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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서 코로나 걸리면 그냥 죽어라?" 파견 의사의 분노

중앙일보 2020.04.03 05:00 종합 8면 지면보기
김정용 대구구치소 보안과 교위가 방호복을 입고 신입 수형자 입소 전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사진 김 교위 제공]

김정용 대구구치소 보안과 교위가 방호복을 입고 신입 수형자 입소 전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사진 김 교위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가장 취약한 곳으로 꼽히는 곳이 있다. 많게는 수천 명이 24시간 갇혀 지내는 곳, 교정시설이다. 그중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대구 지역 교정시설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코로나 생존기]

서울에서 김천, 대구로…“의미 있는 일 하기에 기뻐”

서울구치소에서 아픈 수형자들의 진료를 맡던 최세진(31) 대구교도소 공중보건의는 김천교도소에서 첫 재소자 확진자가 나오자 파견을 나왔다. 김천교도소 의무관들이 확진자의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 격리 조치됐기 때문이다.  
 
최세진 대구보건소 공중보건의가 검체 체취를 위해 방호복을 입고 미소지고 있다. [사진 최 공중보건의 제공]

최세진 대구보건소 공중보건의가 검체 체취를 위해 방호복을 입고 미소지고 있다. [사진 최 공중보건의 제공]

최 보건의가 김천에 도착했을 때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한 달 넘게 교도소에서만 머무르던 재소자가 어떻게 코로나19에 걸렸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지자체에서는 수형자 전수조사를 요구했지만, 최 보건의는 확산을 막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전체 검사를 할 경우 모든 수형자가 독방을 써야 하는데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감염 원인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감염을 막는 게 더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이를 위해 직원들의 희생도 뒷받침됐다. 대구시에서 출퇴근하던 직원들은 집에 가지 않고 관사에서 지냈고, 격리된 수형자를 관리하는 교도관들은 불편한 방호복(레벨D)을 입고 근무했다. 혹시라도 외부에서 바이러스를 옮겨오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원래 수형자들이 하던 배식도 교도관들이 맡았다. 이 같은 노력으로 다행히 같은 방에 있던 3명의 확진자 이후 양성판정을 받는 이는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 재소자 배식은 같은 재소자인 '소지'가 맡았으나 확진자가 나온 후 교도관이 이를 대신했다. [사진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 재소자 배식은 같은 재소자인 '소지'가 맡았으나 확진자가 나온 후 교도관이 이를 대신했다. [사진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파견 생활 한 달이 넘어간다는 최 공보의는 모텔과 대구시청에서 마련해준 숙소를 돌아다니며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교도소에서 코로나19 걸리면 그냥 죽지’ 하는 댓글도 봤다.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여기 있는 분들은 범죄자지만 동시에 사회적 약자”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약자에게 하는 방식이 우리 사회의 수준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며 "누군가는 ‘왜 해야 하냐’고 할 수도 있지만 교도소 방역 활동이 우리나라의 수준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제게는 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20년 차 교도관의 코로나19 분투기…“믿고 응원해주시길”

김정용(46) 대구구치소 보안과 교위는 “20년차 교도관이지만 이렇게 유행 속도가 빠르고 교정 시설에 강한 피해를 주는 바이러스는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코로나19 비상대책반에서 주말을 반납하고 일하고 있는 김 교위는 “요즘엔 집에 있으면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마음이 불편하다. 차라리 출근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김정용 대구구치소 보안과 교위가 방호복을 입고 직접 교정시설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김 교위 제공]

김정용 대구구치소 보안과 교위가 방호복을 입고 직접 교정시설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김 교위 제공]

대구구치소에서는 총 5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교도관 1명과 4명의 조리원이다. 김 교위는 이들이 움직인 CCTV를 하나하나 확인해 누구와 접촉했는지 알아내고, 접촉자들을 격리한 후 질병관리본부 등 외부 기관에 검사를 의뢰했다. 방호복을 챙겨 입고 직접 교정시설을 소독하고, 새로 오는 수형자들의 체온 체크도 진행했다. 수형자의 가족들이 구치소로 연락하면 불안해하지 않도록 대응하는 것도 그의 일이다. 구치소 내 코로나19 관련 사안은 모두 그의 손을 거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교위는 코로나19로 첫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은 재소자를 챙기기도 했다. 절도죄로 복역 중이던 A씨가 수술받은 병원에서 간호사 확진자가 나오자 A씨는 갈 곳이 없어졌다고 한다.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구치소로 돌아갈 수도, 폐쇄된 병원에 혼자 남아있을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대구지검과 논의 끝에 A씨는 일단 집에 머무는 것으로 결정됐다. 누나와 사는 A씨 가정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형편이 어려운 상황이라 김 교위는 그를 더욱 살뜰히 살폈다고 한다.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하고, 집까지 데려다준 것도 김 교위다. A씨는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고, 수술받은 부위도 잘 아물어 다시 구치소로 돌아왔다.  
 
김 교위는 “교정시설은 폐쇄된 공간에 많은 사람이 밀집한 특수한 환경으로 바이러스가 한 명에게만 튀어도 1000명의 수형자가 일주일 안에 전부 감염될 수 있는 위험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외부와 차단되어 있으니 틈만 잘 막는다면 한 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을 수 있다. 김 교위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방역에 신경 쓴 이유다. 김 교위는 “일반 시민들은 교정시설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고, 혹은 가족이 수형자인 경우 과도한 걱정을 할 수도 있다”며 “교정 공무원들이 정말 고생하고 있으니 믿고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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