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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화상 면접, 전화 진료…‘언택트 이코노미’ 대유행 예고

중앙선데이 2020.04.04 00:21 680호 13면 지면보기
SK텔레콤은 지난달 30일 ‘언택트 채용’ 방식을 도입해 신입 사원을 뽑겠다고 밝혔다. 직원들이 스튜디오에서 온라인 채용 설명회 ‘T커리어 캐스트’ 중계를 준비하고 있다. [뉴스1]

SK텔레콤은 지난달 30일 ‘언택트 채용’ 방식을 도입해 신입 사원을 뽑겠다고 밝혔다. 직원들이 스튜디오에서 온라인 채용 설명회 ‘T커리어 캐스트’ 중계를 준비하고 있다. [뉴스1]

지난 달 22일 SK이노베이션 신입사원 채용에 응시한 300명의 지원자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시험장까지 직접 가지 않고 집안에서 PC 앞에 앉아 사전 고지된 매뉴얼에 따라 화상 통화 시스템에 접속해 시험을 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에 동참한 기업 측이 필기 전형을 온라인 심층역량검사로 대체해서다. 김상호 SK이노베이션 인재개발실장은 “필기 전형에선 응시자들이 시험장 한 곳에 모이게 돼 요즘 시국에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면서도 “채용을 진행하는 것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채용에 나섰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경제적 거리두기’
모든 택배물 비대면 배송 의무화
분양시장도 사이버 견본주택 확산

신용카드 온라인 결제액 32% 늘어
돈·사람·설비 차단 상황 지속될 것

#같은 달부터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은 회사 방침에 따라 배송을 받는 모든 소비자 휴대전화로 “코로나19 관련 고객님들과 택배기사의 안전을 위해 비대면 배송을 실시한다”는 안내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택배물을 직접 전하지 않고 각 가정의 문 앞이나 무인 보관함 등에 놓고 가면 소비자가 찾아가는 방식이다. 이전에도 상황에 따라 선택적 비대면 배송을 진행한 적이 있었지만 이제 모든 택배에서 의무적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산업계 곳곳에서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언택트(untact·비대면)’ 열풍이 거세게 일면서 사회 트렌트도 바뀌고 있다. 비대면 전환이 쉬운 택배는 물론 “인사가 만사”라며 과거라면 상상도 못했을 기업 채용마저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분위기다. 이른바 언택트 이코노미의 활성화다. 현대자동차도 코로나19로 서류 전형 단계에서 중단했던 신입·경력 채용을 지난 달 30일 재개하면서 화상 면접 방식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도 해외 인재 등 이례적인 경우의 채용에 한해서만 화상 면접을 진행했지만 전면 도입은 처음이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고성능 카메라와 마이크, 대형 스크린 같은 관련 인프라를 최근 완비했다. 다른 기업들도 속속 비대면 채용에 나서고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언택트 이코노미 급부상은 온라인 소비의 뚜렷한 증가에서부터 고스란히 나타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기 전인 지난 2월 첫째 주 2조920억원이었던 국내 신용카드 온라인 결제 승인액은 불과 3주 만인 넷째 주 들어 2조7611억원으로 32%가량 급증했다. 직전까지 거의 없던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순식간에 누적 50명, 100명으로 늘면서 전국에 공포감이 조성됐던 직후다. 집계가 안 된 지난 달 온라인 결제액은 이보다 훨씬 많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온라인 생필품 소비, 비대면 배송 수요가 급증한 한편 대면 업무에 익숙한 국내 기업문화도 차제에 비대면 선호로 이어지는 분위기”라며 “코로나19 이후 산업 생태계 자체가 뒤바뀔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채용처럼 대면 방식만이 정석이던 분야에서 비대면 방식이 자리 잡고 있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예컨대 부동산 분양 업계는 통상 주말 동안 견본주택에 직접 오는 소비자들을 보고 청약 성적표를 미리 가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소비자가 사이버 견본주택 영상을 홈페이지나 유튜브 등으로 확인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기업들로서는 온라인 마케팅·홍보가 과거보다 중요해졌다.  
  
#실제 지난 달 13일 사이버 견본주택을 마련한 ‘순천 한양수자인 디에스티지’는 소재지가 수도권이 아님에도 사흘간 홈페이지 누적 접속자 수 4만 명을 기록했다. 분양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껏 견본주택을 가장 중요한 고객 대면 창구라고 여겼는데 지나친 선입관이었단 생각마저 드는 게 요즘”이라고 전했다.
 
대면이 필수였던 의약 분야에서도 비대면이 시도되고 있다. 모바일 헬스케어 스타트업 레몬헬스케어는 서울대병원과 전국 2만여 약국을 대상으로 전자처방전 전송 서비스 지원에 나섰다고 지난 달 27일 밝혔다. 이 서비스 도입으로 서울대병원에서 전화 진료를 받은 환자는 별도 방문 절차 없이도 환자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전국 약국으로 전자처방전을 전송할 수 있게 됐다.  
 
앞서 보건복지부가 코로나19를 고려, 환자들이 전화 진료와 처방을 받도록 한시 허용한 데 따른 시도다. 면세점 업계도 롯데면세점이 지난 달 31일 스마트폰으로 매장 입구에서 QR코드를 스캔, 모바일 카트에 담아 결제할 수 있는 비대면 매장인 ‘스마트스토어’를 마련하는 등 오프라인 소비 급감의 대응에 나섰다.
  
#업계별로 기존에 있던 비대면 판매 채널은 더욱 호응을 얻고 있다. 음식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이 지난해 11월 선보인 비대면 주문·결제 서비스 ‘배민오더’는 5개월 만인 지난 달 27일 누적 주문 건수 200만을 넘어섰다. 비대면으로 식당에 미리 주문하고 결제한 후 매장을 방문해 음식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라 최근 이용자가 한층 늘어 입점 문의도 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2월 24일부터 지난 달 25일까지 한 달간 신규 비대면 계좌 개설 고객이 전년 비슷한 기간보다 약 3배 증가한 10만 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코로나19가 불러온 전례 없던 경제 위기에 기업과 소비자 양측이 생존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자구책의 하나로 언택트 열풍을 불러일으킨 것”이라며 “기업의 핵심 경영 자원 세 가지인 돈·사람·설비 모두 사실상 차단된 현 상황이 해소되지 않는 한 이런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식음료·교육·게임·택배 기업은 매출 늘어
코로나19라는 달갑잖은 손님이 가중시킨 소비시장 비대면(언택트) 열풍이 나쁘지만은 않은 업종이 적잖다. 증시를 노려보는 개인 투자자라면 중·장기적 관점에서 고려할 만하다. 전문가들은 ▶식음료 ▶전자지급결제대행(PG) ▶교육 ▶게임 등 콘텐트 ▶택배 등을 이런 소비 트렌드 확산에 따른 수혜 업종으로 보고 있다.
 
식음료 제조업은 기존에 인기를 끌던 가정간편식(HMR) 등의 수요가 언택트 열풍에 한층 급증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에 이어 최근 코로나19가 본격 유행하고 있는 북미 시장에 진출한 CJ제일제당 같은 기업은 해외 수혜까지 예상된다. 식품 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둘째 주 CJ제일제당 HMR 브랜드 ‘비비고’의 냉동만두 등 제품 매출이 평소 대비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미국 뉴저지 등지에 있는 만두 공장 가동률을 주말에도 최고치로 올릴 만큼 수요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2조원에 인수한 현지 냉동식품 기업 쉬안스컴퍼니도 순항할 전망이다. 하나금융투자는 CJ제일제당이 올해 쉬안스컴퍼니에서만 지난해보다 20%가량 증가한 2조6000억원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전자지급결제대행(PG)도 언택트 시대에 빼놓을 수 없는 수혜 업종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온라인 소비 증가세로 지난해 국내 전체 PG 이용 금액은 일평균 5467억원으로 전년 대비 26.2% 늘었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까지 작용해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증권가는 PG 시장점유율 1위(22.2%) 기업인 NHN한국사이버결제에 주목하면서 올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1%, 영업이익은 88.3% 각각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규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온라인 결제액 증가로 PG에서만 전분기보다 17% 증가한 108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을 전망”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 전체 연간 실적도 그만큼 개선될 것”으로 분석했다.
 
집안에서 시간을 알차게 또는 심심하지 않게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교육·콘텐트 업종 역시 주목된다. 개학 연기와 재택근무제 도입 확산에 수요 증가가 확실시되고 있다. 교육에서는 메가스터디 등의 온라인 강의 플랫폼 보유 기업이, 콘텐트에서는 아프리카TV(1인 미디어)·네이버(웹툰 등)·엔씨소프트(게임) 등의 기업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한진 등 택배 기업도 차제에 언택트 소비의 편리함을 경험한 신규 유입 수요가 당분간 유지되면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런 일반적인 전망 내용을 맹신해서 단기간 과도하게 투자하기보다는 길게 보고 부담을 덜 갖는 선에서 여유 있게 접근할 것을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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