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상연논설위원
말로는 ‘비상·특단’ 앞세우지만
역주행 정책 바꿀 기미는 없어
두산중 멍들인 건 코로나 아니다
자기들 입맛에 맞는 여론조사 결과만 콕 집어 국민 뜻으로 포장하고 앞세운 게 이 정권만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 정부 들어 특히 심해진 것도 사실이다. 4대 강 보(洑) 해체, 공수처 설치, 자사고 폐지는 물론 조국 전 장관 수사에도 들이댔다. 그렇다고 탈원전이나 소득주도 성장,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이나 반대를 국민적 판단이라고 인용한 적은 없다. 그러니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한 여론조사가 나올 때마다 ‘과연 그럴까’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이 많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발표도, 수도권 총선에서 여당이 승기를 잡았다는 여론조사도 그래서 못 믿겠다. 실제로 얼마 전엔 두 언론사가 같은 업체에 의뢰해 같은 날 발표한 결과가 영 딴판이었다. 같은 선거구 두 후보 지지율이 이쪽 다르고 저쪽 달라 무려 10%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두 조사 모두 오차범위는 4% 남짓이라고 했다.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 조작 수준의 코미디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어떻게 개선책을 모색할 생각이 없다. 오히려 편향된 여론조사를 마치 ‘국정 지침’처럼 떠받든다.
나랏일이 꼬여만 가는 건 여기가 출발점이다. 정부는 어려운 나라 사정을 모두 코로나 탓, 초기 코로나 대확산을 신천지 탓으로 둘러대는 중이다. 중국엔 열어 놓고 “한국인이 중국에서 감염원을 갖고 왔다”는 식으로 떼를 쓰더니 자기들 억지를 정당화하느라 ‘2주 격리 의무화’까지 왔다. 전 세계에서 차단당하고도 우린 문을 못 닫는다. 말이 엉키기 때문일 것이다. 의협 설문조사 결과는 정반대다. 의사 10명 중 7명이 정부의 코로나 대응이 잘못됐고, 특히 84%는 “초기에 중국발 입국을 전면 막아야 했다”고 답했다.
탈원전이 똑같다. 1년에 수천억원씩 이익을 내던 두산중공업이 망가진 건 코로나 탓이 아니다. 곧 필요한 돈만 8000억원이라니 1조원 퍼붓는다고 끝이 아닐 공산이 크다. 탈원전 포기만이 해답이라고 모두들 생각한다. 그게 다수 여론이다. 그런데 그럴 뜻은 전혀 없어 보인다. 더불어시민당은 탈원전 강경파 인사를 당선 확실 순번에 공천했다. ‘탈원전 정치가 목표’라는 분이다. 그러면서 돈은 왜 쏟아붓나. 겉으론 원전 기업 돕고 지역경제를 챙기는 척하지만 그냥 경남 총선용인 모양이다.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유례없는 비상 상황이므로 대책은 어떤 제약도 뛰어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맞다. 그게 많은 국민이 주문하는 실사구시다. 영어론 아마도 ‘팩트 퍼스트(Fact first)’쯤 될 것 같다. 전염병이든, 몸져 누운 경제든 싸워 이길 수 있는 처방전이다. 여론을 있는 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아주 쉬운 일이다. 매일 아침 CNN에선 백악관의 그런 현장을 본다. 청와대는 여전히 ‘짖어라. 기차는 간다’는 식의 어깃장이다. 팬클럽 정부란 말이 마땅하지 않은가.
최상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