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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진정한 의사였다”…코로나 첫 사망 의료인 애도 물결

중앙일보 2020.04.05 16:34
4일 정오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직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인이 된 허영구 원장의 희생정신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경북도

4일 정오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직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인이 된 허영구 원장의 희생정신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경북도

토요일인 4일 정오,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공무원들이 점심 식사를 하러 가기 전 일제히 제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식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음이 울리자 공무원들은 1분간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고 한 사람을 추모하는 시간을 보냈다.  
 

4일 정오 경북도와 대한의사협회 동시 1분 묵념
“의료인들 언제나 스스로의 안전에 만전 기해야”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이들이 떠올린 사람은 바로 경북 경산시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했던 내과의사 고 허영구(59) 원장이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 3일 숨졌다. 국내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첫 의료인이다.
 
의식에 동참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고인은 30년 동안 경산에서 내과 개업의로 활동하면서 성심성의껏 환자를 진료하기로 소문이 날 만큼 인술(仁術)을 베풀어 온 진정한 의사였다”고 그를 평가했다.  
 
이 지사는 “경산에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감기증세를 보이는 환자의 진료를 꺼리는 분위기도 아랑곳하지 않고 환자들을 정성껏 치료하던 중, 본인도 확진 판정을 받고 경북대병원에서 치료 중 폐렴증세가 악화돼 어제(3일) 사망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대한의사협회도 서울시 용산 임시회관 7층 대회의실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희생된 회원을 추모하기 위한 묵념을 진행했다. 고인의 명복을 빌기 위한 추모 묵념은 이날 정오에 전국의 진료실·수술실·자택 등에서 진행됐다.
4일 정오 대한의사협회 소속 한 의사가 수술실에서 고인이 된 허영구 원장의 희생정신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4일 정오 대한의사협회 소속 한 의사가 수술실에서 고인이 된 허영구 원장의 희생정신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의사로서의 사명을 다한 고인의 높은 뜻에 13만 의사 동료들과 함께 존경의 마음을 담아 깊이 애도하며, 유족들께도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고 했다.
 
최 회장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무엇보다 의료인 보호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 절감하게 됐다”며 “많은 의료인들이 열악한 조건 속에서 코로나19와 악전고투하고 있는데 대해 감사드리며 회원들께서는 각자의 위치에서 언제나 스스로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오전 중앙대역대책본부 영상회의에서 고인의 숭고한 희생정신에 애도를 표하면서 “안타까운 죽음이지만 의료진들의 희생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에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과 이웃 지자체인 대구시에서도 애도의 뜻이 전해졌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을 느낀다”며 “코로나19와의 전쟁은 훗날 대구의 역사와 한국사를 넘어 세계사 속에 아프고 슬픈 이야기와 함께 인류가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그리고 이 역사의 주인공은 분명 의료진들이 될 것이며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허 원장은 3일 오전 9시 52분 대구 경북대병원에서 치료 중 세상을 떠났다. 지난달 18일 근육통을 호소해 검사를 받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19일 입원한 뒤 갑자기 상태가 악화해 에크모(ECMO·심장보조장치), 인공호흡기, 신장투석 치료를 받았다. 최근 심장마비로 스텐트 시술(심장혈관에 그물망을 넣는 것)을 했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정확한 감염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진료 중 확진 환자와 접촉하며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부인과 자녀 2명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산=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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