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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검지 붙인 손 허공에 살살 흔들면…‘계산서 주세요’ 몸짓말

중앙선데이 2020.04.04 00:21 680호 14면 지면보기

영어 이야기

결정판 바디 랭기쥐

결정판 바디 랭기쥐

보디랭귀지(body language)를 보통 신체언어로 번역한다. 순수 우리말로는 ‘몸짓말’이다.
 

‘V 자’ 손등 상대 향하면 영국선 욕
영어 보디랭귀지도 잘 공부해야

요즘에는 통번역 앱이 있지만, 옛날에는 상대방 말을 모르면 ‘손짓 발짓’으로 의사소통을 했다. 신통하게도 뜻이 통했다. (눈빛도 보디랭귀지다. 서로 눈빛만 잘 쏴도 사랑에 빠질 수 있다.) 왜? 손짓 발짓은 호모사피엔스의 원초적 언어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유아는 모유를 실컷 먹은 다음에는 ‘싫다’ ‘이제 그만’의 뜻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래서 말을 모르는 자식들과 일찍이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여성들이 남성보다 훨씬 보디랭귀지 능력이 우월하다는 이론이 있다.)
 
‘시원적이며 원시어(primal and primitive)’인 몸짓말은 가장 처음 생겼지만, 21세기에도 가장 해득하기 가장 어려운 언어이기도 하다. 영어가 중급 이상 수준에 도달해도 ‘영어 몸짓말’을 공부해야 한다. 의사소통을 더 잘하기 위해서.
 
신체언어는 ‘몸의 언어’이지만, 말과 글의 세계로 집요하게 침투한다. 신체언어에서 유래한 말들이 글자화 됐다. 예컨대 우리말 ‘눈살(눈에 독기를 띠며 쏘아보는 시선)이 따갑다’는 표현을 들 수 있다. 영어에서도 몸짓말에서 유래한 표현들이 많다.
 
예컨대 이런 것들이 있다. 승인·찬성·격려를 뜻하는 ‘thumbs-up’이 있다. 요즘 우리말로 ‘엄지척’이나 ‘엄지 올리기’ ‘좋아요’로 번역된다. ‘하이 파이브(high five)’는 “승리나 성공을 기뻐하는 뜻으로 두 사람이 손을 들어 손바닥을 마주치는 일”(우리말샘)이다. 윙크(wink)를 빠트릴 수 없다. 윙크는 “상대에게 무엇인가 암시하거나 추파(秋波)로서 한쪽 눈을 깜빡거리며 하는 눈짓”이다.(표준국어대사전)
 
영어는 여러 저런 성과나 도전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만국공통어의 길을 걷고 있다. 그래서 수많은 영어 단어들이 우리말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어로 진출하고 있다.
 
그런데 영국과 미국의 영어 차이 못지 않게 양국의 신체 언어 또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예컨대 집게 손가락과 중지로 ‘V 사인’을 할 때 손바닥을 상대편을 향하게 하면 영국과 미국에서 둘(two)·평화·승리를 뜻하지만, 반대로 손등이 상대편으로 향하면 영국에서는 욕이다.
 
아마도 서양문화의 전파로 악수가 전파됐다. (원초적 신체언어인 키스·뽀뽀 또한 서세동점이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으리라.) 그런데 미국인들은 영국인들보다 악수할 때 더 길게 더 강하게 손을 잡는 경향이 있다.
 
‘계산서 주세요’라고 할 때 영국식 영어로는 “Can I have the bill”이고 미국식 영어로는 “Check, please”다. 말은 달라도 양국 신체 언어로는 같다. 엄지와 검지를 붙인 손을 허공에서 좀 흔들면 된다.
 
아직 ‘영어 신체언어 사전’은 없는 것 같다. 그런 사전이 있으면 좋겠다. 영국인 미국인들이 모르는 바디랭귀지의 세계도 있다. 그 문제를 잘 정리한 책으로 『The Definitive Book of Body Language(결정판 보디랭귀지)』(사진)가 있다. 우리말 번역본 제목은 『당신은 이미 읽혔다: 상대의 속마음을 간파하는 기술』이다.
 
김환영 대기자 / 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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