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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년인데 철거도 못해” 강원산불 아물지 않는 상처

중앙일보 2020.04.08 00:03 종합 20면 지면보기
1년이 지나도록 철거도 못한 강원 고성군 토성면 용촌1리 강희철(66)씨의 집. 박진호 기자

1년이 지나도록 철거도 못한 강원 고성군 토성면 용촌1리 강희철(66)씨의 집. 박진호 기자

강원 고성·속초, 강릉·동해, 인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한 지 1년. 당시 산불로 사상자 3명과 이재민 1524명이 발생했다. 570억원에 달하는 성금이 모이고 5개 시·군은 특별재난지역이 됐지만 1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상당수 주민은 여전히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주택복구 지연에 불탄 집 그대로
이재민 64% 임시조립주택 생활
주민 “이 상황 언제 끝날지 답답”
일부는 보상률 60%에 소송 진행

지난 2일 고성군 토성면 용촌1리에서 만난 강희철(66)씨는 “산불로 다 타버린 주택을 1년째 철거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철거 과정에서 이웃 주택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작업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씨는 297㎡ 규모 주택에서 아들 부부와 함께 살아왔다. 하지만 산불로 집을 잃으면서 졸지에 이산가족이 됐다.
 
아들 부부는 새로 집을 얻었고, 강씨 부부는 24㎡(약 7평) 남짓한 임시조립주택에서 1년 가까이 살고 있다. 강씨는 “좁은 공간에서 오랜 시간 생활하는 것도 힘든데 이런 생활이 언제 끝날지 몰라 답답하다”고 했다.
 
7일 강원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4일 발생한 강원지역 산불로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불에 탄 산림은 2832㏊에 달하고 1295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피해복구를 하는 데만 2031억원이 들어간다. 산불 피해 복구는 총 9개 분야로 나눠 진행됐다. 복지시설, 수산, 이재민 구호 등 3개 분야는 복구가 완료된 상태다. 나머지 주택·부속사, 농·축산, 관광·체육, 산림, 폐기물, 수질 보전 등 6개 분야는 진행 중이다.
 
또 복구대상 주택 416채 중 96채는 복구를 마쳤다. 141채는 복구에 들어갔거나 설계 중이다. 하지만 나머지 179채는 아직 복구 절차에 들어가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따른 미귀가자는 430가구 982명(64%)에 달한다.
 
잿더미로 변한 산림 복구는 더 오래 걸릴 전망이다. 2581㏊ 중 1651㏊(64%)는 벌채를 완료했고, 344㏊는 진행 중이다. 강원도는 2022년까지 산림 복구를 끝낼 계획이다. 현재까지 200㏊ 조림을 마쳤고, 올해 921㏊, 2021년 708㏊, 2022년 587㏊ 등 3년 안에 산림 복구를 모두 마친다는 계획이다.
 
보상 문제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산불 피해 보상과 관련 ‘고성지역 특별심의위원회’는 지난해 말 한국전력의 최종 피해 보상 지급금을 한국손해사정사회가 산출한 금액의 60%(임야·분묘 40%)로 결정했다. 하지만 일부 이재민들은 보상금 산출에 문제가 있다며 한전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속초시 노학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송지헌(42)씨는 “피해액이 12억원인데 손해사정 실사 확정액이 4억7000만원, 여기에 60% 보상 요율을 적용하면 최종 보상금은 3억원이 채 되지 않아 소송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올해 초 행정안전부가 관련법에 따라 특별심의위원회에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방침을 공문으로 전하면서 보상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정부가 구상권을 행사하면 한전은 정부나 자치단체가 지원한 부분을 제외한 금액을 보상금으로 지급하게 돼 결국 이재민들이 받는 보상금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재민들은 지난 1일 산불 피해 지역을 찾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행안부는 왜 구상권 문제에 확실한 답을 주지 않고 있느냐”고 했다. 진영 장관은 “법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가 지혜를 모아 해결하겠다”고 답했다.
 
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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