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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조원 목숨과 명예 맞바꾼 美 함장···수백 명이 박수 보냈다

중앙일보 2020.04.04 08:00
사진 페이스북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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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렛 크로지어 함장. 미해군 홈페이지 캡처
브렛 크로지어 함장. 미해군 홈페이지 캡처
어깨에 가방을 둘러멘 채 배에서 내리는 남자를 향해 수백 명이 그의 이름을 부르며 박수를 보낸다. 함성은 그가 차에 오를 때까지 계속된다. 남자는 오른손을 가볍게 들어 인사를 하고 자리를 뜬다.
 
괌에 입항한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 호에서 벌어진 일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험에서 5000명 승조원의 목숨을 구하려 상부에 서한을 보내는 한편 언론에도 도움을 구했던 함장이 경질돼 하선하자 승조원들이 감사를 표한 것이다.
 
승조원 수백 명의 배웅을 받은 함장의 이름은 브렛 크로지어다. 그는 지난달 30일 상부에 서한을 보내 "전시가 아니다. 승조원들이 죽을 필요는 없다"며 신속한 대응을 호소했다.
 
5000명의 승조원이 함께 생활하는 항모 특성상 코로나19의 급속 확산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미 100명 정도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태이기도 했다.
 
다음날 미 언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크로지어 함장의 4쪽짜리 서한이 공개됐다. 집단 감염에 대한 우려가 치솟았고 결국 하루 뒤 하선작전이 개시됐다.
 
그러나 2일 뒤 크로지어 함장은 경질됐다. 서한이 언론에 보도된 과정에 크로지어 함장이 개입했다고 본 것이다.
 
토머스 모들리 해군장관 대행은 "크로지어 함장의 서한은 해군이 그가 호소하자 그제야 움직인 것 같은 편견을 조장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비판을 예상했으며 경질의 책임은 자신이 지겠다고 했다.
 
결국 크로지어 함장은 그날로 짐을 챙겨 루스벨트 호를 떠나게 됐다. 승조원들 입장에서는 함장이 징계와 불명예를 무릅쓰고 자신들의 목숨을 구했다고 여길 법한 상황이 된 것이다.
승조원들은 루스벨트 호를 떠나는 함장의 이름을 연호하고 박자를 맞춰 박수를 치며 "감사합니다!"라고 외쳤다. 집단감염의 위험과 공포에서 벗어나게 해준 함장에게 마지막 경의를 표한 셈이다.
 
크로지어 함장의 경질에 대해서는 온라인에서도 역풍이 불고 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전했다.
 
한 청원 사이트에서는 몇 시간 만에 6만7000여명이 크로지어 함장의 복귀 청원에 서명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경질은 지나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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