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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돌봄 아이들, 스마트폰·노트북 없어 온라인 수업 막막

중앙선데이 2020.04.04 00:44 680호 2면 지면보기

[팬데믹 100만 명 시대] 취약계층 짙은 그늘 

코로나19 여파로 전국 유치원·어린이집과 각급 학교 개학이 또 연기됐다. 지난 1일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그네를 타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전국 유치원·어린이집과 각급 학교 개학이 또 연기됐다. 지난 1일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그네를 타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전국 유치원·어린이집과 각급 학교의 개학이 재차 연기됐다.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는 오는 7일부터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한다. 보육원이나 지역아동센터 소속 아동 같은 취약계층에겐 더 치명적이다.
 

아동센터 찾는 아이 갈수록 늘어
밖으로 돌아다녀도 관리 어려워
보육원생들 외출도 못해 더 심각

밥하고 공부 챙기는 주부 ‘번아웃’
연차로 버티던 맞벌이 육아휴직도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기가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긴급돌봄을 하는 지역아동센터 ‘나무들을 위한 숲’을 찾은 아이들 15명 가운데 스마트폰을 가진 경우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7명에 불과했다. 정민화 센터장은 “집에 컴퓨터 자체가 없는 가정도 있고, 스마트폰 역시 부모만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센터 자체가 보유한 노트북은 2대가 전부인데 아이들의 수업시간이 겹칠 땐 어떻게 할지 막막하다”고 덧붙였다.
 
개학이 연기되면서 센터를 찾는 아이들도 점점 늘고 있다. 정 센터장은 “하루에 5~6명 수준이었던 긴급돌봄 아이들이 교육부 발표 이후 15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한부모 가정 아동이 대부분인데 부모가 콜센터나 간병인 등으로 밤늦게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엔 초등학생뿐 아니라 중고등학생까지 센터를 찾고 있다. 아이 혼자 집에 있는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밖에 돌아다녀도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 센터장은 “실제로 아이들이 PC방이나 노래방에 다녀왔다고 하소연하는 부모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절반 이상의 아이들이 긴급돌봄 없이 혼자 생활하고 있다. 센터 직원들이 하루에 한 번씩 확인 전화를 해도 아이들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관리에 한계가 있다.
 
70여 명의 아이가 생활하는 서울시 관악구 ‘상록보육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보육원 내 7세 이상 청소년은 초등학교 입학생에서 고3까지 모두 36명이다. 부청하 원장은 “고3과 중3들은 당장 다음 주부터 온라인 수업을 한다는데 직원들도 아이들도 강의를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작 아이들에겐 온라인 강의보다 당장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더 문제다. 청소년 보호시설은 외출, 외박을 통제하라는 정부 권고에 따라 지난 2월부터 보육원 아이들은 코로나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외출과 외박을 금지했다. 하루에 두 차례 보육원 앞마당에서 줄넘기와 농구를 하는 게 아이들의 유일한 낙이다. 부 원장은 “책가방과 학용품도 다 마련했는데 갑자기 학교에 못 가게 된 아이들이 매일 ‘학교는 언제 갈 수 있느냐’고 물어본다”고 전했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낮에 보호자 없어 혼자 지내는 취약계층 아이들은 지역아동센터나 복지기관에서 주기적으로 연락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처럼 지역아동센터 전부 다 문 닫는 것은 아동 복지의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직장에 다니는 엄마와 전업주부도 스트레스를 받기는 마찬가지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중학생과 초등학생 남매를 키우는 양진영(44)씨는 “학원 숙제는 했는지 학교에서 추천하는 EBS 온라인 강의는 들었는지 확인하는 것도 일인데 20일부터 시작되는 온라인 강의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씨는 “작은 아이 담임 선생님에게 물어보니 ‘저희도 아직 장비가 없어서 잘 모른다’, ‘일단 기다려보라’는 답만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11살과 8살 남매를 키우는 김미진(39·서울 마포구)씨는 휴직을 선택했다. 지난해 말 방학에 들어간 후 석 달 동안 아침마다 30분 거리의 어머니 집에 아이들을 맡겼다. 하지만 앞으로 온라인 수업까지 준비해야 한다는 소식에 당분간 육아에 전념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연차와 ‘부모님 찬스’로 버텼는데 개학이 또 연기되니 방법이 없어 육아휴직을 신청했다”며 “저는 그나마 다행인 게 중소기업 다니던 친구 중에는 아예 직장을 그만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 2학년 형제를 키우는 문지영(38·서울 노원구)씨는 “아이들이 바깥 공기를 못 쐬니 갈수록 예민해져 하루에도 서너번씩 싸운다”며 “세 끼 밥 챙기고 어질러 놓은 장난감 치우다가 그런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짜증을 부리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가족들이 집에만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심리적인 ‘번아웃(소진)’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가족 내 스트레스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엄마가 일방적으로 정하기보다는 먼저 아이들의 의견을 들어 시간표를 짜거나 가족만의 규칙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빠가 요리하는 날, 아이들 혼자 치우는 시간 등을 정하고, 그 대신 아이들에게도 자유롭게 원하는 것을 할 시간을 주는 식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좁은 공간에 계속 밀집되어 있으면 서로 예민해지고 공격성이 증가할 수밖에 없어 가족 간에도 ‘심리적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며 “사람 많은 시간을 피해 공원이나 놀이터로 나가는 것도 스트레스를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웨덴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집단면역’ 정책을 실시하는 것도 스트레스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은 ‘봉쇄전략’을 장기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출발한다. 스웨덴은 여전히 학교 수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식당과 술집 등도 문을 열고 있다. 스웨덴 국립보건원의 안데르스텡넬 박사는 “자녀를 맡길 학교가 문을 닫으면 의사와 간호사의 4분의 1이 출근을 못해 전체 의료서비스가 타격을 입는다”며 “대신 양육을 맡은 조부모들이 더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절반 이상이 1인 가구일 정도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기업들이 평소에도 원격 근무를 장려하는 스웨덴의 상황을 우리나라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진단이 나온다.
 
김창우 기자, 김여진 인턴기자 kim.yeoj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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