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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인지질 먹어야 한다고? 우리 몸 속에 있는 건데

중앙일보 2020.04.07 14:00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72)

시중에 크릴오일(인지질) 광고가 요란하다. 다들 한 번쯤은 혹해보지만 실제는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 크릴오일이 뭔지, 그렇게 신통한지 따져보자.
 
크릴은 남극의 새우이고, 인지질은 이 새우에서 뽑아낸 기름이다. 구조는 지방의 골격에 인산과 기능성 물질(콜린, 이노시톨, 에탄올아민 등)이 다양하게 결합해 있는 지질 성분 중의 하나다. 여러 종류가 있으며 생체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막 구조에 많고 세포 내·외의 차단벽 기능을 하며 막의 유동성, 친수성과 친유성에 기여하는 물질이다.
 
인지질과 세포막의 구조. X: 콜린, 이노시톨, 에탄올아민 등 기능성 물질. [자료 한국통합생물학회]

인지질과 세포막의 구조. X: 콜린, 이노시톨, 에탄올아민 등 기능성 물질. [자료 한국통합생물학회]

 
인지질이라는 것이 몸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맞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 그건 우리 몸속에서 스스로 만들어지는 것, 우리가 꼭 먹어줄 필요가 없는 물질이다. 생소하던 이름도 친숙한 용어가 됐다. 몸에 좋은 것이라는 막연한 인식이 대중의 뇌리에도 박혔다.
 
놀라운 사실은 물이 들어있는 비커에 붉은색의 크릴오일을 붇고 저어주면서 전체가 빨갛게 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과 기름이 잘 섞이니 혈관 속의 기름때(이런 의학 용어는 없음)를 빼주고 뇌 건강에 좋다고 한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다. 효능을 말하면 위법이고 식품을 약으로 광고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크릴오일은 식약처가 정하는 그 흔하디흔한 건강기능식품에도 들지 못하는 식품이다. 맛도 고약하고.
 
이런 류의 주장은 대개 질 낮은 학술지나 기업의 후원을 받아 작성한 몇 개의 논문에 근거한다. 논문은 한 개인이 도출한 잠정적 결론에 불과하다. 차후 동료연구자에 인정받고 재현돼야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논문은 하나의 가설로 친다. 당장은 믿을 게 못 된다는 거다.
 
인지질을 먹기만 하면 그대로 흡수되어 혈관의 기름때를 녹여내고 뇌의 세포막에 당도하여 뇌 기능을 좋게 한다는 주장은 일방적이다. 인지질은 소화효소에 의해 소화과정을 거치면 그 구조는 깨진다. 그냥 소화에 견디고 혈관을 따라 해당 장소로 이동해 그 기능을 발휘하는지는 의문이다.
 
인지질은 우리가 꼭 먹어줘야 하는 필수성분도 아니고 모자라지도 않는다. 필요에 따라 체내에서 합성과 분해가 반복되는 흔한 물질이다. 인체 내에는 여러 종류의 인지질이 있고 그 역할도 각양각색이다. 크릴에 있는 것이 몸속 어떤 인지질을 대신해 주는지 설명도 없다. 우리 몸에 있는 것과 같지도 않다. 모든 생물에 다 있는 흔한 물질인데 왜 하필 크릴새우인가?
 
크릴은 남극의 새우이고 인지질은 이 새우에서 뽑아낸 기름이다. 구조는 지방의 골격에 인산과 기능성물질이 다양하게 결합해 있는 지질 성분 중의 하나이다. [사진 Wikimedia Commons]

크릴은 남극의 새우이고 인지질은 이 새우에서 뽑아낸 기름이다. 구조는 지방의 골격에 인산과 기능성물질이 다양하게 결합해 있는 지질 성분 중의 하나이다. [사진 Wikimedia Commons]

 
물이 든 컵 속에 (돼지)기름을 띄워 놓고 크릴오일을 부어 막대기로 저은 후 기름이 분산(유화)되는 과정을 보여주고는 혈관 속 지방을 녹여내고 뇌 기능에 좋을 것이라는 TV의 장면은 문제가 있다. 컵 속과 혈관 속을 동일시하는 이런 비유가 소비자에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기름을 물에 분산시키는 물질은 크릴오일 외에도 수없이 많다. 소위 유화제라는 것, 다른 말로 계면활성제라 하는 것, 그런 건 자연계에 부지기수다. 비누가 그렇고 사포닌이 그렇다. 식용으로 가장 좋은 건 계란노른자다. 식용유와 섞이게 해 마요네즈를 만들지 않나. 아마도 계란의 레시틴(lecithin)이라는 인지질로 시연했다면 크릴오일보다 훨씬 분산효과가 좋았을 테다.
 
그들은 나름의 이유를 댄다. 몇 대목을 소개한다. 첫째, 크릴새우의 껍질에 있다는 붉은색의 아스타잔틴은 흔하디흔한 카로티노이드 색소 중의 하나이다. 만병의 근원으로 치는 활성산소를 없애준다는 항산화 활성이 있고 항암효과, 눈 건강에 좋다면서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둘째, 새우의 껍질에 있는 키틴이라는 성분이 몸에 좋은 물질로 변신했다. 그러나 키틴은 소화도 흡수도 되지 않는 성분으로 지구상의 유기물질 중 셀룰로스(섬유소) 다음으로 많은 다당(탄수화물)계 물질이다. 게나 가제, 새우 등 갑각류 껍질의 주성분이다. 기름에도 물에도 녹지 않는 것인데 실제 크릴오일에 들어있는지 의문이다.
 
기름을 물에 분산시키는 물질은 크릴오일 외에도 수없이 많다. 소위 유화제라는 것, 다른 말로 계면활성제라 하는 것, 그런 건 자연계에 부지기수다. 식용으로 가장 좋은 건 계란노른자다. [사진 pixabay]

기름을 물에 분산시키는 물질은 크릴오일 외에도 수없이 많다. 소위 유화제라는 것, 다른 말로 계면활성제라 하는 것, 그런 건 자연계에 부지기수다. 식용으로 가장 좋은 건 계란노른자다. [사진 pixabay]

 
셋째, 인지질이 물과 잘 섞여 혈관 속 기름을 녹여내고, 세포막의 주성분이니 뇌 기능에 좋다고 하는 데, 이 역시 과학적 근거가 약하다. 게다가 크릴오일에 있다는 인지질이 우리 몸속의 어떤 종류에 해당하는 건지, 그 기능이 뭔지, 어떻게 작용하는 건지 설명이 없다. 오메가 지방산이 들어있어 좋다는 것은 일단 말이 된다. 그러나 시중에는 오메가 지방산이 들어있다는 음식이나 건강식품은 차고 넘친다. 특히 등 푸른 생선과 들기름 등의 식용유에 많다. 굳이 맛도 이상하고 가격도 비싼 크릴오일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이뿐 아니다. 웬만한 건강식품의 단골 광고메뉴인 ‘혈액을 맑고 투명하게 한다. 나쁜 콜레스테롤(LDL)은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HDL)은 높인다. 치매를 예방하고, 뇌혈관질환, 고지혈증, 고혈압에 좋다’는 문구가 여기도 빠지지 않는다. 실로 만병통치다. 요즘 TV 건강 프로에는 크릴오일이 자주 등장한다. 얼마 전 참다못해 ‘식약처 사이버수사대’에 항의 겸 제보를 했다. 왜 단속하지 않냐고, 왜 직무유기를 하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답변이었으나 단속할 법적 근거가 애매한 모양이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그래도 그렇지. 그동안 수많은 엉터리 건강식품에 식약처의 뒷북단속이 소비자를 많이도 실망하게 하지 않았나. 그것도 솜방망이로. 근자에만 수소수, 해독주스, 노니, 백수오, 육각수 등이 그랬다. 아마도 머지않아 어떤 형태로든 단속이 있을 것으로는 보인다. 이제 우리 눈을 부릅뜨고 ‘사이비 건강식품에 더는 속지 말자’가 결론이다.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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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필진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 시중에는 건강식품이 넘쳐나고 모든 식품이 약으로 변했다. 허위와 과대광고로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함량 부족의 전문가가 TV에 붙박이로 출연하면서 온갖 왜곡정보를 양산하고 소비자를 기만한다. 음식으로 치료되지 않는 질병이 없고 그들의 말대로라면 질병에서 해방될 것 같은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가 이들을 쇼닥터로 지칭하고 규제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이제 그 도를 넘겼다. 노후에 가장 관심사인 건강관리를 위해 올바른 지식을 알리고 시중의 잘못된 식품에 대한 왜곡된 상식을 바로잡는 데 일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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