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코로나 감염 20% 입원 필요 … ‘발생 속도’ 잘 관리해야

중앙선데이 2020.04.04 00:20 680호 28면 지면보기

러브에이징

100년 만에 찾아온 세기적 역병(疫病)이 봄꽃의 향연을 밀어내는 잔인한 4월이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Pandemic·팬데믹)은 지구촌 성장 열차를 후진시키며 전례 없는 경기 불황을 예고하는가 하면, 베이징과 뉴델리의 하늘을 눈부신 파란색으로 되돌려 놓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다.
 

기존의 폐렴과 판이한 경우 많아
에크모 등 첨단 의료장비 활용
환자 상태 따라 맞춤형 처방 중요

대유행 종식 전 백신 개발 어려워
스페인 독감처럼 공존법 찾아야

경제 성장과 청정한 지구가 한배를 타기 어렵듯 코로나19 대책도 경제 활성화와 생명 수호 중 한쪽에 우선권이 주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신종 바이러스의 영악한 본질과 21세기 첨단 의료 장비가 합심해 인간의 욕망과 도덕성을 시험하는 모양새다.
  
집단 면역은 인구 60% 걸려야 가능
 
사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달 11일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했다는 것은 지금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전염병 확산을 막기 힘들다는 고백이라 할 수 있다. 또 대유행 공포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집단 면역(Herd Immunity)’에 필요한 인구수는 바이러스 종류에 따른 재생산 지수를 통해 도출되는 객관적 수치다. 인간의 희망에 따라 증감시킬 수 없다. 코로나19는 환자 한 명이 평균 2.5명을 감염시키니 집단 면역은 ‘(2.5-1/2.5)×100(%)’이라는 계산에 의해 인구의 60%가 걸려야 얻을 수 있다. 즉, 국내는 3000만 명, 세계적으로는 45억 명이 감염돼야 집단 면역을 가진 사회가 된다. 지금의 대유행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신종 바이러스의 본질이 이러니 유행 초기에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호기롭게 조기 승리를 외친 정상들은 모두 민망한 상황에 처했다. 대표적인 예가 영국의 존슨 총리다. 그는 지난달 14일 집단 면역 운운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더 많이 잃겠지만 일상을 유지하라”고 발표했다가 며칠 뒤 외출 금지와 상점 폐쇄를 지시한 것은 물론 황태자와 본인의 감염 사실까지 밝히는 처지가 됐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부활절(4월 12일)부터는 경제 활동을 정상화하고 싶다”는 의견을 냈다가 이틀 만에 미국의 확진자 수가 세계 1위가 되면서 체면을 구겼다.
 
사실 25억~40억 년 전부터 지구촌에 정착해 온 바이러스의 존재감을 인지하면 신종 바이러스를 단기간에 박멸하겠다는 호모 사피엔스의 외침은 무모하고 공허해 보인다. 역사적으로 인류가 바이러스의 존재를 감지한 것은 19세기 말이며 형태를 알게 된 시기도 전자현미경이 개발된 20세기 이후다. 따라서 지금의 팬데믹 시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려면 무엇보다 ‘겸허한’ 마음으로 바이러스의 정체를 파악하고 피해를 줄이면서 공존하는 법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19는 ‘제2의 사스(SARS-CoV-2)’로 명명될 만큼 2002년 사스(SARS-CoV)와 외형이 닮았다. 하지만 치사율을 낮추고 전염력을 대폭 강화한 낯설고 영악한 모습으로 노약자를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실제 코로나19가 보여주는 행태는 1918년부터 2년간 세계적 대유행을 일으킨 스페인 독감과 닮았다. 당시 원인 바이러스(인플루엔자 H1N1)는 5억 명 이상의 감염자와 2000만~5000만 명의 사망자를 내고 나서야 치사율을 0.1%로 낮춘 상태로 지금까지 인류와 공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10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이 발달한 초고속 교통망, 지역별 봉쇄 조치, 여름철 활동성 약화 가능성 등을 고려해 코로나19가 내년 봄까지 유행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코로나19를 제어할 효과적인 백신이나 치료제는 정치인이나 해당 업계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희망적이지 않다. 코로나19는 에이즈처럼 변이가 심한 RNA 바이러스라 대유행 종식 전에 백신이 출시되기는 어렵다. 신약 개발도 요원하며 기존의 다른 바이러스 치료제 중에서 효과적인 약을 찾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나마 감염자 중 80%가 경증이라는 사실이 다소 위로를 준다. 하지만 이 말은 뒤집어 생각하면 폐렴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20%는 되는 셈이다.
 
게다가 코로나19가 초래하는 폐렴 증상은 기존의 폐렴과 판이한 경우가 많아 진료현장을 당황스럽게 한다. 예컨대 폐 CT 검사상 심한 폐렴처럼 보이는데 실제 환자는 별다른 증상이 없는가 하면, 아침에 심해 보이지 않던 환자가 반나절도 안돼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중환으로 급속히 진행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치료법은 중증으로 진행된 환자의 위기 상황을 지켜주는 집중 치료다. 폐렴이 악화하면 신속하게 인공호흡기를 걸어주고, 심장 기능이 떨어지면 혈액을 체외 순환시켜주는 에크모를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치료가 첨단 장비를 활용해 수시로 환자 상태에 따라 맞춤형 조작을 해야 하다 보니 숙련된 의료진이 필요하다. 혹여 한꺼번에 중환자가 발생하기라도 하면 모든 환자가 제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는 불가능하다. 실제 외국보다 상황이 양호한 국내에서도 유독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던 경북이나 대구 등지에서 사망률이 높다.
  
경제 살리기, 생명 존중 두 개의 칼날
 
예를 들어 집단 면역이 생길 때까지 폐렴 환자가 3만 명 발생한다고 가정해 보자. 하루 300명씩 100일간 발생하는 식으로 자연 상태로 방치할 경우 중환자실 부족 등으로 사망자는 폭증하지만 이른 시일에 경제 활동은 정상화될 것이다. 반면 휴교, 집회 금지, 대중교통 제한 등의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지속해 폐렴 환자가 하루에 80명 수준으로 1년 내내 발생한다면 코로나19 희생자는 최소한으로 막을 수 있다. 물론 경제 침체는 받아들여야 한다. 경제 활성화를 우선순위에 뒀던 영국은 첫 번째 방법을 선택했다가 26만 명의 사망자 발생 위험이 제기되면서 화급히 사망자를 2만 명까지 줄일 수 있다는 두 번째 방법으로 정책을 선회했다.
 
과연 국가 경제와 국민의 생명권이라는 두 개의 칼날 위에서 세계 각국은, 또 우리 정부는 어떤 저울질을 하며 사회적 거리 두기 출구 전략을 펼칠 수 있을까. 코로나19의 위세가 꺾이는 날까지 역사적으로 진행되는 각국의 팬데믹 대처 상황을 관찰해볼 일이다.
 
황세희 국립중앙의료원 건강증진예방센터장
서울대 의대 졸업 후 서울대병원에서 인턴·레지던트·전임의 과정을 수료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 MIT에서 연수했다. 1994년부터 16년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로 활동하면서 ‘황세희 박사에게 물어보세요’ ‘황세희의 남자 읽기’ 등 칼럼을 연재했다.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