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소득 급감' 스스로 증빙해야

긴급재난지원금 선정기준. 그래픽=신재민 기자
하지만 일부 사업장을 제외한 직장가입자 건보료는 지난해 원천징수액을 기초로 매겨진다.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의 건보료는 재작년 소득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소득이 급감했는데, 2018년에 돈을 잘 번 자영업자는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게다가 지역 가입자에 대해선 직장인과 달리 자동차나 집 집 등의 자산을 소득으로 환산해 건보료를 매긴다. 코로나 19 여파로 일을 못 해도 보유 주택 때문에 지원금 대상에서 배제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양성일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최근 급격히 소득이 줄었지만, 건보료에 반영되지 않은 소상공인·자영업자는 관련 소득을 증빙해 신청할 경우에 소득 상황을 반영해 판단할 것”이라며 “다양한 보완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구체적인 증빙 기준도 이날 제시하지 못했다.
고액자산가 제외한다면서…기준도 못 정해

긴급재난지원금 가구규모별 지원액. 그래픽=신재민 기자
당초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납부자를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종합 부동산세는 아파트나 다가구·단독주택의 공시가를 합해 6억원이 넘거나, 1주택자의 경우 주택 공시가가 9억원을 넘는 경우, 5억원을 넘는 땅을 가진 경우 부과 대상이 된다.
맞벌이 가정 '역차별' 논란도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이 3일 정부세종청사 합동 브리핑실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재난지원금 재원 분담을 둘러싼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엇박자'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은 “지자체에서 관련 비용을 부담해 (재난지원금) 범위를 넓히는 것이 쉽지 않다”며 “지자체와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긴급재난지원금 마련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7조1000억원) 편성 계획을 발표하며 “정부와 지자체가 8대 2로 분담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서울시에 대해서는 소요 재원을 30~50% 분담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원순 서울시장은 2일 “분담 비율 8대 2로 추가 재원 3500억원을 마련할 것”이라며 선을 그었고,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1일 “20% 부담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경기도는 지자체 몫의 예산 20%를 분담하지 않고 정부 몫의 지원금만 도민에게 주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보완 작업이 불가피해지면서 재난 지원금 지급 시기는 늦춰질 전망이다. 정부는 당초 '5월 지급'을 목표로 했다. 추경안 국회 제출과 본회의 의결 등 절차도 남아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 취약ㆍ피해계층을 긴급하게 지원하기 위한 취지인데 무리하게 중산층 이상으로 범위를 넓히다 보니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소득ㆍ재산 등 예외적인 경우에 대한 파악이 어렵다 보니 당초 취지와 다르게 집행이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재원을 분담을 요구하면 지자체의 재난지원금 지급이 오히려 더뎌질 수 있다"며 "반대로 지자체의 지급을 정부가 보조하고, 기준도 소득이 아닌 피해 업종 중 일정 규모 이하로 정하는 등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