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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 깨지면 사포로 갈아라" 세계는 코로나 新자급자족

중앙일보 2020.04.04 05:00
“코로나가 두려워서 내가 직접 이를 뽑으려고 이 영상을 보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치과를 예약할 수 없다.”

미용실 대신 집에서 ‘록다운 헤어커트’
닭 키워 달걀 얻고, 채소 길러 먹기도
‘맥도날드’ 세트 따라 아빠표 ‘맥대디’
인테리어?수리?방역도 ‘코로나DIY’
치과 못가서 영상보며 직접 이 뽑기도

“이가 부러져서 며칠 동안 치통을 앓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집밖을 나갈 수 없다. 나는 죽는 게 두렵다.”  
 
신종 코로나 시대에 외출과 만남을 제한받고, 국가나 도시가 봉쇄된 사람들은 웬만한 일들은 집에서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 머리카락을 집에서 자르는가 하면, 어린 자녀를 위해 유명 패스트푸드점이 판매하는 음식들을 집에서 따라 만든 후 '맥대디'란 이름을 붙인 사람도 있다. 또 건조기같은 가전제품이나 전등 등을 직접 수리하기도 한다.[트위터 캡처]

신종 코로나 시대에 외출과 만남을 제한받고, 국가나 도시가 봉쇄된 사람들은 웬만한 일들은 집에서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 머리카락을 집에서 자르는가 하면, 어린 자녀를 위해 유명 패스트푸드점이 판매하는 음식들을 집에서 따라 만든 후 '맥대디'란 이름을 붙인 사람도 있다. 또 건조기같은 가전제품이나 전등 등을 직접 수리하기도 한다.[트위터 캡처]

 
이(齒‧치아)를 집에서 스스로 뽑는 방법이 담긴 유튜브 동영상들에 최근 이런 영문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두려워 외출하지 않고 발치(拔齒)마저 자신이 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 시대에 웬만한 일들은 집에서 스스로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감염 예방을 위해 접촉을 피하고, 국가 혹은 도시 차원의 봉쇄 조치로 상점들이 문을 닫으면서 원하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얻기 힘들게 되면서다. 의료‧미용‧음식‧보건‧인테리어‧수리 등 다양한 분야의 자급자족 경험들을 소셜미디어(SNS)에 활발히 공유한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불러온 ‘신(新)자급자족 시대’. 사람들은 어디까지 혼자서 해결하고 있을까.  
 

“사포와 풍선껌으로 치아 치료”, ‘록다운 헤어커트’ 인증샷    

 
최근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에 따르면 노르웨이의 치과의사협회는 간단한 치과적 치료에 한해 스스로 치료하는 것을 권장한다. 노르웨이의 일부 치과의사들이 격리돼 일손이 부족한데다가 의료인과 시민 모두 덜 접촉하는 게 신종 코로나 예방을 위해 낫다는 판단에서다.  
 
신종 코로나 확산 우려 속에서 지난달 31일 요르단의 한 치과의사가 방호복을 입은 채 치과 진료를 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확산 우려 속에서 지난달 31일 요르단의 한 치과의사가 방호복을 입은 채 치과 진료를 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노르웨이 한 치과의사는 NRK와의 인터뷰에서 “사포와 풍선껌으로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깨진 치아의 날카로운 모서리가 혀를 찌른다면 고운 사포로 깨진 부분을 조금 갈아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치아 충전재가 떨어져 나갔을 때는 임시방편이지만, 그곳에 무설탕 풍선껌을 붙이라”고 조언했다. 껌이 이물감을 줄 수 있지만 이가 갈라지는 것보다는 낫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증상이 심하다면 반드시 치과에 가야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처럼 의학적 안전성에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방법을 의사가 권장할 정도로 신종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독일의 유명 사이클 선수 옌스 보이트는 아내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주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트위터 캡처]

독일의 유명 사이클 선수 옌스 보이트는 아내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주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트위터 캡처]

 
미용실에 가지 않고 머리카락을 집에서 손질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SNS에는 신종 코로나 탓에 자신의 머리카락을 직접 잘랐다며 일명 ‘lockdown haircut’(봉쇄 헤어 커트) 사진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혼자 머리를 자르는 방법이나 과정이 담긴 유튜브 동영상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독일의 유명 사이클 선수 옌스 보이트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아내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주는 사진을 올렸다. 그러면서 “첫 번째 홈메이드 헤어 커트. 내 아내가 정말 잘 잘랐다고 생각한다. 이 망할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모든 미용실들이 문을 닫았다”고 썼다.   
 

달걀 얻으려 닭 키우고, 맥도날드 세트 따라 만든 ‘맥대디’   

 
할리우드 영화 ‘스파이더맨’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배우 톰 홀랜드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에 닭을 품에 안고 있는 게시물을 올렸다. 그는 “달걀을 사기 위해 모든 마트를 돌아다녔지만 없었다. 그래서 닭을 키워서 닭이 낳은 달걀을 먹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 일반 시민도 자신의 SNS에 코로나 탓에 달걀을 얻기 위해 닭을 기른다며 글과 사진을 올렸다. 
 
달걀을 구하기 어렵자 달걀을 얻기 위해 닭을 사온 할리우드 배우 톰 홀랜드.[인스타그램 캡처]

달걀을 구하기 어렵자 달걀을 얻기 위해 닭을 사온 할리우드 배우 톰 홀랜드.[인스타그램 캡처]

 
당근·케일 등 직접 기른 채소로 자급자족하기도 한다. 최근 미국 매체 더 머큐리 뉴스는 “신종 코로나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빅토리 가든’을 만들라”고 제안했다. 빅토리 가든(승리의 정원)이란 세계 1‧2차 대전 때 미국‧영국‧독일‧캐나다 등의 주거지와 공원에 조성한 채소‧과일 등의 정원을 의미한다. 전쟁 시기에 식량 자급자족과 사기(士氣) 진작을 위해 장려됐었다.  
 
집에서 기른 당근과 케일로 코로나로 인한 봉쇄 기간에 자급자족하는 사람. [트위터 캡처]

집에서 기른 당근과 케일로 코로나로 인한 봉쇄 기간에 자급자족하는 사람. [트위터 캡처]

 
피자‧햄버거‧바게트‧도넛처럼 주로 밖에서 사먹던 음식을 집에서 요리했다며 SNS에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도 많다. 
 
지난달 31일 영국 매체 더선은 맥도날드·KFC 등과 같은 유명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치킨‧감자튀김 등의 레시피를 소개했다. 신종 코로나 여파로 패스트푸드 매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이 맛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영국 배우 앨런 할샐은 자신의 6세 딸을 위해 맥도날드의 치킨너겟, 감자튀김은 물론이고, 장난감과 포장지까지 따라 만들었다. 그가 이 홈메이드 세트에 붙인 이름은 '맥대디'다. [트위터 캡처]

영국 배우 앨런 할샐은 자신의 6세 딸을 위해 맥도날드의 치킨너겟, 감자튀김은 물론이고, 장난감과 포장지까지 따라 만들었다. 그가 이 홈메이드 세트에 붙인 이름은 '맥대디'다. [트위터 캡처]

 
최근 영국의 배우 앨런 할샐은 자신의 6세 딸을 위해 맥도날드의 감자튀김‧치킨너겟은 물론이고, 이곳에서 파는 장난감까지 따라 만들었다며 트위터에 사진을 올렸다. 그가 이 홈메이드 세트에 붙인 이름은 ‘맥대디’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홈메이드 요리를 하면서 영국 등에선 빵과 파스타는 물론이고, 밀가루와 이스트마저 품절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외신이 전했다.   
 
앨런 할샐을 따라 자녀들을 위해 홈메이드 패스트푸드 세트를 만들어 SNS에 인증샷을 올리며 아이디어에 감사 인사를 전하는 이들도 있다.[트위터 캡처]

앨런 할샐을 따라 자녀들을 위해 홈메이드 패스트푸드 세트를 만들어 SNS에 인증샷을 올리며 아이디어에 감사 인사를 전하는 이들도 있다.[트위터 캡처]

 

도배나 수도꼭지 수리, 영국선 전기 자급자족 우려도 

    
‘코로나 DIY’ 능력은 집안 곳곳에서 발휘되고 있다. SNS에는 도배를 했거나 찬장을 꾸민 인증샷이 올라온다. 수도꼭지‧전등은 물론이고, 건조기와 화장실을 수리했다는 사람들도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도배를 직접 한 사람도 있다.[트위터 캡처]

신종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도배를 직접 한 사람도 있다.[트위터 캡처]

 
한 사람이 건조기를 직접 수리하고 있다.[트위터 캡처]

한 사람이 건조기를 직접 수리하고 있다.[트위터 캡처]

 
신종 코로나 시대에 방역도 DIY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 커피 필터나 진공청소기 필터로 마스크를 만들거나 3D 프린터와 같은 장비로 안면 보호대를 직접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   
 
진공청소기 필터(왼쪽)를 활용해 마스크를 제작하고, 안면 보호대를 만들어 착용한 사람. [트위터 캡처]

진공청소기 필터(왼쪽)를 활용해 마스크를 제작하고, 안면 보호대를 만들어 착용한 사람. [트위터 캡처]

 
영국에선 전기마저 자급자족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1일 영국 텔레그래프 등은 영국의 한 전기 회사가 고객들에게 정전 사태에 대비하라고 알렸다고 보도했다. 전기 기술자인 직원들이 대거 격리에 들어가거나, 감염될 경우 정전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시민들에게 “손전등을 가까이 두고, 사용하지 않는 방의 문을 닫아 열 손실을 줄여라. 모자‧장갑‧담요를 잘 준비하고 있어라”고 당부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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