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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중앙일보 논설위원,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노동법 일시 적용 중지까지…OECD 회원국 기업·일터 지키기 안간힘

중앙일보 2020.04.03 05: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노동시장에 메가톤급 충격을 주고 있다. 이스타항공을 비롯한 한계에 달한 기업은 대규모 희망퇴직 등 사실상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한국만 이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가 같다. 동시에 위기를 넘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 OECD 한국 대표부에 따르면 OECD 회원국들은 일터를 지키기 위해 사업주와 근로자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현금 지원에 그치지 않고 노동법의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초강수까지 두고 있다. 노동시장을 경직시키는 규제를 풀어 잠시나마 유연성을 확보해줌으로써 기업의 숨통을 터주려는 자구책이다.
 
OECD 고용노동사회위원회는 최근 "이번 코로나 사태는 글로벌 보건위기가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체인에 영향을 주고, 수요에 충격을 발생시켜 경제위기를 가져왔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코로나 전염의 영향을 줄이면서 동시에 경제회복을 준비하는 복합적이고 시의적절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덴마크 코펜하겐 지하철 역에서 에스컬레이터 핸들을 청소하고 소독하는 작업자. AP=연합뉴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덴마크 코펜하겐 지하철 역에서 에스컬레이터 핸들을 청소하고 소독하는 작업자. AP=연합뉴스

덴마크 강제휴가, 이탈리아 재택근무 기업 자율로 vs 한국 익명 신고받고, 일일이 정부가 승인

덴마크는 사업주가 강제휴가를 부여하면 단체협약의 예외로 인정하기로 했다. 해고하지 않고 고용을 유지하는 한 강제로 휴가를 보내도 법적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탈리아는 재택근무를 할 때 노동법상 서면계약이나 노조와의 사전 합의 요건을 지켜야 하지만 이를 6개월 동안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은 최근 휴직·휴가를 강제하는 행위에 대한 익명 신고센터를 설치했다. 재택근무와 같은 유연근무제나 특별연장근로를 하려면 행정서류를 갖춰 승인을 요청하고, 정부가 일일이 심사·승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코로나 사태로 기업의 생존이 절박한 상황에서 노동법 규정 때문에 기업이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더 위축되면 곤란하다"며 "정부가 일일이 개입하고, 처벌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위기의 파도를 넘을 수 있게 유럽처럼 포괄적으로 기업에 권한을 넘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영업중지 사업장 근로자, 가족돌봄 위한 자발적 퇴사에도 실업급여

미국은 실업급여 관련 규정을 완화해 다양한 경우에 적용한다. 영업을 중지한 사업장의 근로자는 실직자는 아니다. 그러나 사실상 실업 상태로 인정해 수급자격을 줬다. 자가 격리 중인 근로자, 가족 돌봄을 이유로 자발적으로 퇴사한 근로자에게도 준다. 최근 미국의 실업급여 신청자가 많이 늘어난 배경에 이런 보호책이 깔렸었던 셈이다. 한국에선 모두 실업급여 수급자격이 안 되는 근로자다. 프랑스는 실업급여 수급 자격이 없는 실직자에게 500유로를 지급한다.
 
영국 노르위치 임대주택. 코로나19 사태가 번지자 영국은 계약만료 등을 이유로 임대주택에서 강제퇴거하는 것을 금지했다. [사진 RIBA. 중앙포토]

영국 노르위치 임대주택. 코로나19 사태가 번지자 영국은 계약만료 등을 이유로 임대주택에서 강제퇴거하는 것을 금지했다. [사진 RIBA. 중앙포토]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핀셋 지원도 강화하는 추세다. 호주는 저소득 근로자에게 750달러의 현금을 지원한다. 캐나다는 자가 격리 근로자에게 진단서가 없어도 유급 질병으로 해석해 최장 15주 동안 소득을 보조해준다. 고용보험 적용이 안 되는 근로자에게는 2주마다 900달러씩 15주간 지급한다. 이탈리아는 감염근로자를 모두 유급휴가로 처리해 정부가 임금을 부담한다. 또 자영업자와 관광업계에 종사하는 계절 근로자에게 600유로를 주고, 연 소득 4만 유로 이하 근로자에겐 세금을 100유로 깎아준다. 현금 지원과 세금 감면 정책을 동시에 구사하는 셈이다. 독일은 격리 근로자에 대해 유급 질병 휴가 급여를 주고, 세무당국에 신고된 전년도 소득을 기준으로 소득보조 신청이 가능하도록 했다.

주거안정 위해 임대주택 강제퇴거 금지, 노숙자용 호텔 룸 징발까지

취약계층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고 육아를 돕기 위한 지원책도 다양하다. 스페인은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의 납부를 정지시켰다. 요금을 내지 않았다고 해서 단전·단수하는 조치를 금지했다. 영국도 모기지 납부와 임대주택의 강제퇴거를 유예했다. 미국은 주거지에 대한 압류와 강제 퇴거를 금지했다. 프랑스도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퇴거를 못 시키도록 제한했다. 심지어 이동제한기간 동안 노숙자를 수용하기 위해 호텔 룸을 징발했다. 벨기에는 임시직 근로자에게 공공요금을 지원하고 단전·단수를 금지했다. 이탈리아는 12세 미만 자녀를 둔 근로자와 자영업자에게 15일간 유급휴가를 준다. 임금의 50% 또는 600유로의 육아수당 중 선택해서 지원받을 수 있다. 오스트리아는 14세 미만 자녀가 있을 경우 3주 동안 특별휴가를 쓸 수 있다. 임금의 3분의 1을 정부가 준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숨진 사람을 추모하기 위해 조기가 걸린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 이탈리아는 7억 유로의 항공산업 특별지원금을 편성했다. EPA=연합뉴스

코로나 바이러스로 숨진 사람을 추모하기 위해 조기가 걸린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 이탈리아는 7억 유로의 항공산업 특별지원금을 편성했다. EPA=연합뉴스

한시 해고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손실도 보전

사업주에 대한 지원도 빠지지 않는다. 포르투갈은 한시 해고제를 도입하고, 임금의 3분의 2를 정부가 준다. 한시 해고자를 대상으로 사업주가 직업훈련을 시키면 훈련비의 50%를 대준다. 이탈리아는 7억 유로의 항공산업 특별지원금을 편성했다. 프랑스는 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 단축으로 손실이 발생하는 임금의 84%(최저임금 100%)를 부분실업으로 인정해 실업급여를 지급한다. 해고를 막기 위해 독일은 조업을 단축하는 기업에 사회보험료를 전액 국가가 대준다. 벨기에는 영업을 중지한 사업주에게 4000유로에다 매일 160유로를 현금으로 21일간 준다. 덴마크는 40% 이상 매출 감소가 예상되면 고정비용의 80%를 현금으로 지원하고, 만약 이동제한으로 영업을 중지할 경우 100% 지원한다. 영국은 소매상과 소규모 숙박업소 같은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지방세를 1년간 면제해주기로 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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