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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협상 중인데···에이브럼스 '김칫국 마시다' 리트윗 논란

중앙일보 2020.04.03 00:04 종합 3면 지면보기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연합뉴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연합뉴스]

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이 잠정 타결됐다는 정부 입장이 하루 만에 “아직 합의하지 못했다”로 바뀌었다. 미국이 “협상은 아직 안 끝났다”고 전혀 다른 반응을 표출한 뒤다. 외교부는 2일 저녁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고위급에서도 계속 협의해 왔으나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협상이 조기에 타결되도록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위급’은 강경화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채널이라고 한다. 외교 수장까지 나섰으나 성과는 없었던 셈이다.  
 

한국서 “타결 임박” 나온 미묘한 시점
미국 “양국 방위비 협상 계속 진행 중”
미군 “한국어 공부…현안 연결 곤란”

외교가 “정부, 정상통화 홍보 급급
외교를 국내정치에 이용하려 해”

한국 측 협상팀을 이끄는 정은보 대표가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 조만간 최종 타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한 게 불과 사흘 전인데, 공식 입장만 놓고 보면 오히려 후퇴한 모양새다.

 
공교롭게도 이날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자신의 트위터에 한 트위터 이용자가 올린 ‘김칫국 마시다’ 문장이 적힌 사진을 리트윗했다.  
 
사진에는 ‘김칫국 마시다(to drink kimchi broth)’는 ‘알이 부화하기 전 닭을 세다(to count one’s chickens before they hatch)’라는 설명이 달렸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앞서 “나는 오늘 부화하기 전 닭을 세지 말라는 것이 때가 될 때까지 김칫국을 마시지 말라는 것과 같다는 것을 배웠다”며 “그런 취지의 말”이라고도 트윗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이 2일 자신의 트위터에 리트윗한 ‘김칫국 마시다’ 한국어 속담. 그 밑에 ‘알이 부화하기 전에 닭을 세다’라는 영어의 유사 표현이 달렸다. [트위터 캡처]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이 2일 자신의 트위터에 리트윗한 ‘김칫국 마시다’ 한국어 속담. 그 밑에 ‘알이 부화하기 전에 닭을 세다’라는 영어의 유사 표현이 달렸다. [트위터 캡처]

주한미군 관계자는 “사령관이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익힌 표현을 올린 것일 뿐이라 한·미 현안과 연결지으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부가 미국 측 입장과는 달리 성급하게 방위비 협상 타결이 임박했음을 알린 데 대해 우회적으로 입장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최근 트위터에 이런 식으로 한국어 공부 표현을 올린 적이 없다.

 
앞서 지난 1일 오전만 해도 청와대나 외교부 기류는 합의 쪽에 가 있었다. 당국자들은 지난달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통화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협력하기로 한 뒤로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는 ‘해설’까지 내놨을 정도다.  
 
하지만 미국 기류는 달랐다. 중앙일보가 잠정 타결됐다는데 발표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미 행정부 고위 관리는 1일(현지시간, 한국시간 2일 오전) “대한민국과 SMA 협상을 계속 진행 중”이라고 공식 답변을 내놨다. 이 고위 관리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낼 분담금 총액을 포함한 협상 결과를 승인하지 않았느냐’는 질의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고 분명히 해 왔다”고 말했다. 실무 협상팀이 조율한 액수를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보고받지 않았다는 것인지, 보고받았지만 승인하지 않았다는 것인지는 확실히 하지 않은 채 ‘더 내라’는 기존 원칙만 확인한 것이다. 따라서 실제 총액 등 쟁점에서 합의해 잠정 타결까지 했는데 미국이 막판에 입장을 바꾼 것인지, 미국은 타결 의사가 없는데 한국이 과도하게 해석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또 협상 초기 방위비 분담금을 지금의 5배에 해당하는 50억 달러까지 올리라고 무리한 요구를 하다 조금씩 양보하고 있는 미국이 막판 압박전술을 쓰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상대국 지도자가 동의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 간 통화’까지 거론하며 성급한 홍보에 나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작 당시 통화에선 방위비 관련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한다.  
 
외교부는 앞서 지난달 28일에도 이미 미국에 수출 중인 한국 기업의 코로나19 진단키트가 한·미 정상 간 통화를 계기로 사전승인을 받아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 가능해진 것처럼 보도자료를 내 ‘치적 홍보’에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직 외교안보 당국자는 “정부가 외교를 정치 현안에 이용하려 했다는 논란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백민정·이유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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