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이폰 ‘1인 2개’ 구매제한 파장···‘세계공장 중국’ 믿음의 배신

중앙일보 2020.04.06 05:00

1인당 2개만 살 수 있습니다."

지난달 14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애플 매장에 진열된 아이폰11을 비롯한 제품들.[AP=연합뉴스]

지난달 14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애플 매장에 진열된 아이폰11을 비롯한 제품들.[AP=연합뉴스]

아이폰 이야기다. 애플은 지난달 중순부터 한 사람이 살 수 있는 아이폰을 기종별 2개로 제한했다.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11을 3개째부터는 못 산다는 얘기다. 최근 공개한 아이패드 최신 모델에도 적용했다.
지난 2월 중국 베이징의 한 애플스토어에 진열돼 있는 아이폰의 모습.[AP=연합뉴스]

지난 2월 중국 베이징의 한 애플스토어에 진열돼 있는 아이폰의 모습.[AP=연합뉴스]

코로나19 때문이다. 물량이 달린다. 애플의 ‘생산기지’ 중국이 멈췄던 영향이다. 코로나19로 공장을 폐쇄했던 중국의 애플 공급사들이 2월 중순부터 생산을 재개하긴 했다. 하지만 “생산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편”이라는 게 애플 입장이다. 미국 CNBC는 “애플은 2007년에도 비슷한 조치를 했지만, 그땐 아이폰이 비싼 가격에 재판매되는 걸 막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품을 못 만들어 이뤄진 이번 조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애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지난 2월 중국 베이징의 한 애플스토어에서 한 여성이 나오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2월 중국 베이징의 한 애플스토어에서 한 여성이 나오고 있다.[AP=연합뉴스]

애플은 대체지를 물색중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은 미·중 무역 전쟁으로 어려운 와중에 코로나바이러스로 공급망까지 파괴됐다"며 "애플은 중국 기반의 생산 체계를 바꾸기 위해 중국 인근 동아시아에 대체 생산지를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없이 생산하기

지난달 6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의 한 3D 프린터 공장에서 중국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지난달 6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의 한 3D 프린터 공장에서 중국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EPA=연합뉴스]

글로벌 기업이 상상하기 어려운 명제다. 특히 제조업에서 그렇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힘을 빌리지 않고선 이윤을 내기 어렵다.
[WSJ 캡처]

[WSJ 캡처]

이젠 생각해야 한다. 중국 부재가 현실로 다가와서다. 코로나19가 그렇게 만들었다. 1~2월 중국의 공장은 한마디로 ‘마비’됐다. 바이러스 확산세가 진정되며 혼란은 어느 정도 풀렸다. 하지만 굳었던 몸이 제 컨디션으로 돌아오려면 멀었다. 공장이 가동돼도 생산량이 예전 같지 않다.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분석회사 리스크메서즈는 최근 “중국의 생산력이 서서히 돌아오고 있지만, 완전 회복엔 여러 달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으로선 당장 생산량을 못 맞추니 애가 탄다. 애플의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많이 팔아야 더 큰 이윤을 남기는데도 울며 겨자 먹기로 판매를 제한했다.

"中 모델, 역사상 가장 큰 노동 이익 거래"

지난달 21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에 있는 한 자동차 공장에서 중국 노동자가 엔진을 조립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지난달 21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에 있는 한 자동차 공장에서 중국 노동자가 엔진을 조립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첨단 기술만 가지면 지구 반대편에서 싼값에 물건을 만들 수 있는 게 ‘글로벌 공급망’이다. 이를 통해 세계적 기업들이 많은 이윤을 남겼다. 중심에 ‘차이나 모델’이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전통적으로 기업들은 공급망 전략을 세울 때 비용과 품질, 운송을 결정적 요소로 고려해왔다”고 말한다.
 
중국은 어느 곳보다 이 조건에 앞선다. 땅은 넓다. 노동력은 저렴하면서도 준수하다. 정부 통제로 사회 안정성도 어느 정도 확보됐다. 글로벌 기업이 앞다퉈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만든 이유다. WEF는 "지난 20~30년 동안 중국은 세계 생산의 중심이 됐다"고 전한다.『중국 무역과 힘(China Trade and Power)』을 쓴 애널리스트 스튜어트 패터슨은 책에서 “애플과 GM 등은 중국의 싼 노동력과 중국 정부의 비호하에 이윤을 취했다”며 “이는 경제 역사상 가장 차익이 큰 노동 거래”라고 평가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끝내주는 중국을 이용해 글로벌 기업들이 돈을 벌었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세계화·中 의존 한계 드러나

지난 2월 중국 상하이의 한 철강 공장이 가동을 멈춘 모습.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직원 근무를 막았다.[신화=연합뉴스]

지난 2월 중국 상하이의 한 철강 공장이 가동을 멈춘 모습.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직원 근무를 막았다.[신화=연합뉴스]

효율의 이면에 그에 버금가는 취약성이 있었다. 전염병 등 불가항력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다. 코로나19는 세계화의 그늘을 제대로 보여줬다. 수닐 초프라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비즈니스인사이더에 “자연재해로 인해 공급이 지장을 받는 상황은 지난 20~25년 사이에 자주 발생해왔다”며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처럼 사람이 일터에 갈 수 없어 공장이 아예 마비된 상황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을 한 여성이 마스크를 쓴 채 지나가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을 한 여성이 마스크를 쓴 채 지나가고 있다.[AP=연합뉴스]

코로나19 발호(跋扈)와 함께 시작된 중국발(發) 공급망 붕괴는 다국적 기업의 연쇄 가동 중단으로 이어졌다. 전 세계 제조업의 중국 의존도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라 타격은 컸다. 더구나 바이러스 전염은 유럽, 미국으로 번져 공급에 이어 수요도 마비됐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기업들은 최근 10년간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일본 지진, 태국 홍수와 미국 허리케인 등 많은 재앙을 겪어왔다”며 “그럼에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기업들은 자신들이 준비돼 있지 않음을 깨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스트 코로나, '차이나+알파' 전략 부상 

지난달 13일 중국 구이저우성 진핑현의 한 셔틀콕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조립을 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지난달 13일 중국 구이저우성 진핑현의 한 셔틀콕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조립을 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그렇다고 중국이 사라질 순 없다. 당장에 중국을 완전히 대체할 곳을 찾기는 불가능하다. WEF는 “글로벌 공급망은 하룻밤 사이에 만들 수 없다”며 “품질, 생산 능력, 비용 수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곳을 찾는 데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래도 ‘중국 올인’ 현상은 사라질 확률이 높다. 터키 재무장관을 지낸 브루킹스연구소의 케말 데르비쉬는 뉴욕타임스(NYT)에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은 ‘초집중적’ 네트워크에 있다”며 “금융은 미국, 제조업은 중국에 의존하는 등 특정 허브에 집중된 공급 네트워크 시스템이 문제”라고 말했다.
베트남은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 중 하나로 거론된다. 사진은 지난해 5월 베트남 하노이의 한 의류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는 모습.[AFP=연합뉴스]

베트남은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 중 하나로 거론된다. 사진은 지난해 5월 베트남 하노이의 한 의류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는 모습.[AFP=연합뉴스]

기업은 분산 전략을 취할 것이다. 싱가포르대 비즈니스스쿨의 알렉스 카프리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규모 공급망 재구조화가 이뤄질 것이지만 중국을 완전히 포기하긴 어렵다”며 “대신 기업들은 중국+1, 중국+2 or 3 전략을 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이나+알파 전략을 통해 리스크를 나눌 것이란 이야기다.
 
수닐 초프라 교수도 “기업들은 100만 개를 생산하는 공장 하나보다 비용이 조금 더 들어도 50만 개를 생산하는 공장 2개를 가지려 할 것”이라며 “마스크만 해도 예전엔 중국이 가장 좋은 생산지였지만 3월 이후엔 베트남이나 멕시코가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을 부분적으로 대체할 ‘미니 차이나’의 부상이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코로나19는 ‘중국=세계의 공장’이란 공식을 흔들었다. 글로벌 기업은 이제 중국의 대안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코로나19의 혼란에서 벗어나도 수출 대국 중국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으로선 ‘값싼 생산 기지’가 아닌 ‘기술 보유국’으로의 변신이 더욱 절실해졌다.
 
차이나랩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

관련기사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