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사람들이 발코니로 나와 노래 부르며 서로를 위로하는 영상이 SNS에서 인기다. 이탈리아 나폴리의 한 공동주택 발코니에서 시작된 팝송 ‘아브라치아미(Abbracciami·안아주세요)’가 발코니를 따라 동네로 퍼진다. 또 어느 나라에서는 일렉트로닉 댄스뮤직(EDM)에 맞춰 춤추기도, 악기를 연주하기도 한다. 코로나 사태 속 지친 영혼의 대피처이자, 이웃과 연대하는 중간지대로 발코니가 부상하고 있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모습이다. 발코니가 없어서다. 흔히 아파트에서 베란다라고 부르는 공간의 법적 명칭이 발코니다. 건축물의 외벽으로부터 돌출된 구조물이다. 베란다는 아래층이 더 넓어 그 위로 생기는 여유 공간을 일컫는다. 폭 1.5m 이내인 발코니는 확장이 합법화되어 있지만, 베란다 확장은 불법이다.
![발코니에서 연주 중인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민. [로이터=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4/03/5f15c971-33d5-4397-9bed-b3b335deee90.jpg)
발코니에서 연주 중인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민. [로이터=연합뉴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는 발코니를 확장해 실내공간으로 쓴다. 2005년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되면서 건설사들이 앞다퉈 확장형 상품을 내놨다. 20평대 아파트인데, 방 3개와 거실이 나란히 남향으로 있는 4베이 평면이 가능해졌다. 누워서 편히 자기도 힘든 방을 쭉 일자로 놓고, 발코니를 둘렀다. 발코니를 확장하지 않으면 방으로 쓸 수 없을 정도다. 즉 발코니 확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발코니 확장으로 얻어지는 면적 덕에 요즘 새 아파트는 20평대가 옛 30평대랑 면적이 비슷하다.
마법처럼 실내 공간은 넓어졌지만 바람 쐬고 볕 쬘 공간은 잃었다. 그래서 옥탑 또는 테라스가 있는 카페에 사람들이 몰린다. 최근 다가구 주택이나 오피스 빌딩의 경우 베란다나 발코니가 있는 공간의 월세가 훨씬 비싸게 나간단다. 발코니를 왜 꼭 확장해야 하는 걸까. 그로 인해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일까. 돌이켜 볼 일이다.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