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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년 걸렸는데 180일이면 분해···백화점 걸린 친환경 옷걸이

중앙일보 2020.04.05 05:03
지난 3월 2일 갤러리아 백화점 광교점에 문을 연 ‘코오롱스포츠’의 매장에는 특별한 옷걸이가 있다. 옥수수 전분 추출물로 만든 옷걸이로 매립 후 약 180일 정도면 생분해된다. 기존 플라스틱 옷걸이의 분해 시간은 약 300년. 지금까지 패션 매장에 따라 적게는 250개, 많게는 500개까지 사용되는 옷걸이는 대부분 폴리우레탄 코팅이 되어 있다. 표면이 벗겨지면 끈끈해져서 재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버려질 수밖에 없다. 
코오롱스포츠 매장은 집기도 재사용했다. 플라스틱 마네킹을 새로 제작하는 대신, 기존에 사용하던 마네킹에 친환경 도색을 해 재활용했다. 매장 선반은 조립식을 사용했다. 기존에는 용접으로 접합해 재사용 할 수 없었지만, 렌치 볼트로 언제든 풀어 이동할 수 있는 이 매장 선반은 향후 언제라도 재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必환경 라이프? 친환경 매장

'코오롱스포츠' 갤러리아 광교점에서 사용하는 생분해 옷걸이. 300년 이상 걸리는 플라스틱 옷걸이와 달리 매립 후 180일 정도면 분해된다. 사진 코오롱스포츠

'코오롱스포츠' 갤러리아 광교점에서 사용하는 생분해 옷걸이. 300년 이상 걸리는 플라스틱 옷걸이와 달리 매립 후 180일 정도면 분해된다. 사진 코오롱스포츠

지난 2017년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문을 연 이니스프리 ‘공병공간’ 매장에는 23만 개의 화장품 공병이 묻혀있다. 2003년부터 시작된 공병 수거 캠페인을 통해 모인 화장품 공병을 분쇄해 내·외부 공간 70%를 장식했고, 매장 곳곳에는 공병을 재료로 제작한 화병이 놓여있다. 80년 된 한옥 두 채를 그대로 살린 공간이기도 하다.
  
'이니스프리' 공병공간 내부. 화장품 공병 23만 개를 분쇄해 내외부 자재에 활용했다. 사진 이니스프리

'이니스프리' 공병공간 내부. 화장품 공병 23만 개를 분쇄해 내외부 자재에 활용했다. 사진 이니스프리

이케아는 친환경 매장 정책을 펴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 운영 중인 광명점‧고양점·기흥점·동부산점에도 친환경 정책이 녹아있다.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력을 생산하고 지열을 활용한 냉난방 시스템을 가동한다. 실내조명은 모두 LED 조명등이고,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큰 창을 매장 곳곳에 설치했다. 2017년 문을 연 이케아 고양점은 영국의 친환경 건축물 인증인 브리엄(BREEAM)의 ‘매우 좋은(very good)’ 등급을 획득했다.  
 
'이케아' 고양점의 친환경 태양광 패널. 사진 이케아

'이케아' 고양점의 친환경 태양광 패널. 사진 이케아

친환경과 지속 가능성은 요즘 패션 업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다. 친환경 가죽으로 옷을 만들고 물을 절약하는 워싱 가공법으로 청바지를 만든다.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을 가공해 만든 ‘에코닐(재생 나일론)’은 여러 명품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는 가장 주목받는 소재가 됐다.  
이렇게 환경을 생각하며 만든 제품을 진열하는 매장은 어떨까. 충분히 친환경적일까? 이런 고민을 하는 브랜드가 늘면서 제품을 넘어, 매장 디자인과 설계, 사용하는 집기와 포장재 디자인까지 지속 가능성의 가치를 녹이려는 시도 또한 늘고 있다.  

'코오롱스포츠' 갤러리아 광교점 매장. 다른 매장에서 쓰던 마네킹을 친환경 도색해 재사용했다. 사진 코오롱스포츠

'코오롱스포츠' 갤러리아 광교점 매장. 다른 매장에서 쓰던 마네킹을 친환경 도색해 재사용했다. 사진 코오롱스포츠

보통 소매점, 즉 물건이 놓이고 팔리는 매장 건물은 비(非)주거 건물 중 가장 큰 에너지 소비량을 자랑한다. 영업시간 동안 돌아가는 에어컨 및 조명 설비를 위해 사용되는 전기량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에너지 낭비 문제도 심각하다. 에어컨을 켠 채 문을 열고 영업하는 ‘개문 냉방 문제’는 매년 여름 논란이 되고 있다.   
때문에 최근에는 지속 가능성뿐만 아니라 비용 절감 측면에서 친환경 매장을 주목하기도 한다. 영국의 친환경 인증 및 컨설팅 기관인 ‘카본 트러스트(Carbon Trust)’에 따르면 20% 에너지 비용 절감은 5%의 매출 증가와 동일한 이익을 낸다. 친환경 매장이 지구에도 좋지만, 비용 절감에도 좋다는 얘기다. 
  
'스텔라 매카트니' 런던 플래그십 매장. 폐휴지로 만든 재활용 소재로 매장을 장식했다. 사진 스텔라 매카트니

'스텔라 매카트니' 런던 플래그십 매장. 폐휴지로 만든 재활용 소재로 매장을 장식했다. 사진 스텔라 매카트니

해외에선 보다 다양한 친환경 매장을 만날 수 있다. 친환경 패션 브랜드의 대표주자인 ‘스텔라 매카트니’는 2018년 런던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하면서 폐휴지로 만든 재활용 소재로 매장을 디자인했다. 또한 사탕수수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만든 생분해성 마네킹을 사용했다. 당시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는 매장을 열면서 “지속 가능성과 패션, 럭셔리를 완벽히 통합해 스텔라 매카트니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한다”고 말했다.  
 
'파타고니아' 캐나다 빅토리아 매장. 요트를 만들고 남은 목재로 벽 장식을 하고 선반을 만들었다. 사진 파타고니아 홈페이지

'파타고니아' 캐나다 빅토리아 매장. 요트를 만들고 남은 목재로 벽 장식을 하고 선반을 만들었다. 사진 파타고니아 홈페이지

캐나다 빅토리아 지역에 있는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매장에서는 태평양의 한 요트 클럽에서 요트를 만들고 남은 목재를 활용한 벽 장식과 선반을 발견할 수 있다. 덴마크 패션 브랜드 ‘가니’는 매장에 의류 재고를 가공해 만든 카펫을 깔고, 오래된 플라스틱병으로 매장을 장식한다.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한 지속 가능한 액세서리 브랜드 ‘보틀탑’은 아예 재생 플라스틱을 재료로 해 3D프린터로 매장을 만들었다. 또 매장 바닥은 고무 타이어를 재가공해서 만들고, 내부는 6만 개의 버려진 플라스틱병으로 장식했다. 
 
팔리지 않은 의류를 재가공해 카펫으로 만들어 매장 내부를 꾸민 '가니'. 사진 가니

팔리지 않은 의류를 재가공해 카펫으로 만들어 매장 내부를 꾸민 '가니'. 사진 가니

물론 이렇게 거창한 친환경 설계나 인테리어만 지속 가능한 매장을 만드는 유효한 방법은 아니다. 영수증을 종이로 발행하지 않고 아이패드 등 전자 기기로 대신하거나, 비닐이나 플라스틱 포장재 대신 종이나 천으로 된 쇼핑백을 권하거나, 조명 기기를 에너지 효율이 좋은 LED 등으로 바꾸는 것도 친환경과 지속가능한 매장을 위한 좋은 방법들이다.  

 
6만 개의 버려진 플라스틱 병을 활용해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인 '보틀탑' 매장 전경. 사진 보틀탑 홈페이지

6만 개의 버려진 플라스틱 병을 활용해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인 '보틀탑' 매장 전경. 사진 보틀탑 홈페이지

매장은 소비자와 만나는 최전선이다. 게다가 요즘에는 단순히 물건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공간이 아닌, 브랜드의 철학을 알리고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드는 마케팅 전초기지로 통한다. 요즘 매장이 친환경적으로 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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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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