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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공장' 이대로 문닫나…중소기업 85% "석달 못 버텨"

중앙일보 2020.04.04 07:26

공장은 멈췄고 자금은 바닥났다. 3개월도 버티기 힘들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실물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중소기업 10곳 중 9곳이 파산 위기를 호소할 정도다.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으로 신음했던 이들 기업은 이제 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지난달 2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중소기업 상당수가 현재 대출금 상환과 인건비 부담으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베이징대와 칭화대는 지난달 기술·생산·유통·서비스 업종 가운데 연간 수익 5000만 위안(약 85억5000만원) 미만, 직원수 50명 미만의 중소기업 995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이들 기업의 85%는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3개월 내에 파산할 처지에 놓였다고 답했다. 6개월은 버틸 수 있다고 답한 기업은 10%에 불과했다. 또 38%의 기업이 직원을 해고하거나 공장 가동 등 회사 운영을 중단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출처 신화망]

[출처 신화망]

자금난에 처한 중소기업들은 은행 대출길이 막히자 부동산과 일부 설비, 차량 등을 매각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으며 민간 금융기관을 통해 고금리 자금을 융통하거나 지인들에게 손을 벌리는 등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나서고 있다.
 
중국 광둥성에 살고 있는 직장인 리 위에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10년 이상 알고 지내던 지인 두 명에게서 '돈을 빌려줄 수 있냐'는 전화를 받았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재력가도, 회사 고위 임원도 아닌 나에게까지 연락을 하는 걸 보니 사정이 얼마나 급한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절강성 항저우와 닝보에서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동밍은 "은행 빚이 200만 위안(약 3억 4000만원) 정도 있는데 매달 이자로 1만6000위안(약 273만원)을 내야하고 직원 15명의 월급과 사무실 임대료도 최소 10만 위안(약 1700만원)씩 든다"며 "요즘 여행 가는 사람이 없어서 들어오는 수입은 0인데 이걸 어떻게 해결하냐"고 하소연했다.
 
이들 기업 상당수는 해외에서 주문을 받아 제품을 생산해왔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주문량이 급감하거나 판로가 끊길 상황에 처했다. 발주처의 상황이 악화되며 중국 공장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선전의 한 스마트헬멧 생산 업체는 "지난 주 유럽의 주요 바이어 중 한 곳이 회사 자체의 사정으로 생산 주문을 취소하겠다고 연락이 왔다"며 "생산 주문이 취소되자 우리도 부품 주문을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절강성의 자동차 베어링 수출 업체는 "최근 루블화가 폭락하며, 이미 예치금을 지불한 러시아 고객의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출구가 없다. 주문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고, 있어도 자재를 구매할 자금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무역전쟁을 피해 생산기지를 중국 밖으로 이전했던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탈중국'의 속도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류카이밍 현대사회관찰연구소 소장은 "중소기업에는 버틸 여력이 없다. 만약 지금과 같은 사태가 이달 말까지 계속된다면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중국의 지위는 수직낙하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차이나랩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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