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학교 조리사들 “한푼이라도 벌려고 나가는데 청소만”

중앙선데이 2020.04.04 00:44 680호 2면 지면보기

[팬데믹 100만 명 시대] 취약계층 짙은 그늘 

지난달 18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관계자가 식탁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8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관계자가 식탁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초·중·고에서)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그룹, 일 안 하면 월급 못 받는 그룹’.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달 14일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이다. 조 교육감은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그룹’으로 치부된 교사들의 비판을 받았다. 이후 조 교육감이 말한 ‘일 안 하면 월급 못 받는 그룹’, 그러니까 도서관 사서, 방과 후 돌봄 교사, 급식 조리사 등에 대한 논의는 쏙 들어갔다.  
 

무기한 온라인 개학에 ‘딴 일’
“땀에 흠뻑 젖어도 조리하고파”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지난달 31일 초·중·고교의 ‘온라인 개학’을 발표했지만, 등교는 언제인지 기약이 없다. ‘일 안 하면 월급 못 받는 그룹’ 가운데 초등·고등학교 급식 조리사들을 만났다. 이들은 경력 20년, 19년, 12년의 베테랑이다.
 
출근은 하고 있나.
“지난달 20일부터 나온다. 1, 2월은 방학이라 원래 쉰다. 개학이 연기되며 3월 19일까지 쉰 것이다. 학교에서 나오라고 연락이 왔는데, 출근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고 했다. 한푼이라도 벌려니 나오는 거다. 1, 2월에는 기본수당만 받았다. 월 40~50만원 선이다. 맞벌이 부부는 그럭저럭 버티지만, 홀로 가정을 꾸리는 조리사들도 많다. 출근할 경우 일당은 7만7000원이다. 3월 급여도 예년보다 확 줄었다. 누군가에겐 큰 액수는 아니지만, 우리에게는 크다. 교육청에서 우리가 3월에 궁해지니 선지급 명목으로 돈 준다고 했는데, 가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비정규 계약직이면서 교육공무직이다.
“학교 급식 조리사가 전국에 6만 명이다. 정규직이 있기는 하지만 정말 극소수다. 조리사는 ‘일당일오공’이란 말도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조리사 1인당 학생 150명을 맡는다. 고등학교는 1인당 120명으로 적지만 급식량이 많다.”
 
학생이 안 나오면 조리할 일도 없는데.
“3~4월은 급식으로 가장 바쁜 시기인데 어제도 청소, 오늘도 청소다. 내일도 청소일 것이다. 우리도 답답하다. 개학이 언제인지 모르는 상황인데, 언제까지 청소만 할 수 없지 않나. 근로 계약상 급식실 내 일만 하기로 돼 있는데, 일부 학교에서는 외부의 일을 시킨다고 하더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교육부 방침에 따라 사회적 거리 두기의 목적으로 급식실 식탁에 칸막이를 설치하기로 했는데.
“다른 학교에서는 만들었는데, 우린 아직 설치하지 않고 있다. 온라인 개학이지만 언젠가 학생들이 올 텐데….”
 
수업일수를 맞추려고 여름학기가 길어질 수 있다.
“조리실은 습도가 굉장히 높다. 위생모에 마스크. 거기에 고무장갑, 고무장화, 고무 앞치마…. 하루에 2~3번 옷을 갈아입어야 할 정도다. 하지만 땀에 흠뻑 젖어도 좋으니 근무가 늘어나 ‘우리 일’을 하고 싶다. 학교에는 교사와 학생뿐만 아니라 우리 같은 조리사와 도서관 사서, 돌봄 교사, 조리 실무사, 지킴이 등도 있다. 유치원 조리사·조리실무사도 같은 처지다. 어서 빨리 코로나가 사라지면 좋겠다.”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관련기사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