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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으로 읽는 책 (51)

중앙일보 2020.04.06 00:35 종합 31면 지면보기
진짜 종교는 무엇이 다른가

진짜 종교는 무엇이 다른가

표층 종교가 변화되지 않은 지금의 나, 다석 유영모 선생님의 용어를 빌리면 ‘제나’를 잘되게 하려고 애쓰는 데에 반하여, 심층 종교는 지금의 나를 부정하고 나를 죽여 ‘얼나’, 즉 새로운 나, ‘참나’‘큰나’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강조합니다. … 표층 종교에서는 신이 ‘저 위에’ 계시기 때문에 자연히 신을 내 밖에서 찾으려고 하지만, 심층 종교에서는 신이 내 속에 있고, 이렇게 내 속에 있는 신이 나의 진정한 나, 참나를 이루고 있기에 신을 찾는 것과 참나를 찾는 것이 결국은 같은 것이라  봅니다.
 
오강남 『진짜 종교는 무엇이 다른가』
 
 
코로나19로 이미지를 심하게 구긴 게 종교다. 신천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 현대 서구사회에서 가장 급속히 늘어나는 종교현상은 ‘무신론’이다. 미국의 종교사회학자 필 주커만은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인 스칸디나비아 3국이, 실질적으로 ‘신 없는 사회’, 전통적인 종교가 없는 사회라는데 주목한다.
 
비교종교학자인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교수는 급격한 탈종교화 경향에 대해 “오늘날 많은 사람이 종교를 떠나는 것은 대부분 표층적인 종교가 종교의 전부라고 오해하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종교의 심층 차원이 가져다줄 수 있는 ‘시원함’에 목말라 있다”고 강조한다. 책은 종교의 심층을 탐구한 57명을 소개한다. 그리스로마 철학자에서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불교, 동아시아 사상가, 인도의 영성가를 망라한다. 술술 읽히지만 방대한 비교종교학적 서술은 동서양 종교와 철학을 두루 섭렵한 저자의 내공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 같다.
 
양성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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