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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대, 비대면 대결로 진화한 스포츠 이벤트

중앙일보 2020.04.08 00:02 경제 7면 지면보기
스마트폰으로 품새 동영상을 촬영하는 덴마크 태권도 선수 라스무스 헐름. [AFP=연합뉴스]

스마트폰으로 품새 동영상을 촬영하는 덴마크 태권도 선수 라스무스 헐름. [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전 세계적 대유행)이 스포츠 세계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비대면으로 승부를 겨루는 이른바 ‘랜선 스포츠’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땀을 흘리는 대신 온라인 게임으로 승부를 겨루는가 하면, 일부 종목은 화상회의 방식이지만 실제로 승부를 겨루며 땀을 흘리기도 한다.
 

VR 레이싱 대회·동영상 품새 심사
축구·테니스 등 온라인 게임 승부

투어 오브 플란더스에 참가한 네덜란드 사이클 선수 미케 투니센. [EPA=연합뉴스]

투어 오브 플란더스에 참가한 네덜란드 사이클 선수 미케 투니센. [EPA=연합뉴스]

1913년 시작해 올해로 107회째인 도로 사이클 대회 ‘투어 오브 플란더스’가 6일(한국시각) 가상현실 레이스로 개최됐다. 원래 벨기에 북부 플란더스 지역을 누비는 대회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진행 방식을 바꿨다. 참가 선수 규모는 200여명에서 13명으로, 거리는 260㎞에서 32㎞로 각각 줄였다. 참가 선수는 도로를 누비는 대신, 자신의 집에서 실내자전거에 올라 가상현실(VR)을 가미한 화상회의 방식으로 레이스를 펼쳤다.
 
투어 오브 플란더스에 참가한 TV 생중계 화면. [EPA=연합뉴스]

투어 오브 플란더스에 참가한 TV 생중계 화면. [EPA=연합뉴스]

참가 선수들은 실제 코스의 일부를 재현한 가상공간을 질주했다. 생중계 TV 화면에는 선수들이 실내자전거를 타는 모습과 레이스가 펼쳐지는 지역의 실제 풍경이 번갈아 비쳤다. 한 선수는 레이스를 앞두고 현관문에 ‘대회 참가 중이니 방해 말라’는 주의문을 써 붙였다. 우승자 그레그 반 아버마트(벨기에)는 “가상공간이지만 응원하는 팬도 보였고, 광고판도 있어,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았다. VR 대회가 더 많이 열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영상 자체를 활용하는 종목도 있다. 태권도다. 12일 ‘품새 챔피언십’을 시작하는 덴마크태권도연맹은 현재 선수들의 품새 동영상을 출품받고 있다. 참가 선수가 자신의 품새 동작을 녹화한 동영상으로 온라인으로 출품하면 이를 심사해 순위를 매긴다. 다음 달 21~24일 덴마크 헤르닝에서 열릴 예정이던 세계 태권도 품새 선수권대회가 취소되자 덴마크협회가 자국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이벤트를 마련했다.
 
시즌을 끝내지 못한 일부 종목은 컴퓨터 게임으로 순위를 시뮬레이션하기도 한다. 영국 미러는 6일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 ‘풋볼 매니저’로 올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잔여 일정을 진행한 결과, 맨체스터시티(잉글랜드)가 결승전에서 바이에른 뮌헨(독일)을 2-1로 꺾고 우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축구 온라인 게임 ‘피파 온라인 4’로 진행한 ‘K리그 랜선 개막전’에서는 전종혁의 성남FC가 우승했다. 현역 포뮬러원(F1) 드라이버 샤를 르클레르(페라리)는 6일 열린 F1 VR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는 “머신(F1 경기용 자동차) 대신 게임기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낸 것뿐인데도 땀이 비 오듯 흘렀다”고 말했다.
 
마드리드 오픈 테니스 대회 조직위원회는 7일 “선수들이 라켓 대신 조이스틱을 잡고 온라인 대결을 펼친다”고 발표했다. 대회는 당초 다음 달 1일~1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스페인이 코로나19로 대회를 열 형편이 되지 않으면서 조직위가 마련한 이벤트다. ‘온라인 마드리드 오픈’은 27일부터 나흘간 열리며, 남녀 단식에 16명씩 출전한다. 전 경기를 생중계하고, 경기 해설과 분석,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승리 선수 인터뷰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상금도 남녀 각각 15만 유로(2억원)다.
 
송지훈·박소영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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