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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장 필요하자 "북한 학력 고쳐달라" 소송 낸 탈북민, 청구 기각

중앙일보 2020.04.05 09:00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사진 다음로드뷰]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사진 다음로드뷰]

한 북한 이탈 주민이 통일부에 “북한에서의 학력을 고쳐달라”고 신청했다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탈북민은 왜 ‘북한 학력’을 고쳐달라 했을까

탈북민 A씨는 국내에 들어와 지내다 한 자격 시험을 준비하게 된다. 그런 A씨의 발목을 잡은 건 ‘학력’이었다. 시험 응시 자격으로 '고등학교 졸업자와 동등한 학력 인정'이 필요했다. A씨는 관공서를 방문해 학력 확인서를 받았는데 ‘○○고등중학교 3년 중퇴’라고 기재돼 있었다.
 
A씨는 통일부에 최종학력을 ‘○○고등중학교 6년 졸업’으로 바꿔 달라고 신청한다. 그런데 통일부는 “객관적 근거가 없고,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A씨는 행정심판도 냈지만, 이 역시 각하됐고 결국 ‘북한 학력 정정’ 건으로 법정까지 오게 됐다.
 

북한에서의 학력,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북한의 고등중학교 졸업증과 학업성적표.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계 없음 [중앙포토]

북한의 고등중학교 졸업증과 학업성적표.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계 없음 [중앙포토]

탈북민이라는 특성상 통일부나 법원이 A씨가 북한에서 이수한 학력을 직접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A씨 역시 “졸업했다”고 주장할 뿐 객관적인 자료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법원은 이런 경우 “입국 당시 국가정보원 신문 조사 기록이 그나마 객관적 증거 가치로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A씨가 처음 한국에 들어올 때 국정원에서 쓴 진술서 학력사항에는 ◇◇인민학교 입학 및 졸업, ○○고등중학교 입학 날짜가 적혀있었다. 법원은 “인민학교는 입학과 졸업 날짜를 정확히 적은 반면 고등중학교는 졸업 여부에 대해 아무런 기재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법원은 A씨가 스스로 쓴 삶의 이력과 인민학교ㆍ고등중학교 재학 시기를 대조해 살펴봤다. A씨는 인민학교 졸업 후 고등중학교도 졸업했다고 주장했는데, 진술서 내용과 모순되는 점이 있었다. A씨 주장대로라면 고등중학교에 다녔어야 할 시기에 A씨는 “더는 살 수가 없어 다른 지역으로 갔다”고 진술서에 썼다. 법원은 “A씨 진술서에 중간에 이사를 했다는 내용이 등장하는 것으로 볼 때 고등중학교를 중퇴했을 개연성이 상당하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5부(재판장 박양준)는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5일 밝혔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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