산소 치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같은 기사에서 데렉 힐 런던칼리지 영상의학과 교수는 “존슨 총리가 이 시점에서 위중(extremely sick)하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6일 코로나19 브리핑을 하는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 [AFP=연합뉴스]

6일 코로나19 브리핑을 하는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 [AFP=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밝힌 존슨 총리는 열흘 동안 자가격리에 들어갔으나 증상이 지속돼 지난 5일 입원했다. 이날 오후만 해도 괜찮은 듯했으나 갑자기 악화하면서 당분간 정상적인 국정 수행이 어려울 전망이다.
 
총리실 대변인은 “총리는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에게 필요한 직무를 대행하도록 요청했다”고 말했다. 라브 장관은 내각에서 총리 다음으로 서열이 높은 수석 장관이다.
 
라브 장관은 “총리의 상태가 어떠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난 4일 이후 총리를 만나지 못했다”며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존슨 총리의 계획을 계속 밀고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총리 부재로 인한 국민의 우려와 관련해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이 나라를 도전에서 승리하도록 하기 위한 총리의 지시와 계획을 확실히 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5만 명, 사망자는 5000명을 웃돈다.
  
영국인들 ‘#PrayForBoris’ 응원
 
존슨 총리가 입원한 런던 세인트토머스 병원. [로이터=연합뉴스]

존슨 총리가 입원한 런던 세인트토머스 병원.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싱크탱크인 정부연구소에 따르면 영국은 총리가 정상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공식 규정이 없다고 BBC는 전했다. 1953년 6월 윈스턴 처칠 총리가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이 사실은 비밀에 부쳐져 고참 내각 장관들도 알지 못했다. 처칠은 두 달 후 건강을 회복해 정무에 복귀했다. 2000년대 초 토니 블레어 총리가 심장질환으로 두 차례 치료를 받았을 때는 며칠간 업무량을 줄인 뒤 업무에 복귀했다.
 
총리는 자신이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경우에 대비해 총리 권한을 대행할 인사를 지정할 수 있다.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총리가 유고될 경우 선임 장관이랄 수 있는 재무장관이나 내무장관, 외무장관 중 한 명이 총리 대행을 맡아 당에서 총수를 선출하기 전까지 국정을 책임지기도 한다. 정부연구소는 만약 재임 중인 총리가 사망하고 현재 보수당처럼 다수당 정부가 들어서 있는 경우 내각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즉시 후임을 추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존슨 총리가 집중치료 병상으로 옮겼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여당은 물론 야당 정치인들도 총리의 쾌유를 기원했다. 데이비드 캐머런과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는 “우리의 마음은 늘 존슨, 그리고 존슨의 가족과 함께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 왔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트럼프 “존슨, 포기하지 않는 사람”
 
키어 스타머 신임 노동당 대표는 “매우 슬픈 뉴스”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시기에 나라의 모든 사람이 총리 및 그의 가족과 함께한다”고 했다.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트위터를 통해 “세인트토머스 병원에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의료진들이 있다”면서 “총리는 가장 안전한 곳에 있다”고 말했다.
 
영국인들은 트위터에 해시태그 ‘#PrayForBoris’를 붙여 존슨 총리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는 글들을 올렸다. “당신의 일생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영국은 당신을 필요로 한다. 바이러스가 당신을 이기지 못하게 하라” “정치 성향은 달라도 당신이 바이러스를 이겨내길 원한다” “조금만 참아라, 당신의 친구·가족, 당신의 나라가 당신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7일 SNS 등에 “얼마 전 G20 화상회의에서 뵈었는데 갑작스러운 입원 소식을 듣고 매우 놀랍고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빠른 쾌유를 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진행된 코로나19 태스크포스 정례회견에서 “미국인들이 그의 회복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 그는 매우 좋은 친구다. 매우 특별하고, 강하고, 단호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 어려운 순간 보리스 존슨과 그의 가족, 영국민에게 나의 모든 지지를 보낸다”고 썼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존슨 총리의 입원 소식에 “끔찍하게 슬픈 소식”이라며 그의 쾌유를 빌었다.
 
임선영·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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