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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서 20m 떨어지면 삐~~격리자에 전자팔찌 채운다는 정부

중앙일보 2020.04.06 23:36 종합 1면 지면보기
해외 입국자들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이 증가하고 있는 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입국자들이 버스 탑승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정부는 해외 입국자의 2주간 자가격리 의무화를 어기는 사례가 발생하자, 지난 5일 부터 자가격리 수칙 위반자에 대한 처벌 강도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대폭 강화했다.뉴스1

해외 입국자들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이 증가하고 있는 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입국자들이 버스 탑승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정부는 해외 입국자의 2주간 자가격리 의무화를 어기는 사례가 발생하자, 지난 5일 부터 자가격리 수칙 위반자에 대한 처벌 강도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대폭 강화했다.뉴스1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격리자의 이탈을 막으려고 위치 확인용 전자팔찌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일각에서 "법적 근거가 없고 헌법상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도입이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7일 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 정부 내 이견 커
자가격리 실효성 높일 대안 vs 신체 자유 침해해 위헌

정부는 7일 국무회의 후 비공개 관계부처 장관이 모여 이 안건을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전자팔찌 방안을 두고 정부 내 견해차가 커 실제 도입될지는 미지수라서 7일 확정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팔찌의 원리는 이렇다. 휴대폰에 자가격리 앱이 깔려있는데, 이 앱과 전자팔찌가 하나가 돼 기능하게 된다. 자가격리자가 휴대폰에서 20m 이상 떨어지면 정부의 중앙모니터링단에 실시간으로 경보음이 울린다. 정부 관계자가 현장을 방문해 이탈 사실을 확인한다. 전북 군산에서는 자가격리자인 베트남 유학생 3명이 지난 3일 거주지에 휴대전화를 두고 인근 호수공원을 5시간 동안 돌아다닌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자팔찌의 필요성이 대두했다고 한다. 
 
정부가 모든 입국자에 대해 자가격리를 의무화하면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자가격리 대상자의 격리지 무단이탈이 잇따르고 있고, 이로 인한 감염 사례도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4일 현재 자가격리 이탈자는 137명이다. 전체 자가격리자의 약 0.1%에 해당한다. 이 중 63명은 고발 조처돼 수사중이다.
 
정부는 자가격리 대상자에게 동의를 받아 전자팔찌를 부착할 계획이며, 만약 동의하지 않을 경우 입국을 거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전자팔찌를 즉각적으로 대량 공급할 수 있는지 등을 따져 도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정부 일각에서 전자팔찌 도입을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 내 반대의 목소리가 만만찮다. 우선 방역 당국이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팔찌+앱'은 성범죄자에게 부착하는 전자발찌(위치추적장치)와 같은 기능을 한다. 전자발찌는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전자발찌는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다. 
 
이런 근거에서 전자팔찌 부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상당하다고 한다. 전자팔찌를 부착하면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기 때문에 본인 동의만으로 안 된다는 것이다. 대만 등에서 전자팔찌를 검토하는데, 그 나라에는 법적 근거가 있다고 한다. 전자팔찌를 반대하는 정부 관계자는 "자가격리자가 성범죄자도 아닌데 그들에게 험악한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국격에 맞지 않을뿐더러 인권 침해라는 비판을 받고 위헌 논란에 휘말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팔찌의 실효성도 논란이다. 집이 넓은 경우 20m 이상 떨어지는 일이 적지 않을 텐데 그때마다 경보음이 울리면 어떡할 거냐는 것이다. 휴대폰을 집안에 두고 마당에 나왔을 때도 경보음이 울릴 수 있다. 또 전자팔찌를 잘라버렸다고 처벌하기도 곤란하다. 자가격리를 위반하지 않은 채 그것만 잘라버리는 게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한 게 아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이 극단적인 봉쇄정책을 쓰지 않고 방역을 잘 해왔다고 국제적으로 평가받는 마당에 전자팔찌를 채우면 그동안의 명성에 먹칠하게 될 것"이라며 "자가격리자 중 0.1%의 일탈자를 감시하려고 이런 조치를 해야 하느냐. 차라리 전자팔찌에 드는 돈으로 알바생을 더 고용해 자가격리자 감시를 강화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지난 4일 기준 전국 자가격리자는 모두 3만7248명이다. 무단이탈 등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해 적발된 사람은 하루 평균 6.4명, 총 137명에 이른다. 

 
신성식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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