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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타다 이후의 택시

중앙선데이 2020.04.04 00:26 680호 31면 지면보기
김창우 사회 에디터

김창우 사회 에디터

중고자동차가 거래되는 경남 양산경매장에 최근 타다 로고가 붙은 카니발 차량들이 매물로 나왔다. 11일 타다 베이직 서비스 중단을 앞두고 운영사인 VCNC가 보유한  차량 1500대를 순차적으로 매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 1년 6개월 밖에 안된 차량이지만 운행거리가 8만~12만㎞에 달해 구매가(3000만원)의 절반 남짓한 선에 팔릴 것으로 보인다.
 

고객 마음에 쏙 드는 타다 서비스
이참에 택시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타다는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2018년 10월 첫 선을 보였다. 승차정원 11인승 이상 렌터카는 운전자를 포함해 빌려줄 수 있다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규정을 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11인승 이상 승합자동차라도 운전자를 끼워 빌려주려면 6시간 이상 사용하거나, 공항 항만이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시행령 개정안(타다금지법)이 지난달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치명타를 맞았다. 법원에서 렌터카를 개인에게 알선하는 것이 합법이라고 판단하자 국회에서 운영 근거 조항을 아예 삭제한 것이다.
 
타다는 기술 발전을 법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일컬어진다. 현행법에 따라 사업을 하려면 타다가 쏘카 소유인 운행차량을 직접 구입하고 면허도 구입해야 한다. 1000대 기준으로 차량 구입비 300억원(차량 한대당 3000만원)과 기여금 700억원(면허당 7000만원)이 필요하다. 타다가 서비스 중단을 결정한 이유다. 타다를 공유경제를 통해 기존 택시를 대체할 수 있는 혁신적 사업모델로 볼 수 있느냐는 부분에서는 논란이 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기존 법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이유로 막을 수 있는가, 혹은 막아야 하느냐는 부분이다.
 
직장인이라면 밤 늦은 시간 번화가에서 택시를 아무리 호출해도 오지 않고, ‘예약’ 표시를 켠 택시만 수십대씩 지나치는 모습에 분통을 터뜨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택시 기사가 늘어놓는 시국과 정치에 관한 장광설이나, 다른 운전자에게 투덜대는 소리를 듣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큰 소리로 다른 사람과 통화하는 건 기본이다.
 
타다는 3무 서비스를 내세웠다. 승차거부를 하지 않고, 난폭운전을 하지 않으며, 말을 걸지 않는다. 승객의 요청이 들어오면 가장 가까운 차량에 자동으로 배차가 되기 때문에 승객을 골라 태울 수 없다. 월급제로 고용된 기사들이 과속을 할 필요도 없다. 대신 생수와 클래식 음악, 휴대전화 충전기만 제공한다. 승객들이 10~20% 높은 요금에도 타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다. 실제로 2020년 기준 타다 회원수는 170만명, 재탑승률은 90%에 달한다.
 
재미있는 부분은 타다가 내세운 서비스는 기술적으로 현재 택시들에도 얼마든지 도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승객의 호출이 들어오면 택시 기사가 콜을 받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차량을 자동으로 배차하는 시스템을 갖추면 된다. 배차를 거부하거나 승객이 평가한 만족도가 낮을 경우 일단 경고를 하고, 몇차례 반복되면 면허정지 등의 불이익을 주면 된다. 승객이 불편해하는 기사들은 자연스럽게 퇴출될 것이다.
 
올해부터 택시업계의 고질적 병폐로 지목됐던 사납금(기사가 의무적으로 회사에 내야하는 기준 금액)이 폐지되고 월급제 형식인 전액관리제가 도입됐다. 사납금제는 기사가 일정액을 뺀 나머지 수입을 모두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과속·난폭 운행, 승차거부 등의 원인이 됐다. 이 참에 자동배차를 비롯한 타다 시스템을 택시에도 적용하는 것이 어떨까. 승객이 많은 시간대, 장소에서는 타다 수준의 요금 할증도 고려해 볼만하다. 수요가 있는데 법을 앞세워 틀어막는 것은 아무리 봐도 이상한 일이다.
 
김창우 사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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