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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안 가리고 다 받아준 분" 코로나 사망의사, 안타까운 추모

중앙일보 2020.04.03 14:22
선별진료소가 설치된 경북대병원 모습. 뉴스1

선별진료소가 설치된 경북대병원 모습. 뉴스1

“보건소 업무가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을 때 코로나 이외 환자를 의뢰하면 흔쾌히 받아주던 분이었다.”
3일 경북 경산시 내과 개원 의사 A씨(59)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한 안경숙 경산시 보건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3일 코로나 감염돼 사망한 내과의사 A씨
경북 경산 내과의사(59), 3일 세상 떠나
동료의사 "환자만 생각했던 진정한 의사"
"평소 환자 오래 진료하다 감염 노출됐나"

 
 안 소장은 “경산에 코로나19환자가 대규모로 발생하는 바람에 보건소에서 다른 일반 환자 진료는 못 하는 실정이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진료를 부탁하면 잘 받아주시는 등 코로나19사태 대처에 크게 기여하신 분"이라고 했다. 그는 "공무원이 몸에 이상이 있는 자가격리자의 증세를 적어서 A원장에게 가면 굉장히 귀찮고 번거로운 일일 수도 있는데 대리처방을 잘 해줘 굉장히 고마워하곤 했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평소 A씨와 친분이 있는 동료나 주변 의료진도 안타까워했다. 이들은 “집과 병원만 왔다 갔다 하는 조용한 성격인데 환자에게 참 친절한 의사였다”고 입을 모았다. 경북 김천 출신인 A씨는 김천고와 경북대 의대를 졸업했다. 현재 중앙병원으로 이름이 바뀐 경상병원에서 내과 과장을 하다 내과 전문의로 개원한 지 10여년 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평소 친목계를 하는 경산시의사회 박종완 회장은 “환자를 볼 때는 강박증이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자세히 보는 진료 태도를 갖고 있었는데 마스크를 쓰고 있었더라도 오랫동안 진료를 보다 보니 감염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 한명을 10분 넘게 면담하고 상태를 체크하기 때문에 진료받은 환자는 팬이 될 정도였다”고 전했다.  
 
 A씨의 경북대 의대 동기인 동산의료원 민병우(정형외과) 교수는 “학교 다닐 때는 공부만 하는 모범생이었고, 사회에 나가서는 환자 진료만 생각하는 그런 의사였다”며 “친구들은 당구장에 놀러 다닐 때도 공부만 하는 그런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A씨와 고교·대학 동창인 대구시 수성구의 한 정신과의원 김승일 원장은 전화인터뷰 도중 흐느꼈다. 김 원장은 “고등학교 때부터 부끄럼을 많이 타는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대학에 가서도 사람과 어울리기보다는 오로지 공부만 하는 스타일이었다”며 “환자를 위해 태어난 것처럼 환자 보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고 거기에만 온 열정과 자신의 모든 시간을 쏟았는데….”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경북대병원 모습. 뉴스1

경북대병원 모습. 뉴스1

 경산시 의사회에 소속돼 A씨와 함께 친목계를 하는 다른 동료 의사들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경산시의사회 전임 회장인 경산산부인과 박일영 원장은 “술 담배도 안 하고 다른 사람들과 교우도 많지 않아 여기서도 동료 의사 7명과 1년에 4~5차례 정도 모이는 저녁 식사 계를 하는 활동이 거의 외부활동의 전부였을 정도였다”며 “지난해 망년회 때 보고 코로나19 때문에 계속 신년회가 미뤄졌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며 안타까워했다. 

 
 A씨의 경북의대 후배인 장유석 경북도의사회장은 “동료 의사가 사망했는데도 코로나 환자여서 장례식도 가지 못하고 이렇게 황망하게 보내야 해서 너무 슬프다”며 “A씨가 돌아가신 것은 너무 안타깝지만, 평생 환자만 생각하고 돌보다 간 그 정신은 우리 동료 의사들이 본받아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A씨는 3일 오전 9시 52분 세상을 떠났다. 지난달 18일 근육통이 와서 경북대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19일 입원한 뒤 갑자기 상태가 악화해 에크모(ECMO·심장보조장치), 인공호흡기, 신장투석 치료를 받았다. 
 최근에는 심장마비로 스텐트 시술(심장혈관에 그물망을 넣는 것)을 했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정확한 감염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진료 중 확진 환자와 접촉하며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부인과 자녀 2명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산=위성욱·이은지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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