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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통]트럼프 "감산" 증시 환호···코로나가 부른 저유가 역설

중앙일보 2020.04.04 06:00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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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

1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20.31달러다. 올해 1월 2일은 61.18달러였다. 3개월 만에 3분의 1토막 났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석유 생산을 늘리는 ‘유가 전쟁’을 벌이는 까닭이다. 여기에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세계 경기 부진도 저유가를 부추겼다. 각 나라의 공장이 멈춰 서며 원유 수요가 떨어진 탓이다.

저유가 과실은 사라지고

그간 저유가가 반가웠던 이유는 문제가 아니라 호재였다. 기업과 가계의 비용을 줄인다는 점이다. 재료비와 물류비가 줄어 생산‧투자 여력이 늘어난다. 운전자도 기름값을 아낄 수 있다. (국제 유가 추락에 비해 주유소 기름값은 찔끔 떨어지긴 한다). 이러려면 전제 조건이 있다. 경제가 어느 정도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아니다. 코로나 19가 퍼지면서 전 세계 소비 활동이 멈췄다. 물건을 만들어도 팔 데가 없다. 항공사의 경우도 평소 같으면 저유가가 축복이다. 하지만 지금은 비행기를 아예 띄우지 못하는 지경이다. 유가가 낮아져 봐야 소용이 없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나쁜 점은 도드라져

평소에도 저유가가 반갑지 않은 주요 업종은 코로나 19 여파까지 겹치며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원유 수요가 줄고 수출 단가도 떨어지며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올 1분기에 수천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가 높아야 수익이 나는 해양플랜트 산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유가가 떨어지면 경제가 어려워지는 중동 지역이 주 고객인 건설회사도 피해가 불가피하다.
저유가는 전체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수출 단가를 낮추는 역할을 해서다. 지난달 수출 물량은 전년 대비 13.1% 늘었는데, 수출액은 오히려 0.2% 줄었다. 많이 팔았는데도, 저유가에 따른 수출 단가 하락을 이겨내지 못했다.  
1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가 리터당 1305원, 경유가 1115원에 판매되고 있다. 주간 단위 휘발유 가격은 지난주까지 9주 연속 하락했다. 뉴스1

1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가 리터당 1305원, 경유가 1115원에 판매되고 있다. 주간 단위 휘발유 가격은 지난주까지 9주 연속 하락했다. 뉴스1

이게 중요한 이유

유가 흐름을 보면 전체 경제 상황을 가늠할 수 있다. 코로나 19 확산 세가 주춤하고 경기 호전의 기미가 보인다면 유가는 바닥을 찍고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다면 유가는 더 내려갈 수도 있다. 국내외 투자자들이 유가 급등 소식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최대 1500만 배럴 감산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하며 유가가 반등하자 뉴욕 증시는 환호하며 상승으로 화답했다.
 
하남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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