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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속 깜깜이 선거, 공약 따지는 ‘깐깐 유권자’가 답이다

중앙선데이 2020.04.04 00:39 680호 5면 지면보기

국민 선택, 4·15 총선 〈5〉 각 당 공약 입체 해부

나태준 교수

나태준 교수

21대 총선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선거는 코로나 이슈에 밀려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TV와 신문에는 정당의 움직임과 후보의 인물평, 여론조사 결과 정도만 보도될 뿐, 제대로 된 정책 담론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당·인물만 앞세워 공약 실종
정당 이합집산 심판도 어려워
똑똑한 유권자 많아지길 기대

이번에도 정당 혹은 인물만 보고 찍을 수밖에 없는 깜깜이 선거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정당 자체가 급조되고 통합되다 보니 주도면밀한 정책공약은 기대하기 어렵고, 지난 4년간 각 정당의 의정활동을 표로 심판하기도 어려워졌다. 4개 주요정당 중 20대 총선 때의 정당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당은 단 한 곳뿐이다. 손바닥 뒤집듯이 이합집산하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우리 정당정치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때일수록 유권자의 냉철한 정책적 심판이 필요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접수된 정당별 10대 공약을 보면 어느 정도 각 정당의 비전을 가늠해볼 수 있다. 우선 코로나 관련 공약부터 살펴보자.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에 대한 명확한 언급 없이 9순위 보건정책의 일부로 처리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 보건의료 전담 복수차관제 신설, 음압 병상 확충 등의 내용은 현재 위기를 넘을 수 있는 처방이라기보다는 중장기 대응으로서의 의의가 더 크다.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 코로나 위기를 국가적 단합과 경제발전의 기회로 승화시킬 수 있는 정책적 카드를 선제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미래통합당은 코로나 대응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독립시키겠다는 내용은 더불어민주당과 동일하다. 감염병 입국자 종합관리, 감염병전문병원 지정·설립, 마스크 등 위생용품 세액공제, 긴급 유급돌봄 휴가제 등 지금까지 논의되었던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엿보인다. 그러나 실물경제 회복, 민생고 해결 등 다양한 내용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지는 못하다.
 
민생당 역시 코로나 피해 극복을 1순위로 배치하고 있다. 보건복지와 안전보다는 재정경제 측면에서 사안을 보고 있다.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심의 민생피해 지원, 세금 유예와 감세, 임대료 지원과 세금 조기환급 등의 내용이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막대한 재정지출과 정부부채가 급증한다는 자체 분석에도 불구하고 추경과 국채발행으로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것은 자가당착적이다.
 
정의당은 코로나 관련 공약을 7순위에 두고 있다. 전 국민 마스크 100% 공적 공급, 노동자·자영업자·돌봄 취약계층 피해 직접지원, 대구·경북 주민에게 재난기본소득 100만원 직접지원 등 세 가지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의당은 주요 지지층이 명확하고 공약의 색채가 선명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표의 확장성 측면에서 손해를 가져올 수 있다.
 
10대 공약 전체를 놓고 본다면, 더불어민주당은 중소벤처, 청년, 여성,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로 집중돼 있다. 특정 계층을 명확히 타깃으로 하는 대신, 관심 영역은 폭넓게 분산되어 있다.  
 
최우선 관심 분야는 산업자원과 중소벤처인 반면, 일반 경제 민생 공약내용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은 다소 의외다. 미래통합당은 경제활성화 관련 내용을 2순위와 3순위로 배치하여 경제회복에 대한 관심이 높게 나타난다. 법인세 인하, 부동산 보유세 부담 경감 등 친기업, 친중산층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민생당은 5.18 민주화 운동 진상규명, 호남권 환경일자리 100만개 창출 등을 제시하고 하는데, 이는 호남 표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무주택자 공공주택 마련, 국공립대 무상교육, 고용세습 근절 등 주로 서민층에 어필하는 공약이 포진되어 있다. 정의당의 공약은 국가가 책임지는 평등교육, 부동산 투기 근절, 차별 없는 일터, 부모 찬스 대신 사회찬스 등 공공분야의 역할 확대와 사회 공정성 확보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부모 찬스 논란 끝에 사퇴한 조국 교수의 장관 임명을 찬성했던 정의당을 기억하는 유권자에게 얼마나 어필할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각 당의 공약 완성도, 실현 가능성 등 측면에서 지적할 부분은 적지 않다. 미흡한 공약이지만 잘 살펴보고 어느 당을 찍을지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똑똑한 유권자가 많아져야 21대 국회를 조금이라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나태준 연세대 교수·한국정책학회 정책공약분석평가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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