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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영끌 개인 ‘총알’ 47조…외인 50조 매도 가능성 지뢰밭

중앙선데이 2020.04.04 00:02 680호 12면 지면보기
가상화폐 광풍이 불었던 2017년, 당시 사람들은 모였다 하면 비트코인 얘기를 했다. 3년여 지난 지금은, 모였다 하면 주식 얘기다. 삼성전자 주식을 살까 말까가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가 됐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이후 국내외 주가가 급락하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증권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개인 투자자(이하 개인)는 올 들어 지난 달까지 코스피·코스닥에서 23조8013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16조원, 기관은 9조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동학개미운동, 개인 석 달간 23조 순매수
증권계좌 지난달 82만개 늘어
하이닉스·현대차 등 집중 매수
제로 금리에 증시로 ‘머니 무브’

외국인은 22거래일째 ‘셀 코리아’
짐 로저스 “몇 년 내 최악 하락장”
전문가 “빚투 금물, 매입 시기 분산”

개인이 외국인 매도 물량을 모두 받아 내면서 주가를 떠받치고 있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선 1894년 반봉건·반침략을 목표로 했던 동학농민운동에 빗대 ‘동학개미운동’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개인의 진격이 본격화한 건 3월 들어서다. 개인은 3월 한 달간 코스피에서만 11조186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역대 최대 기록을 연이어 경신했던 1월 4조4830억원과 2월 4조8973억원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개인의 증권계좌도 3월에만 82만2339개가 늘어 3월 말 현재 3072만9524개를 기록했다. 가격이 급락한 지금을 저점 매수의 기회로 본 것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개인이 몰리면서 증권사가 운영하는 거래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키기도 했다. 개인 투자자 거래 비중이 큰 키움증권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던 지난달 13일과 27일 잔고 확인이나 주문 체결 등이 지연되기도 했다. 개인은 지난 달에만 삼성전자 주식 4조9587억원을 순매수했다. ‘삼전영끌(삼성전자를 영혼까지 끌어다 대출받아 투자)’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이 외에도 개인은 SK하이닉스·현대차·한국전력·SK이노베이션 등을 집중 매수했다. 사실 개인의 주식 열풍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금융·외환위기 때도 유사했다. 한국거래소가 1999년부터 관련 자료를 집계해 구체적인 수치를 알 수 없지만, 1997년 11월 12일 주요 언론의 기사 제목은 ‘개인 투자자, 외국인 매도 종목 집중 매입’이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외국인이 계속 주식을 팔았고, 그걸 개인이 소화하고 있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세계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에도 비슷한 상황을 연출했다. 당시에도 개인이 대거 저점 매수에 나섰다.
 
성적은 대체로 좋지 않았다. 2018년 10월에도 개인은 코스피가 2355에서 2100선으로 무너질 때는 매일 사더니, 2060선까지 밀린 10월 24일 팔기 시작해 2000선이 붕괴된 10월 마지막 주에는 일주일 누적 매도 금액이 1조원을 넘었다. 이후 지수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자금 규모가 다르다. 개인의 증권계좌에 들어 있는 ‘총알’만 50조원에 육박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월 말 31조원 정도였던 주식계좌의 고객예탁금은 1일 47조원으로 불어났다. 제로(0)대 금리시대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대거 증시로 이동하는 ‘머니 무브’(Money Move)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장효선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몇 년 새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지난해에는 부동산 거래량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부동산 매각 대금과 은행 예금 등이 증시로 흘러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는 종목도 과거와는 다르다. 예전에는 급등락 가능성이 큰 테마주가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삼성전자 같은 우량주를 집중 매입하고 있다. 최근 우량주가 저평가돼 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김용구 하나금투 연구원은 “40조원이 넘는 매수 여력이 있는 만큼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가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이번 사이클의 최종 승자는 외국인이 아니라 개인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이제 시작일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최근 국내 증시가 급락한 건 외국인이 줄기차게 내다 판 영향인데, 지금까지 외국인이 판 물량은 국내 증시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의 4%도 안 된다.  
 
외국인은 여전히 코스피에서만 445조원(3월 말 기준)을 들고 있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매도 물량은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중동계 자금의 유출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증시 전문가는 “외국인이 보유액의 10% 정도인 50조원까지 팔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외국인은 3일에도 2913억원을 순매도, 22거래일째 ‘팔자’ 행진을 이어갔다.  
 
실물경제가 계속 나빠지고 있는 부분도 감안해야 한다. 실물경제가 침체하는 데 증시만 홀로 상승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0.7%로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이후 10년 11개월 만에 최저로 고꾸라졌다. 제조업 재고율(재고/출하)도 118.0%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21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실물경제가 위축하면서 세계적 투자 전문가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블룸버그 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증시 반등세가 더 지속할 수 있겠지만 기업 부채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어 또 다시 급락할 수 있다”며 “앞으로 몇 년 안에 내 생애 최악의 하락장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저점 판단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목돈이 꽤 오래 묶일 수 있는 점과 추가 하락 가능성도 감안해 매입 시기를 분산해야 한다”라며 “특히 ‘빚투(빚을 내서 투자)’는 삼가야 하고 자금을 주식에만 올인하는 것도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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